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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반장 1

수사반장 1

  • 김상열
  • |
  • 백산서당
  • |
  • 2020-10-26 출간
  • |
  • 532페이지
  • |
  • 153 X 225 X 31 mm /765g
  • |
  • ISBN 97889732756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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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그날로부터 김상열 작가를 추적해 나갔다. 생소한 이름의 신선함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는 ‘현대극장’의 상임 연출자로 극단의 핵심이었다. 곧 통화하고 의도를 밝힌 뒤 찾아갔다. 세운상가 3층에 있는 30여 평 아파트가 극단의 연습실이자 사무공간이다. 극단의 김의경 대표는 ‘연극의 상업주의’를 내걸고 뮤지컬과 청소년극을 표방하였다. 국내에서는 처음이다. 연극계에서는 찬반 의견이 분분했다. 아파트 현관문이 열리자 거실에 열댓 명이 둘러앉아 연습하는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고 가운데 자리에 김상열 작가가 연출하고 있었다. 문을 열어준 중년 여인에게 ‘김상열 씨를 찾아왔노라. 나는 MBC의 PD다.’ 했더니 한마디로 “없어요” 장본인과 눈을 마주치고 있는데 문전박대당한 것이다. 뒷날 알고 보니 대표의 부인 최문경 씨다.
세검정에서 구기터널로 꺾어지는 초입에 동쪽을 향해 6자 폭의 좁은 108개 계단이 있다. 그 끝에 작은 암자가 있고 그 밑에 아카시아가 풍성하게 싸여 있는 조그만 집이 있다. 그는 노모 한 분을 모시고 산다. 그날 밤 김상열 작가와 만나 처음으로 얘기를 제대로 나눴다. 그는 재기발랄하고 호기에 넘치며 광기까지 엿보이는 예술가였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본 ‘모짜르트’를 여기서 만났다. 작은집 골방은 좁았고 앉은뱅이책상엔 담배꽁초 가득한 재떨이뿐이었다. 밤새워 얘기 나눴다. 새벽 통금 해제 사이렌 소리와 함께 대문을 나서며 “선생님”이라 불렀다. 그 호칭은 평생을 갔다.
믿음, 홍해에 맨 먼저 발을 내딛는 사람의 믿음이 홍해를 갈랐다.

“짜자자잔, 짜자자잔” 윤영남 작곡의 〈수사반장〉 주제곡은 명곡이 되었다. 유복성의 라틴 퍼커션과 경쾌한 나팔 소리가 혼합된 재즈 축제. 그 시대를 관통한 모든 사람의 기억에 남아 있는 그 주제곡은 형사들의 스틸로 조각되어 전국에 퍼졌다. 당시로써는 파격적인 타이틀 백이었다. 일요일 밤 8시 주제곡이 울려 퍼질 때면 서울의 모든 택시가 ‘올 스톱’되었다. 기사식당은 초만원이었다. 대통령도 꼭 시청했다고 한다. 〈수사반장〉을 통해서 민심을 파악했다는 것이다. 일요일 밤에 “만나면 좋은 친구~”

질시의 맞바람을 안고 세검정 가파른 계단을 오르며, 가을부터 눈이 쌓일 때까지 길을 냈다. 번들거리게 윤이 났다. 드디어 뜨거운 원고가 탄생하기 시작했다. 엄혹한 시기, 유신독재의 돌파구를 만들어나갔다. “함정” “저택의 귀뚜라미”. 새로움에 떨었다.
방송사 내부는 반사적 굴절된 반응이 팽배했다. 연극계 출신들의 반응이 특히 민감했다. ‘아마데우스’에서 본 궁중 악장 ‘살리에리’의 질시의 눈초리가 여기저기 번득였다. 엘리베이터 사건을 다룬 ‘함정’이 방송된 다음 날 아침 월요회의에서 부장은 “뷰 포인트가 맞지 않아. 범행의 동기보다 범인의 뉘우침을 그려나가야 해! …” 혼자 생각했다. ‘관료 출신이 제법 전문성까지 갖췄네’ 그날 오후 제작부 앞 로비에서 수사반장을 오래 썼던 작가를 우연히 만났다. 아침 회의에서 부장이 했던 말과 토씨 한마디 틀리지 않고 중얼거렸다. 부장과는 강남의 같은 아파트 이웃 술친구라 들었다. 그 작가도 김상열과 같은 또래의 연극계 출신 희곡작가이다.
천재를 적대시하는 ‘살리에리’가 도처에 깔려 있다. 그들에게 일러주고 싶은 격언이 있다. 논어(論語)에 있는 말이다. ‘부러우면 지배당한다.’

