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어 최고! 농아동 최고!
농아(청각장애인)로 태어난 자신의 아이를 수어로 멋지게 키워낸
청인 엄마의 희망메시지!
‘농’은 슬픈 것도, 불행한 것도, 의학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꿈은 포기하지 않으면 이룬다!’
<수어로 키우고 싶어>는 일본 TBS 방송작가로 활동하던 작가 다다미 사토미 씨가 1999년 둘째로 태어난 히로가 농아동(고도난청) 진단을 받은 것을 계기로 일본농학교의 현실을 깨닫고 아이를 수어로 키우기 위해 고군분투한 내용을 그리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들을 수 있는 사람, 청인이다. 자신의 자녀가 들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녀 역시 큰 충격을 받았다. 히로의 엄마 다다미 사토미 씨는 농인을 만나, 수어와 농문화의 세계를 알게 된다. 자신의 자녀에게 음성언어를 배우는 부담을 주는 대신, 농인의 언어인 수어로 키우는 길을 선택한다. ‘전국 농아동을 둔 부모회’를 설립하고 ‘농인의 수어’로 배울 수 있는 농학교가 없어, 농인들과 함께 또 수어를 존중하는 청인들과 함께 ‘농인의 수어’로 배우는 농학교(메이세이학원)를 설립한다. 청인 부모로서 쉽지 않은 길을 선택했고, 결국 그 꿈을 이루었다.
70년 이상 수어가 금지되었던 일본 농교육계의 수많은 벽을 넘어 2008년 4월 ‘일본 최초! 농아동을 일본 수어로 교육하는’ 학교법인 메이세이학원을 설립하는 과정을 통해 저자는 듣지 못하는 것이 더 이상 불행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자신이 이룬 꿈을 통해 희망을 전하고 싶다는 저자는 이 책을 통해 두 가지를 말한다.
하나는 농아동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다. ‘농’은 더 이상 슬픈 것도, 불행한 것도, 의학적으로 치료해야 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꿈은 포기하지 않으면 이룬다’는 것이다. 농아동을 있는 그대로 ‘눈으로 살아가는 아이’로 키운다면, 즉 ‘수어’로 키운다면 듣는 아이들처럼 성장할 수 있다는 희망메시지를 저자는 전한다.
농아동은 불쌍한 ‘듣지 못하는 아이’가 아닙니다.
‘수어로 말하는, 눈으로 듣는 아이’입니다. - 본문 중에서 -
<들어가면서>
2008년 4월.
도쿄시나가와구(區)에 있는 초등학교 체육관에서 ‘수어 박수’가 마치 별이 반짝이듯 물결치고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제일 작은 사립학교 개교식, 학생 수는 유아부와 초등부 합해서 약 40명.
아이들, 선생님들, 그리고 나와 같은 학부형들에게 있어서도 잊을 수 없는 봄이 되었습니다.
모두 양손을 들고 ‘반짝반짝 작은 별’처럼 손을 흔들고 있습니다.
양손을 들고 손을 반짝반짝 흔드는 것,
이것이 우리들의 ‘박수’입니다.
그렇게 개교식장은 조용한 박수로 가득 차 있습니다.
그리고 미소 띤 얼굴들도 모두 반짝반짝 빛나고 있습니다.
아이들은 물론 선생님들도 학부형들도 모두.
학교 이름은 ‘메이세이학원(明晴學園)’입니다.
들을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한 일본 최초의 ‘수어로 배울 수 있는 사립학교’입니다.
‘맑다’와 ‘학교’는 수어에서 같은 수형(手形)으로 표현합니다.
유아부의 어린아이들이라도 학교 이름을 쉽게 표현할 수 있도록 ‘메이세이학원’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그리고 우리 부부의 둘째 아들 히로(宙)도 이 메이세이학원의 5학년생으로 개교식에 참석하였습니다.
보통 때보다 좀 긴장하고 있는 히로는 이 학교의 최상급생입니다.
“하급생에게 좋은 선배가 될 수 있으려나.”
약간 걱정이 됩니다.
“정말? 농학교에서 ‘수어’로 배울 수 없나요?”
이런 소박한 의문을 갖기 시작한 지 벌써 8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언제나 늘 꿈꿔오던 개교식입니다.
봄 햇살같이 웃는 아이들. 이런 웃는 얼굴이 보고 싶어서,
이렇게 환한 얼굴을 보려고 계속 달려온 것입니다.
<맺으며>
둘째인 히로가 1세 9개월 때 고도난청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일본 수어로 아이를 키우는 것을 선택해 ‘전국 농아동을 둔 부모회’를 만들었습니다. 대안학교를 NPO 법인으로 만들고, 일본에서 유일한 ‘수어로 배울 수 있는 사립농학교’를 설립했습니다.
문장으로 하면 불과 세 줄밖에 안 되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동안에 얼마나 많은 사람을 만나, 그 친절함을 접하고, 가슴 떨며 감사했는지요.
