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전 손택
Susan Sontag
(1933-2004)
1933년 1월 16일 뉴욕의 유대계 집안에서 태어났다. 애리조나 투손에서 유년기를 보냈고, 로스앤젤레스에서 고등학교를 다녔다. UC버클리에서 봄 학기를 마치고 시카고대로 편입해 학문의 세계에 발을 들이고, 1950년 필립 리프와 결혼한다. 아들 데이비드 리프를 출산한 후 코네티컷대와 하버드대에서 학업을 이어간다. 옥스퍼드대, 소르본대에서 연구년을 보내고 돌아온 1958년, 필립 리프와의 결혼생활과 아카데미에 갇힌 삶을 청산한다.
1962년 『파르티잔 리뷰』에 에세이를 발표하고 이듬해 첫 소설 『은인』을 출간하면서 정신의 삶과 문학적 야망을 위한 ‘수전 손택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초기 대표작으로 꼽히는 『해석에 반대한다』에 이어 『사진에 관하여』와 『은유로서의 질병』까지 미학과 정치, 감정의 스타일과 파토그래피를 아우르는 일련의 에세이들은 명성과 아우라라는 강력하고도 복잡한 영향력을 그에게 안겼다. 폴란드 계엄령 공개 비판, 아메리칸 펜 클럽 위원장으로 벌인 수많은
구명운동, 내전 중인 사라예보에서의 「고도를 기다리며」 연출, 부시의 이라크 침공 비판 등에서 손택은 그 영향력을 유감없이 활용하여 아방가르드 비평가, 정치적 급진주의자, 실천하는 문학가로서 소임을 다하고자 했다. 탁월하고도 열정적인 독자로서 롤랑 바르트, W. G. 제발트 등 비영어권의 수많은 작가를 세계에 알리는 데도 이 명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마리아 아이린 포네스, 니콜 스테판, 루신다 차일즈, 애니 리버비츠 등 빛나는 여성 예술가들의 연인이었고, 새로운 세대와 대중문화의 열렬한 옹호자였으며, 세월을 거슬러 배우고 사유한 ‘최후의 지식인’이었다.
『타인의 고통』을 끝으로 아홉 권의 에세이집, 네 권의 장편소설과 한 권의 단편집, 몇 편의 영화 시나리오와 희곡, 완성되지 못한 수많은 프로젝트를 남기고 2004년 12월 28일 타계했다. 사후 에세이집 『문학은 자유다』와 두 편의 일기 『다시 태어나다』 『의식은 육체의 굴레에 묶여』가 출간되었다. “20세기 문단에서 가장 찬양받는—그러나 동시에 가장 평가가 엇갈리는—존재”(『뉴욕 타임스』)라는 평을 받는다. 전미도서상, 독일출판협회 평화상, 아스투리아스 왕세자상을 수상했다.
두 권으로 만나는
수전 손택의 삶과 시대
『수전 손택―영혼과 매혹』
수전 손택이 세상을 떠난 2004년 12월 28일 아시아를 강타한 쓰나미 보도와 함께 그의 부고가 서구 언론에 대서특필됐다. 기사들은 최상급 표현으로 가득했다. “아방가르드에 대한 열광적 지지, 그에 못지않게 열광적인 정치 선언으로 20세기 문단에서 가장 찬양받는—그러나 동시에 가장 평가가 엇갈리는—소설가, 에세이스트, 비평가 수전 손택이 거주하던 뉴욕 맨해튼에서 어제 아침 숨졌다.”(『뉴욕 타임스』) 국내 언론도 일제히 손택의 타계 소식을 전했다. 초기 대표작 『해석에 반대한다』를 시작으로, 손택의 저작이 한국에 소개되기 시작한 지 고작 2년 만이었다. “‘대중문화의 퍼스트레이디, 새로운 감수성의 사제.’해박한 지식과 비판적 관점으로 정치와 사회, 예술평론 저작을 내놓으며 미국은 물론 전세계 지성인들의 관심을 끌었다.”(『한겨례』) “뉴욕 지성계의 여왕이라 불렸던 작가이자 평론가.”(『한국일보』) “행동하는 미 지성.”(『동아일보』) 그가 남긴 글들은 생전부터 사후인 지금까지도 “대학원 세미나에서 대중문화 잡지에까지 어디서나 거론되는 동시대의 정본”으로 통했다. “해석이란 지식인이 예술작품에 가하는 복수다.”(1966) “다 같이 슬퍼하자. 그러나 다 같이 바보가 되지는 말자.”(2001) 초창기부터 만년에 이르기까지 손택이 남긴 금언은 예술에서 정치에 이르는 광범한 분야에서 변함없는 무게로 지금껏 널리 인용된다.
