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이야기는 미스터리다.”
한국 추리 문학잡지 《계간 미스터리》
2020 가을겨울호 스페셜 테마 ‘한국 추리문학의 세대교체’
“우리는 바란다.
한국 추리소설 작가들의 세대 간 교전이 더욱 격렬해지기를!”
《계간 미스터리》 2020 가을겨울호의 스페셜 테마는 ‘한국 추리문학의 세대교체’다. 이번 테마는 한국 추리소설의 짧은 전성기와 긴 침묵의 원인 중 하나가 세대교체를 이루려는 치열한 싸움이 없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합리적 의심에서 기인했다.
새로운 세대는 더 이상 비좁은 국내가 아니라, 전 세계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장르의 규칙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경계를 넓히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타 장르의 장점을 취하고 미스터리와 혼합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는 영리함도 있다. 컴퓨터 키보드가 아니라 스마트폰으로 글을 쓰고, ‘내가 하나의 장르가 되겠다.’라는 패기도 보인다.
이번 스페셜 테마를 위해서 최근 가장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젊은 추리소설가 정명섭이 특별 칼럼을 썼고, 한국 추리소설의 미래세대 중 작품성과 흥행성을 고루 갖춘 세 명의 젊은 작가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올봄 《차가운 숨결》이라는 메디컬 스릴러를 출간해 좋은 반응을 얻은 현직 공중보건의 박상민, 한국 추리문학상 황금펜상 2년 연속 수상자이자 《다감 선생님은 아이들이 싫다》의 출간을 앞두고 있는 공민철, 2019 《계간 미스터리》 신인상과 엘릭시르 미스터리 대상 단편상을 한꺼번에 수상한 한새마가 그들이다. 패기 넘치는 그들의 모습에서 한국 추리소설의 지향점이 어디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계간 미스터리》 68호 신인상 황정은, 홍선주 공동 수상!
● 《ABC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황정은의 《가나다 살인사건》
● 인간의 이상심리를 치밀하게 파헤친 홍선주의 《G선상의 아리아》
통권 68호에 이르기까지 계속된, 참신한 작가의 발굴을 통해 세대교체를 이루려는 《계간 미스터리》의 노력은 두 명의 신인상 당선자에게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개성이 뚜렷한 본심 진출작들 가운데 선정된 두 사람은, 추리소설 마니아답게 추리 문법에 충실한 작풍을 보여주는 《가나다 살인사건》의 황정은과 인간의 이상심리를 치밀하게 파헤친 《G선상의 아리아》의 홍선주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삼은 《가나다 살인사건》은 심플한 사건 진행과 결말의 반전까지, 추리 문법에 충실한 작품이다.
《G선상의 아리아》는 최근 사회적 이슈 중 하나인 경악할 만한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의 피해자를 그린 소설이다. 단편이라는 짧은 분량 속에서 피해자 아이가 어떤 성장 과정을 통해 살인자가 되는지를 치밀하게 보여주었다.
이외에도 이번호에는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하고 다양한 작품들이 실려있다. 일상 미스터리로 결말을 읽고 나면 잔잔한 미소를 짓게 되는 장우석의 《특별 할인》, 우리 사회의 씁쓸한 현실을 담담하게 그려낸 홍성호의 《약육강식》, 조각난 퍼즐을 맞추다 보면 어느새 충격적인 결말에 도달하는 한새마의 《어떤 자살》, 히가시노 게이고를 떠올리게 하는 공민철의 중편 《내일의 별빛》외에도, 세대를 아우르는 재치를 보여준 초단편 다섯 편까지 다채로움을 더하고 있다.
거기에 올 가을 《가마우지 도서관 옆 카페 의자》란 철학 에세이를 출간한 백휴의 줄리아 크리스테바 작품 분석과 장르의 경계를 확장하고 있는 서미애, 송시우, 박하익의 작품을 분석한 오혜진 교수의 평론, ‘엽기부족’이란 닉네임으로 더 유명한 홍정기의 ‘바이러스’ 소재의 추리 스릴러 작품 리뷰, 한이의 추리소설 아이디어 찾는 법도 흥미로운 읽을거리다. 또한 노마드 시대를 유랑하는 젊은 작가들은 어디에서 어떻게 집필하는지 전건우 ‘작가의 방’을 살짝 엿보았다. 이번 호 표지를 장식한 정민호 작가의 일러스트, ‘젊은 소설가의 위험한 작업실’에서도 유쾌한 접점을 발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바이러스 감염증의 창궐로 비대면이 일상이 되어버린 2020년, 장르 출판사가 꼽는 성공과 실패, 앞으로의 추리소설 트렌드까지 현장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본 설문 내용이 준비되어 있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전례 없는 위기 상황 속에서도, 누군가는 빵을 굽고, 누군가는 갈라진 도로의 틈을 메꾼다. 《계간 미스터리》역시 그들과 같은 심정으로 2020 가을겨울호를 펴낸다. 쓰러진 일상이 다시 일어서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