언제가 지인이 재미있는 얘기를 했습니다. “일본 어딘가에 이치로(일본 출신 메이저 야구선수_옮긴이 주)보다 야구를 잘하는 숨은 고수가 있다.”라고.
야구계의 슈퍼스타 이치로 보다 야구 센스가 더 좋은 숨은 고수가 있는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그 이치로도 부모의 사고방식이나 학교 선생님, 감독, 코치, 친구 등 수없이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그들의 뒷받침에 의해 지금이 있는 거라고.
거꾸로 생각하면 부모의 생각이나 만나는 사람에 의해 재능을 발전시키지 못하는 사람이 일본 안에 많이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꿈이나 목표를 언제나 ‘언어’로 표현해 왔습니다.
‘언어’로 표현한 대부분이 달성되었습니다. 그것은 ‘언어’로 나타냄으로써 주위 사람들이 응원자가 되어주기 때문입니다. 물론 우리들도 힘껏 노력을 했습니다. 그 의지를 보고 또 응원해 주는 사람이 늘어난 것입니다.
‘꿈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꿈은 이루어가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꿈이나 목표를 가지고 계신 분은 함께 가는 사람을 소중하게 여겨주세요. 동료는 보물입니다. 동료와 응원해 주는 사람이 있으면 어쩌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도 그 과정은 다시없는 좋은 경험이 되겠지요. 그러니 동료와 함께 기쁜 일뿐만 아니라 고통도 같이 나누세요. 우리들은 그 순간순간을 충분히 즐겼던 것 같습니다.
“이 벽, 어떻게 하면 넘을 수 있을까?”
밀어붙여도 안 되면 당겨본다, 거꾸로 서서 본다, 두드려본다, 열을 가하다 보면 녹을지도 모릅니다. 때로는 그 벽에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하고 물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지금, 특별한 꿈이나 목표를 찾지 못했다면 누군가의 꿈이나 목표로 가는 길을 응원하고 함께 걸어보지 않겠습니까? 그곳에는 놀라운 체험과 지금까지 없었던 만남이 기다리고 있을 것입니다. 응원한다는 입장을 넘어서 벽이 움직이면서 이해의 폭이 넓어지는 모습에 흥분되고, 꿈이나 목표를 달성했을 때의 기쁨과 충실감을 내 일처럼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2011년 1월, 히로는 13살이 되었습니다.
우리의 목표는 듣지 못하는 아이가 자기답게 살아가고, 자기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그 능력을 정당하게 평가해 주는 사회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것은 모든 사람이 자기답게 살아갈 수 있으며 자신의 능력을 마음껏 발휘해, 그 능력을 정당하게 평가해 주는 사회이기도 합니다.
메이세이학원 설립을 응원해 주신 분들, 기부해 주신 분들 모두에게 진심으로 감사하고 있습니다. 또 이 책을 구입하신 여러분에게도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 책의 인세는 BBED (Bilingual Bicultural Education Center for Deaf Children, 이중언어·이중문화농교육 센터)에 기부하여 농아동의 밝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일에 활용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서 우리 부부의 활동을 끊임없이 지원해 주신 일과 환경학회의 센다 미쓰루(仙田滿) 이사장, 오자와 기미코(小澤紀美子) 회장, 쿠메(久米) 섬유공업의 쿠메노부유키(久米信行) 사장, 디지털 미디어평론가 아사쿠라 레이지(麻倉怜士) 씨, 정치 저널리스트 가쿠타니코이치(角谷浩一) 씨, 착실하게 힘써온 남편의 사회활동에 사장 상을 주신 NTT데이터의 야마시다토오루(山下徹) 사장……. 다 쓸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분들의 이해와 뒷받침이 있었기에 여기까지 달려올 수 있었습니다. 대단히 감사합니다.
여러분 덕분에 ‘포기하지 않으면 꿈은 이루어진다.’라는 것을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 있었습니다. 메이세이학원을 졸업하는 아이들이 어떤 꿈을 찾고, 어떤 어른이 되어, 어떤 사회를 만들어 갈까? 지금부터 쭉 지켜봐 주시고, 응원해 주십시오.
일본 최초의 수어로 배울 수 있는 농학교 ‘메이세이학원’의 개교는 최종목표가 아니라 하나의 시작입니다. 도쿄에 있는 메이세이학원에 다닐 수 없는 농아동이 일본 안에 많이 있습니다. 일본에는 수어로 가르치고 싶은 부모들이 있습니다. 일본 수어로 배우고 싶은 아이들도 있습니다.
여러분께 받은 진심 어린 기부를 미래로 전달하는 것은 이 아이들입니다. 아이들 스스로의 손으로 미래의 문을 열어나가겠지요.
농아동을 자식으로 둔 우리들은 정말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2011년 새봄 도쿄에서
다마다 사토미(玉田さと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