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년 차 중학교 도덕 교사가 쓴 현재진행형의 공황장애 투병기
《공황장애가 시작되었습니다》는 올 마흔이 된 14년 차 중학교 도덕 교사가 쓴 현재진행형의 공황장애 투병 기록이다. 공황장애의 발병 원인과 진행, 그 극복을 위한 치열한 자기 싸움을 고스란히 담았다. 《공황장애가 시작되었습니다》는 비교적 발병 원인이 확실한 공황장애 사례를 다룬다. 작가는 2019년 스승의 날, 학교 급식실에서 새치기하는 학생을 생활지도 하던 중 해당 학생으로부터 위협을 받고, 이후 동료 교사들의 부정적 반응으로 인해 공황장애 발작을 경험했다. 철학을 전공한 교사가 쓴 자기 치유를 위한 기록은 지극히 사적이면서도, 놀랍도록 보편적인 힘을 갖는다.
날 것 그대로의 공황장애를 감성적이고도 이성적인 접근으로 써낸 지극히 사적인 일기
-“교권과 학생인권의 경계에 선 그날, 공황장애가 시작되었습니다”
우울증이나 불안장애, 공황장애는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지만, 그것을 기록하는 일은 누구나 하지 못한다. 교사라는 사회적 역할을 행하던 중 발병한 공황장애라는 질병이 의미하는 것은, 작가 개인에게나, 이 이야기를 읽는 독자 모두에게 특별하다. 《공황장애가 시작되었습니다》는 우울증, 공황장애와 같은 정신과적 질병(개인 문제)을 다루면서도, 학교 안 교육현장에서 일어난 사건(사회집단 문제)이 질병의 계기가 되었다는 점에서 다른 이야기와의 특이점을 갖는다.
1장에서는 공황장애가 발병하게 된 직접 경험을 일기 형식으로 보여준다. 2019년 5월 15일 스승의 날, 학교 급식실에서 학생 지도를 하던 중 받은 학생의 위협을 시작으로, #D+1 5월16일, #D+2 5월17일, #D+5 5월20일, #D+6 5월21일, #D+7 5월22일, #D+8 5월23일, #D+12 5월27일, #D+17 6월1일까지 일기 형식의 구성으로, 교권과 학생인권의 아슬아슬한 경계와 그 해결을 위한 학교와 동료교사의 대처 방식, 교권 보호를 위한 교사 개인의 힘겨운 싸움, 해당 학생과 학부모의 어쩔 수밖에 없는 행동들을 눈앞에 보여준다. 그러면서 교권과 학생 인권이 정말 대척점에 있는지 고민의 여지도 준다.
2장에서 작가는, 타인이 알아서 배려해주기를 기대하고 서운해하기보다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몫’을 찾도록 변화하는 길을 선택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회복을 위해 남에게 도움을 청하는 용기를 갖는, ‘병밍아웃’하는 자신의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3장에서는 여성 혐오, 남아선호사상 등 사회에 유행처럼 번진 거대 프레임을 탓하며 그것으로 해결의 열쇠를 찾기보다는, '프레임 브레이커'로서 그러한 거대 프레임을 깨버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내면의 나를 발견함으로써 자신을 괴롭히고 있던 문제의 원인(도덕 교사 프레임)을 발견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마지막 4장에서는, 용서라는 결론을 성급히 내리려 하기보다 교권침해라는 마음속 상처를 냉정히 바라보고, 서서히 치유되는 마음속 과정을 지켜보기로 한다. 몸을 쓰고, 마음을 돌보고 생각을 표현하고, 자신을 사랑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스스로가 치유자가 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하지만 물론, 공황장애가 완결된 것은 아니다.
공황장애를 통해, 다양한 관계 속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는 세상을 꿈꾸다
세상에는 다양한 목소리가 필요하다. 지금 우리는 《공황장애가 시작되었습니다》를 통해 공황장애를 겪는 교권 피해 교사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학생의 목소리도, 동료 교사의 목소리도 나오기를 기다린다. 관계 속에서 침묵하는 자리가 더 이상 없기를 바란다. 누구나 갖고 있는 마음속 공감의 집. 그 ‘공감’을 돌보지 않는 우리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의 마지막 편에는 해리포터의 무의식 속 공간이 나온다. 죽음과 삶의 경계 즈음되는 곳. 그곳에서 노교수는 해리포터에게 말한다. 이미 죽어버려 곁에 없는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지 말고, 사랑 없이 살아가는 산 사람들을 불쌍히 여기라고. 사랑의 다른 말, 공감. 공감을 돌볼 줄 아는 우리가 되기를 바란다, 《공황장애가 시작되었습니다》는 공황장애에 대해 말하면서도, 관계 속 공감의 중요함에 대해 말하는 어느 중학교 도덕 교사의 두 번째 삶을 위한 기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