그러나 어떤 기사도, 가장 훌륭한 프로파일도 수전 손택이라는 인물figure, 그리고 인간human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한다. 바로 여기에 손택을 상징하는 지성의 아우라, 삶의 열정과 학식에 대한 열망, 관습에 저항하는 저항적 범주, 내면의 양면성과 복잡성이 있다. 스스로를 열광적인 탐미주의자이자 엄격한 도덕주의자라고 말한 손택은, 엄격한 지성주의intellectualism에 입각해 전후戰後 비평계가 공유하던 틀을 깨부수고 기존에 확립되었다고 믿었던 분류를 전복하며 일평생 날카로운 질문과 결정적인 금언으로 세계를 놀라게 했다. 고급과 저급, 젊음과 늙음, 여성과 남성, 예술과 예술 아닌 것 따위의 경계를 무화한 재범주화 작업은 도어스와 「토이 스토리」를 향유하면서도 바르트와 정신의 삶을 논하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그리고 그것이 얼마나 관능적일 수 있는지를 전 세계에 보여주었고, 생각을 한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신나고 흥분되는 일인지를 증언했으며, 수많은 예술인 구명운동과 반전운동, 체제 비판으로 그것의 가치를 대담하게 밀어붙임으로써, 뉴욕 지성계의 매혹을 상징하는 인물이 되었다. 손택의 삶은 20세기의 수많은 중대한 사건들이 일어났던 바로 그곳에서 펼쳐졌다. 쿠바 혁명이 시작되었을 때, 베를린 장벽이 붕괴할 때, 베트남에 포탄이 떨어질 때, 이스라엘이 화염에 휩싸일 때, 사라예보가 내전에 휘말릴 때, 세계무역센터가 무너져내릴 때……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각성이 일어나고 새로운 문화가 창조될 때.‘지금 여기’의 대응적 시공간으로서 ‘그때 거기’에서 수전 손택이 보여준 가공할 존재감과 영향력은 오늘의 세계에 무엇이 부재하는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금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수전 손택―노련하고 탁월한, 매혹적이고 강력한 비판적 지식인―을 필요로 한다. 정치와 선동, 극우주의와 반지성주의, 질병과 의료, 예술과 자본, 취향과 스타일, 페미니즘과 섹슈얼리티, 명성과 영향력에 관한 수전 손택의 통찰은 현대 세계를 이해하는 필수적인 안내로서도 여전히 유효하다.
글항아리는 두 차례에 걸쳐 수전 손택의 삶과 시대를 오늘의 독자에게 소개한다. 첫 책 『수전 손택: 영혼과 매혹』은 독일의 비평가 다니엘 슈라이버가 손택 사후 펴낸 첫 평전으로, 손택의 일대기를 중요한 분기점에 따라 연대순으로 그리며 그가 되고자 했던 문학가이자 지식인으로서의 삶을 하나의 프로젝트로서 조명한다. 다방면에서 활동한 수전 손택의 작업 목록이 정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은 물론, 수전 손택 프로젝트에 일조하거나 참조되었던 당대 지성과 뉴욕 보헤미안 세계의 지형도를 망라하며 균형 잡힌 시선으로 생애와 업적을 갈무리한다. 2020년 퓰리처상 수상작인 두 번째 책 『수전 손택: 삶과 일』(근간)은 전기작가 벤저민 모서가 방대한 자료 조사와 함께 그동안 접근이 제한돼 있던 개인적 기록들과 이제껏 공적으로 손택과의 관계를 언급한 적이 없는 전 세계 수많은 사람을 직접 인터뷰해 20세기 지식인 중 가장 매혹적인 삶을 산 사람의 끝 모르는 복잡성과 눈부신 생애를 고스란히 담아내 ‘수전 손택 평전’의 결정판으로 불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