김상열 작가는 당시의 방송 문법 체계 속에서 보면 독특했다. 김상열 작가에 대한 연극계 출신들의 비판을 대하면서 두 개의 작품이 떠올랐다. 안데르센 동화의 주인공인 ‘미운 오리 새끼’는 오리들 틈에서 돋보이는 백조가 된다. 반면 키르케고르의 동화 속 ‘기러기’는 날지 못하는 거위들을 자기처럼 날게 해주려고 돕다가 결국은 거위들에게 ‘공상적 바보’라는 비난을 듣는다. 이런 비난을 들은 기러기는 의기소침해져 결국 날지 못하는 거위처럼 돼버린다. 군중 속에서 하나의 모양, 하나의 숫자, 하나의 생각이 되기가 훨씬 쉽다. 자기만의 색깔을 유지하면 위험이 따른다. 그들의 욕망과 정면으로 맞서지 말고, 냉각시켜 물꼬를 터줘야 했다. 방송은 ‘타협의 예술’이다. 용산 철거민을 보라. ‘공동정범’은 아무도 없잖은가. 외로움이 너무 커서 부서질 것 같은 사람과, 부서지지 않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다 써버리는 사람들은 서로를 원망하고 고립시킨다. 불특정 대다수를 상대하는 방송은 ‘타협의 예술’이다.

그들의 대부분은 대본을 읽을 줄 모른다. 낯설 것이다. TV 대본은 소설이나 희곡과는 다르다. 장면과 장면의 TV적 연결, 익숙한 탤런트들의 연기, 지문의 해석과 행간의 소화 등, 나름의 메커니즘 속에서 형성된다. ‘좋은 대본으로 나쁜 연출이 나올 수 있지만, 나쁜 대본은 절대 좋은 연출을 낳지 못한다.’ TV 대본은 작가가 믿고 있는 연출자에게 보내는 메모이다. 거친 암호 같은 것이다. 그러나 대본만 보고 의심하는 방송사 간부들은 왜일까? 상상력의 결핍이 첫째이고, 편견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심의라는 이름으로 조여오기도 했다. 나는 하루에 편견을 500개씩 버렸다. 용서한다. 용서는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 대한 종속적인 관계를 끊어버리는, 능동적으로 자기 자신을 해방하는 행위다. 내가 용서하지 못하면, 나는 나에게 상처를 준 사람에게 지속해서 지배를 당하며 그의 통제를 받게 된다. 용서는 자기해방이다. 그 용서는 피보다 진했다. 그러나 괴롭고 불쾌한 일은 오래도록 왜 잊히질 않나? 행복했던 날은 쉽게 희미해지는데… 그때, 연극계 출신 Y 부장은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나왔다.
“연극적이다. 말장난이다. 번역극 같다.”
Y 부장에게 정색하며 답변했다. 단호했다.
“이것은 이 시대의 민족 풍속도이다. 오늘을 사는 서민의 삶을 이만큼 극적으로 그려낼 사람 어디 있나?!”
‘바르게 사는 사람’을 이야기할 때의 ‘바르게’라는, 다른 측면의 의도도 갖는다. 바르게 사는 사람은 용기 있는 사람이다. 삶 앞에, 문제 앞에 용기 있게 서 있는 사람이다.
김상열 대본은 탁월한 입담으로 가득하다. 김상열 대본은 80년대 언어 감각으로 21세기를 달리고 있었다. 오늘 읽어도 신선하다. 시어(詩語)들이 넘쳐나고, 사물의 객관묘사가 냉철하다.
‘얼마나 자주 하늘을 올려다보아야 사람은 진정 하늘을 볼 수 있을까, 얼마나 많은 귀를 가져야 타인의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 얼마나 더 많은 사람이 희생되어야 죽음을 알게 될까, 친구여, 그것은 바람만이 알 수 있다네.’

김상열 작가의 〈수사반장〉은 유신 시대에 시작하여 10·26과 12·12쿠데타 그리고 5·18민주항쟁을 관통하고 TV 컬러 시대를 맞고 있었다. 시대의 변화에 조응해야 한다. 인정 수사극에서 사회 수사극으로 전환해야 한다. 사회극의 첫 번째 덕목은 범행동기를 분석하여 사회발전을 꾀해야 한다. 범죄가 일어나게 된 환경, 사회적 구조, 인과관계, 특히 범인의 성장 과정이 분석되어야 한다. 그것만이 2차 3차 범죄를 막아내고, 환경을 개선하고 사회발전과 인류구원을 한다는 간단한 원리를 ‘범행동기’에서 풀어내야 한다.

