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자 소설가인 유용주의 첫 소설집”
유용주의 소설집 『죽음에 대하여』가 출간되었다. 시인으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유용주가 2000년 「실천문학」 가을호에 소설을 발표한 이후 20년 만에 펴내는 첫 소설집이다. 책 속에는 모두 8편의 단편 소설이 실려 있다. 유용주는 그동안 5권의 시집, 2권의 장편소설과 5권의 산문집을 펴내는 등 활발하게 문단 활동을 해왔다. 장편소설이나 산문집에서 이미 보여준 바가 있지만 유용주의 문체는 독특하다. 소설가 김종광은 유용주의 문체를 두고, 두 가지 문체를 구사하는데 “우리말의 독특함과 가락을 절묘하게 혼합한 용주체”와 “명확하고 단호하고 호방하고 간결한, 야수의 절규와도 같은 야수체”라고 명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주로 “산문은 용주체”가, “시는 야수체”가 구사되고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 그러면서 ‘용주체’를 소설가 박상륭과 이문구 문체의 중간쯤에 있다고 하는데 소년시절의 유용주는 박상륭의 출생지인 장수에서 자란 바가 있고 결혼 후에는 이문구의 고향 보령과 인접한 서산에서 줄곧 살아오고 있으니 그럴 듯한 분석이다.
그런데 문제는 유용주의 소설이 문체도 문체지만 종래의 소설에 대한 관념을 일거에 뒤흔드는 묘한 마력이 있다는 점이다. 소설적 구성이나 인물 묘사 등에서 기존의 소설적 문법을 전혀 따르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도 읽어가는 데 속도감이 생기고, 읽고 나면 묵중하게 가슴을 흔들어 놓는 감동이 다가온다. 아마도 머릿속에서 짜낸 소설이 아니라 작가가 살아오면서 겪고 느낀 이야기를 진솔하면서도 거리낌 없이 펼쳐내고 있기 때문인 듯하다. 입심 좋게 구사되는 소설들은 마치 어떤 한 인물의 생존투쟁기처럼 읽힌다.
8편의 소설 가운데 「디오게네스」와 「콩 볶는 집」과 「오래된 사랑」을 제외하면 모두 신산스럽고 안타깝게 살아가는 가족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주인공 나는 그 애틋한 이야기들을 투덜대거나 화를 돋우는 어투로 독자에게 가감 없이 전하고 있다. 이것이 충청도 서남단 식 머퉁이 어투다. 「고주망태와 푸대자루」에서는 친구와 함께 고주망태가 된 다음 날 새벽에 잠에서 깨어 큰형을 중심으로 한 푸념 섞인 듯한 가족이야기를 묻고 들려준다. 「검정구두」 역시 행방불명이 되기도 하는 작은형의 이야기를, 「불」에서는 나이차가 많은 막냇동생에게 들려주는 가족의 이야기를, 「호줏기」는 큰형이 죽은 이후의 이야기를, 「황산벌」은 결혼 이후 처가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이 가족 연작이라고도 할 수 있는 소설들은 가족의 죽음이 동반되는 삶에서의 서글픔과 계속되는 삶의 고단함에서 오는 씁쓸한 비애가 묵중하게 실려 있는데 유용주는 특유의 해학적 필치로 독자를 울렸다 웃겼다 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상대할 가치가 없는 사람은 무시하고 안 보면 되지만, 처가는 그럴 수도 없고, 돌아버리겠다. 이건 마음의 문제다. 이건 감정의 문제다. 이런 말도 있다. 친가를 포함하여 가족은, 보는 사람이 없으면 내다 버리고 싶은 존재다. 웃고, 떠들고, 밥을 먹고, 말을 섞지만 애증관계이다.”(224쪽)
이렇듯 흔히 가족은 끊임없이 사랑하고 그리워하는 관계의 존재들이지만 종종 차라리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 존재라는 세속적 명제를 핍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오래 살았다. 철들자 망령이라더니 간신히, 등단한 느낌이다. -〈작가의 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