우리 현대문학이 『장길산』만한 작품을 낼 수 있었음은 참으로 복된 일이다. 이미 분단시대 민족문학에 튼실한 결실을 더한 바 있는 황석영은 이 대하역사소설에서 한반도 전체를 무대로 종횡무진 수많은 인물들의 활약상을 그려내면서 그의 뛰어난 소설가적 솜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누구나 쉽고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는 장편소설 가운데 이처럼 국토에 대한 사랑, 민중에 대한 사랑, 우리말에 대한 사랑을 몸에 익혀주는 작품이 또 없지 않을까 싶다.
- 백낙청 (문학평론가, 서울대 명예교수)
대하소설 『장길산』의 밑바탕에는 민중들의 생활과 투쟁을 통해서 역사를 파악하고자 하는 민중사관이 있다. 여러가지 사료들을 풍부하게 활용하고 그 위에 역사적 상상력을 보태어 거대한 서사의 장강을 이루어낸 이 작품은, 역사의 표면을 뚫고 들어가 그 심층에서 민중사의 도도한 물줄기가 어디로 흐르고 있는지 생생하게 밝혀준다. 그 웅대한 규모 속에는 조선조 후기사회의 세태와 풍속, 제도와 생활상이 실감나게 재현되고 있을 뿐 아니라 낡은 왕조를 깨뜨리고 새로운 사회를 세우고자 하는 민중들의 절실한 염원이 의적들의 활약상을 통해 비추어진다. 역사의 생동성을 이해하게 하는 작품이다.
- 강만길 (역사학자, 고려대 명예교수)
이 소설의 여러 부분에 삽입되어 독자를 몰입시키는 녹림당 두령들의 박력 넘치는 격투 장면은 야성의 힘을 상실한 현대 독자들에게 왜소함이나 무력감을 잊어버리도록 만들기에 충분하다. 산지니의 아름답고 비장한 이야기나 묘옥을 사랑하여 기구한 운명에 휩쓸리는 이경순의 생애, 그리고 최형기나 고달근처럼 지위상승과 개인적 안일을 위해 부심하는 부정적 인물들 또한 독자의 흥미를 촉발한다. 이처럼 수많은 인물들이 시대의 총체성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그들의 삶과 죽음 혹은 희망과 절망이 여러가지 에피소드로 역사적 배경 속에서 통일성 있는 관계를 맺으며 엮어지도록 한 데에 작가의 뛰어난 역량이 발휘되어 있다.
- 오생근 (문학평론가, 서울대 명예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