미국 수사드라마 를 정착시킨 최고의 프로듀서 ‘제리 브룩하이머’의 무용담은 눈물겹다. 새로운 과학형 수사물 시놉시스 한 권을 들고 철옹성 같은 지상파의 문을 두드린다. ‘콜롬보’ 스타일에 취해 있던 지상파는 자본 논리에 빠져 시청률욕망의 칼을 휘두른다. 방송사를 바꿔 가며 설득하는 과정은, 그가 천하를 호령하던 최고의 기획자라는 걸 모르는 듯했다. 기존수사극의 전형을 깨고 틀을 바꾼다는 것은 시대적 트랜드는 물론, 한 나라의 문화를 바꾸는 일이다. ‘과학수사’를 드라마와 사건 현장에 안착시킨 프로듀서의 공헌은 시사하는 바 크다.

방송가는 서로 인정하지 않는 구조적 모순을 안고 있다. 1980년대의 MBC 드라마는 특히 모순적이다. 라디오 출신과 연극계 출신 그리고 TV 출신이 한 울타리에서 살아야 한다, 더욱이 TV 출신 연출자는 KBS, TBC에서 온 PD들과 MBC-TV 개국 때 공채로 들어온 PD들이 뒤섞여 있다. 보이지 않는 갈등이 심하다. 70년대 입사한 새로운 PD, ‘제3세대’들은 또 다른 어려움이 있다. 과제가 있다. 새로운 질서를 구축해야 하고, 새로운 영상 문법을 창조해야 한다.
김상열 작가는 구조적 모순을 이해하고, 새로운 문법을 창안하는 데 착안하고 이바지했다.
누굴까. 맨 처음 쇠를 구워보자고 생각한 사람은… 정교하고도 힘찬 손놀림으로 불과 냉수 사이를 오가며 시커멓고 번들거리는 철기시대를 연 사람들이 여기 있다.

‘아마데우스’는 궁중 악장 ‘살리에리’의 참회를 진실하게 그려서 영화의 완성도를 높였다.

김상열 작가는 빠른 말만큼 글도 빨랐다. 미래 속에 살고 있었다. 그는 잘 때도 또렷한 잠꼬대를 한다. “스탠바이, 큐” 두 차례의 세계 일주 때 같은 방에서 자다가 깜짝깜짝 놀라곤 했다. 그것은 깨어있는 의식의 또 다른 표출이다. 극본도 그렇다. 미래 화법. 21세기형이다.
오늘도 ‘모짜르트’는 세계적 현재형이지 않은가. 지금도 독일에서 보내온 24시간 라디오 “Klassik Radio "Pure Mozart”를 듣고 있다.
그 짧은 생애에 그렇게 무궁무진한 작품을 완성했단 말인가.
우리에게도 대표적 현재형 드라마가 있다.

〈구경꾼〉 봄눈이 녹아 질퍽한 이대 앞에서 등록금을 내러 버스에서 내린 소녀는 칼 든 강도에게 입학금을 갈취당한다. 소녀는 죽기를 각오하며 매달려 끌려가지만, 거리의 시민들도 상점의 상인들도 나서지를 못한다. 끝내 소녀는 칼에 난자당하고 숨진다. 수사반장이 사건 속으로 뛰어들었다. 살인강도의 단서를 잡을 수 없다. 현장에 도착하여 탐문을 벌이는 수사반장 최불암의 분노가 하늘을 찔렀다.

‘방관자 효과’ 주위에 사람이 많을수록 책임감이 분산되어 도와주기를 주저하는 현상이다. 1964년 뉴욕 주택가에서 ‘키티 제노비스’라는 여성이 칼에 찔려 죽었다. 이 사건은 〈뉴욕 타임스〉에 ‘살인을 목격한 38명은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다’라는 제목으로 기사화되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방관자 효과’는 이 피해자 제노비스의 이름을 따서 ‘제노비스 신드롬’이라고도 불렸다. 〈수사반장〉 첫 장에 〈구경꾼〉을 싣는 이유가 깊다.


목차


들어가는 말 / 고석만

구경꾼 13
함정 49
하얀 가면 83
저택의 귀뚜라미 121
소리 없는 여름 159
울릉도 갈매기 193
서릿발 239
삼복의 개 273
만조 307
장마 343
함 오는 날 375
황혼 409
동전 445

부 록
주요 연보 485
수상 경력 490
서울연극제 참가 및 수상 목록 491
주요 작품(장르별) 목록(작 ㆍ 연출) 492
공연작품 연보 494
劇團 架橋 공연 연보 (김상열 편) 503
극단 현대극장 공연 연보 (김상열 편) 508
극단 신시(神市) 공연 연보 510
작고 후 공연된 작품 목록 512
김상열 희곡집 수록 목록 516
김상열연극세계 재조명 520
김상열연극상 · 김상열연극장학금 522

편집후기 : ‘금낭묘계’, 거기, 여기 … / 한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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