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동일 작가의 소설집 『진실의 조각』에는 3편의 연작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진실의 조각」은 그 ‘기억’조차도 의심하며 잃어버린 ‘나’의 진실을 갈구해가는 여정의 환상 서사다. 여로형 구조를 취하는데, 현재의 결여된 것,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내적 욕망이 이 여행들을 이끄는 동력이 되고 있다. 사회적 가면에 대한 우화처럼 읽히기도 하고, 병증에 대한 심리적 실재를 파헤치는 분열증의 리얼리즘으로 읽히기도 한다. 작가 임동일은 ‘가면의 도시’를 배회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앞으로도 더 연재해갈 것 같다. 그의 작업에서 ‘가면의 도시’는 가상, 환상의 차원을 통해 제시되면서, 오늘날의 현실 세계의 가면성을 드러낼 것이다. 그 안에서 가면은 관계와 인식의 차원을 변화시키는 하나의 막으로 존재한다. 이 가면의 막을 통과하며, 여기의 서사는 저기의 서사로 이어지는 것이다. 임동일의 소설 「마지막 임무」는 “지난한 전쟁 상황에서 비윤리적인 임무를 맡게 된 개인”을 통해 “윤리적 갈등과 고뇌, 전쟁과 인간성의 본질을 탐색하는 이야기”이다. ‘가면의 도시’라는 연재물의 전모가 다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작가가 택한 연작소설이라는 과정적 형식도 흥미롭다. 연작형식이라는 것은 닫혀 있으면서도 열려 있는 형식적 특징을 보인다. 시리즈성의 유기적인 형식에 기반한 ‘내부적 강제’가 연작 전체에 작동하면서 각개 작품의 미완적 불연속성들은 ‘외부적 개방’을 지향하는 형태다. 이 두 가지 형식적 방향이 연작소설 내에서 교차하고 충돌하면서 인간에 대한 태도나 세계에 대한 인식 같은 내용적 가치의 향방도 드러나게 된다.
문학이라는 경이(驚異)를 기록(記錄)한다는 의미의 ‘경.기.문.학驚.記.文.學’ 시리즈는 경기문화재단 전문예술창작지원 문학 분야 선정작 시리즈이다. 26인의 선정작 시리즈 경기문학은 소설집 10권, 시 앤솔로지 1권으로 구성돼 있어 신진부터 중견까지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특유의 문장과 스타일로 저마다 서로 다른 삶의 질곡한 순간들을 담아내고 있다. 경기문학 선정작 시리즈를 통해 동시대 문학의 다양성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