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규 작가의 첫 소설집 『실전, 모국어』는 2017년 등단 이후 발표한 작품과 신작으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수록작 6편의 소설 속에 자신의 분열된 자아를 담아내고 있다고 진술한다. 이 책에서 작가는 서술자의 말하기를 독특한 소설의 장치로 활용하고 있다. 「실전, 모국어」에서는 ‘나’의 ‘거짓말’을 다루며, 「매일 죽고 싶다던 복만 씨에게」에서는 ‘고백’이라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거짓말’은 사실과는 다른 것을 사실처럼 꾸민다는 점에서 은폐의 화법이며, ‘고백’은 감추어두었던 것을 드러내는 말하기라는 점에서 거짓말과는 대조를 이룬다. 그런데 양정규의 소설에서 각각의 말하기는 또한 역설적인 움직임을 함께 펼친다. 표제작 「실전, 모국어」에서 모국어는 국적, 피부색 뿐 아니라 사상과 정체성까지 드러낸다. 한국인으로서 미국에 살면서 한국어도 영어도 잘 못하는 인물을 통해 어른들의 위선적인 말과 행동 그리고 본성이 어떻게 투영되고 또 발현되는지 표현하고 있다.
문학이라는 경이(驚異)를 기록(記錄)한다는 의미의 ‘경.기.문.학驚.記.文.學’ 시리즈는 경기문화재단 전문예술창작지원 문학 분야 선정작 시리즈이다. 26인의 선정작 시리즈 경기문학은 소설집 10권, 시 앤솔로지 1권으로 구성돼 있어 신진부터 중견까지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특유의 문장과 스타일로 저마다 서로 다른 삶의 질곡한 순간들을 담아내고 있다. 경기문학 선정작 시리즈를 통해 동시대 문학의 다양성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