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작가 서성란은 1996년 《실천문학》으로 문단에 데뷔한 이후 주로 고통과 상실 그리고 글쓰기의 문제를 다룬 작품들을 다수 발표했다. 서성란의 이러한 글쓰기 경향은 최근 수년 간의 작업에서 더욱 두드러지고 있는 듯하다. 장편소설 『풍년식당 레시피』(2014), 소설집 『침대 없는 여자』(2015) 그리고 장편소설 『쓰엉』(2016)과 『마살라』(2019)로 이어지는 서성란의 최근 행보는 장애인, 죽음 앞의 노인·인지증(치매) 노인·실어증 환자를 비롯한 병든 자들(『침대 없는 여자』), 결혼이주여성, 소설가 지망생처럼 우리 사회에서 소외된 자들을 응시하고 껴안으려는 문학적 시도를 하며 ‘사회적 성원권(成員權)’의 문제를 환기하고자 하는 작업이었다고 요약할 수 있다. 이번 신작 소설집에 수록된 「유채」와 「좋은 어머니들」은 자식의 죽음(「유채」) 또는 죽음 앞의 어머니와의 이별(「좋은 어머니들」)을 다루고 있는 작품들이다. 한마디로 말해 애도(哀悼) 문제를 다룬 작품들이라고 할 수 있다. 실상 애도 문제는 문학의 유구한 테마였으며, 앞으로도 문학이라는 양식이 존속하는 한 유구할 것이다. 그만큼 애도 혹은 ‘좋은 이별’의 문제는 문학을 비롯한 예술의 유구한 테마였노라고 할 수 있다.
문학이라는 경이(驚異)를 기록(記錄)한다는 의미의 ‘경.기.문.학驚.記.文.學’ 시리즈는 경기문화재단 전문예술창작지원 문학 분야 선정작 시리즈이다. 26인의 선정작 시리즈 경기문학은 소설집 10권, 시 앤솔로지 1권으로 구성돼 있어 신진부터 중견까지 작가들의 개성 넘치는 특유의 문장과 스타일로 저마다 서로 다른 삶의 질곡한 순간들을 담아내고 있다. 경기문학 선정작 시리즈를 통해 동시대 문학의 다양성을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