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20년 가까이 미국 변호사로서 다국적 기업에서 사내 변호사로서 활동해온 저자가 국제 소송의 사례 분석을 통해 국제 법률 시장이 변화해온 흐름을 살펴보며 기업의 경영 방식과 국내 법 제도의 취약점을 파악한 후, 국제 소송에 대비한 기업의 위기관리 시스템 등 대응 방안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나아가 국제 법률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 정부가 추진해야 할 정책 방향을 제안하고 있다.
왜 한국 대기업들은 우리나라 법원이 아니라
미국에서 소송을 벌이고 있을까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이 2차전지 영업기밀 침해를 두고 1년 6개월에 걸쳐 미국에서 진행한 소송의 최종 판결을 앞두고 있다. 그 결과를 정부와 수출 기업들이 주시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국내 대기업들이 기업 분쟁 해결을 위한 소송을 국내가 아닌 미국에서 진행하는 이유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국내 기업들이 이른바 원정 전쟁을 하는 이유 중 하나를 우리 법 제도에는 없는 미국의 전자증거개시와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에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선진적인 법 제도 마련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인 시대가 되었다. 우리 국회도 전자증거개시 제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기에 제도 도입을 위한 연구와 검토를 현재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지난달에 법무부가 '집단소송법 제정안'과 '상법 개정안'의 입법을 예고하며 집단소송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모든 분야로 확대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한국형 증거개시제도 마련과 국내 리걸테크 산업의 육성을 통해
경쟁력 있는 K-법률 서비스를 수출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의 국가 위상과 경쟁력이 높아지고 세계적인 기업들이 배출되면서 기업 간 국제 소송 또는 투자자-국가 간 국제 소송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우리 정부와 기업들이 국제법과 국제표준에 상응하는 제도적 환경을 마련하고 경영 방식을 도입하여 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은 물론, 적극적으로 국제 법률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저자는 이 책에서 강조하고 있다.
1장은 한국의 대기업들이 분쟁 해결을 위해 왜 우리나라 법원이 아닌 미국 법원에서 소송하고 있는지 소송 트렌드를 살펴보며 원인을 분석하였다. 그리고 우리나라 법원에는 없는 미국 법원의 제도적 특징을 다루며 막대한 세금과 기업의 자금이 유출되는 원정 전쟁 시대를 끝내기 위한 해결 방안을 전체적으로 개관하고 있다.
2장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 소송에서 본 재판을 하기도 전에 조기 패소하는 이유를 설명하고 이를 피할 수 있는 실질적인 대응 방법들을 소개하였다.
3장은 미국 법원에서 패소할 경우 기업을 파산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 집단소송, 제조물 책임제가 미국 사회에 자리 잡게 된 문화적 배경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고 있다.
4장은 2000년대 들어서 영미권을 비롯한 국제 법률 시장에서 인공지능, 디지털 포렌식 등을 활용한 리걸테크 회사들이 높은 승소율을 기록하게 된 기술 발전의 상황을 설명하며 모든 것이 기록으로 남는 언택트 시대에 리걸테크는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강조하고 있다.
5장은 기업이 예상되는 소송에 대비하여 위기관리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국제적인 기준인, 여섯 가지 핵심적인 관리 항목을 상세하게 다루었다. 기업 내부에 통제 시스템을 갖추고 상시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며 경쟁력 있는 기업 경영의 핵심이다.
6장은 이제부터라도 우리 정부가 나서서 K-법률 서비스를 차세대 주요 수출 산업으로 키워가는 정책을 마련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한국형 전자증거개시 도입과 리걸테크 산업 육성, 국내 법률 시장의 발전을 위한 규제 완화 등의 방안을 제시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