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편의 추리소설 같은
흥미진진한 철학 입문서
어느 날 이언의 꿈에 낯선 노인이 찾아온다. 노인은 밤마다 이언을 이상한 풍경 앞으로 데리고 다니며 현실 세계를 가차 없이 무너뜨리는 철학적 난제들을 퍼붓는다. “생각으로 고통을 지울 수 있을까?” “악을 허용하는 신도 신일까?” “꼭 올바르게 살아야 할까?” 이언은 꼬리에 꼬리를 무는 질문들에 하나하나 답하며 흥미진진한 지적 사유를 경험한다.
『이언의 철학 여행』은 이언의 질문을 따라가며 마침내 자신이 누구인지, 왜 이렇듯 답답한 상황에 처하게 되었는지 알아가는 과정으로 꾸려져 있다. 궁금한 탓에 끝까지 줄거리를 따라가게 되는 한 편의 추리소설이라 할 만하다. 책 속에서 노인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철학이 일종의 범죄 현장 수사와 같다고 생각한다. 수사관은 그 어떤 정보도 당연하게 여기지 않고 ‘왜?’라고 물으면서 현장을 검증해 나간다. 왜, 여기 머리카락이 떨어져 있지? … 왜, 이 유리가 깨졌지? 이 모든 질문에는 해답이 없을 수도 있지만 수사관은 질문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 당신의 세계는 우리의 범죄 현장이다. … 철학은 결국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최첨단 기술이니까.”
『소피의 세계』보다 뛰어나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보다 독특한
한국 철학계의 발전을 이끈 고 박이문 선생은 ‘감수의 글’을 통해 이 책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소피의 세계』보다 뛰어난 철학서로 평가했다. 두 작품 모두 소설 형식을 취한다는 점은 같지만, 서양 철학사 전체를 시대적으로 서술한 『소피의 세계』와 달리 『이언의 철학 여행』은 철학의 13가지 문제를 논쟁적으로 펼쳐냄으로써 철학의 본질인 ‘끊임없는 사유’를 이끈다는 것이다. 그리고 다음과 같이 강조한다. “독자들은 각 질문들의 의미를 이해하고, 그것에 대한 대답을 스스로 찾아보는 과정을 통해 살아 있는 철학적 사유에 참여하고 스스로 철학자가 되어 갈 것이다.”
책의 맨 앞에는 철학 교사 안광복의 해제도 실려 있다. 소설로 구성된 이 독특한 철학 입문서를 제대로 읽고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리고 “잘 짜인 철학 교과서”이자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철학 교재”로 강력 추천한다. “나는 이 책을 책상 책꽂이에 꽂아 두고 있다. 수업에 필요한 아이디어가 절실할 때마다 언제든 펼쳐 보기 위해서다. 본문 옆에 깨알같이 적힌 각주들도 찬찬히 읽어 보길 바란다. 책 곳곳에 등장하는 철학자들의 명언들도 놓치지 않고 살펴보길 권유 드린다. 하나같이 뼈 때리는 지혜를 담고 있는 내용들이다.”
현실을 리셋하는 13가지 질문으로
세상의 모든 사유를 경험하다
『이언의 철학 여행』은 총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식, 자아, 이성, 참과 거짓, 자유의지, 윤리와 도덕 등 철학적 화두 13개를 차례로 연결하며 사유를 이끌어간다. 각 장은 다시 세 부분으로 나뉜다. 첫째, 이언과 노인의 모험, 둘째, 이언과 부모의 토론, 셋째, 이언과 친구 제프의 산책이다. 저자 잭 보언은 이처럼 독특한 구성에 이야기를 담아냄으로써 철학 교재로서의 깊이와 소설로서의 재미를 놓치지 않는다.
책의 한 귀퉁이에는 철학적 잠언과 문제가 각주로 빼곡하게 담겨 있다. 저자가 철학을 공부하며 발견한 흥미로운 정보를 독자들을 위해 실은 것이다. 등장하는 철학자들만 153명이며, 에우튀프론 딜레마, 몬티 홀 딜레마, 뉴컴의 패러독스, 두 대의 전차 시나리오, 하인츠 딜레마 등 철학?논리학 분야에서 계속되어 거론되는 유명 문제들이 빠짐없이 실려 있다. 이 부분만을 따로 떼어 읽어도 기원전부터 현대까지 서양 철학의 전반을 명쾌하게 개관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는 ‘두 권의 책’처럼 기능한다.
책의 마지막에는 ‘더 깊은 질문들’도 수록했다. 당장 수업시간에 토론 자료로 활용해도 좋은 흥미진진한 논쟁거리를 소개한다. 정답이 없어서 더 의미 있는, 생각의 근육을 길러주는 질문들이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