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현대문학의 이단아 나카가미 겐지의
강렬한 작품 세계를 여는 신호탄!
작가들의 젊은 시절에 쓴 초기 작품이 좋은 이유는
아직 정제되지 않은 욕구와 열정이 작품 속에서 들끓기 때문이다.
아직 자리 잡지 않은 문체가 춤추듯 널뛰기 때문이다.
아직 확립되지 않은 세계관이 마그마처럼 분출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선연하고, 격정적이다.
나카가미 겐지의 초기 작품집인 『18세, 바다로』 역시 그렇다. 작가의 말에 해당하는 에서 그 자신이 밝힌 것처럼,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인 열여덟 살에서 스물세 살 때까지 쓴 이 단편들은, ‘야들야들한 살을 지닌 젊은 작가의 작품집이다. 질서 따위는 무의미하다, 파괴로, 혼란으로’ 가득하다.
‘너무도 잔혹한 젊음’을 표현한 혼란스럽고 파괴적인 언어들이 해일처럼 밀려온다. 때로 그 언어들은 생경하고 의미를 이루지 않기도 해서, 의미를 찾는 것 자체가 무의미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읽는 이의 마음에 아름다운 비수처럼 꽂혀, 넘실대는 언어의 바다에서 허우적거리게 한다.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 나카가미 겐지의 소설집!
나카가미 겐지는 일찍 세상을 떠나 그 작품 세계를 완전히 꽃피우지는 못했지만, 살아 있는 동안 압도적이고 강력한 작품 활동을 했다. 1974년, 사생아로 태어난 주인공의 복잡하게 얽힌 가족 관계와 고향의 강렬한 토속성을 소재로 쓴 「곶」을 발표, 이듬해에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그는 문단의 이단아이자 아이돌 같은 존재로 부상한다.
『18세, 바다로』는 그 이전, 그가 대학 진학을 목표로 고향을 떠나 도쿄에 올라왔음에도 입시는 치르지 않고 문학과 재즈와 술에 탐닉하는 한편, 1960년대 말에서 1970년대로 넘어가는 시대적 고뇌를 부둥켜안은 상태에서 동인지와 문학지에 시와 에세이를 발표하던 시절에 쓴 단편들을 묶은 소설집이다. 그야말로 작가의 문학 세계의 태동을 알리는 초기 작품들이기에 소중한 가치를 지니는 작품들인 것이다.
일본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천재적인 작가
나카가미 겐지의 강렬하고 아름다운 세계
1976년 「곶」으로 전후 세대 최초로 아쿠타가와상 수상
1977년 『고목탄』으로 마이니치 출판문화상, 예술선장 신인상 수상
「18세」 1965년에 발표된 비틀스의 ‘미쉘’ 가사로 시작되는 이 단편은, ‘미쉘’의 가사와는 달리 조금도 조화롭지 못하다. 현재의 나른함과 과거 어린 시절의 위태로움과 죽음에의 공포가 교차하는가 하면, 모순과 거짓말로 치장된 어른들의 세계를 향한 저항의 외침과 ‘무슨 짓을 해봐야, 착하게 굴어봐야 소용없다’는 젊음의 무력감으로 낮게 가라앉아 있다.
「JAZZ」 끝없이 빠져드는 늪 같은 재즈에 몸을 맡기고 건강한 몽상에 젖는 젊은이들의 초상을 그린, 산문시에 가까운 작품이다. 재즈의 선율을 따라 미친 듯이 춤추는 언어는 이해해야 할 것이 아니라 감응해야 하는 것으로 존재한다.
「다카오와 미쓰코」 유일하게 스토리가 있는 작품으로 영화화되기도 했다. 수면제에 절어 사는 다카오는 돈이 떨어지자 미쓰코와 ‘동반자살미수업’이란 일을 해서 돈을 벌려고 한다. 그러나 그 끝은 말 그대로 ‘동반자살’이었다. 작품 안에서 제시되는 ‘블랙 유머’ 같은 아이러니한 죽음이 화자인 젊은 보스를 짓누른다.
「사랑 같은」 스물한 살 대학생의 일상에 파고든 강박적이고 그로테스크한 이미지가 ‘황금 손가락’으로 구현된다. 학교가 데모에 휩싸여 학생으로서의 일상은 무너졌는데, 굳이 문 닫힌 학교에 오가면서 일상의 굳건함을 믿으려는 주인공의 사유가 장황하게 연출되다, 그토록 강박적으로 수용하려 했던 ‘황금 손가락’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한낱 상품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전의 해학성에 화자는 눈물까지 흘리며 킬킬 웃는다.
「불만족」 추적추적 내리는 비를 배경으로 정처 없이 걸어가는 나의 독백과 다른 나인 ‘나’와의 대화로 구성된다. 나는 ‘나’를 주인공으로 해학적이고, 비 내리는 아침 같은 하얀 색채를 지닌, 저항으로 가득한 소설을 쓰려는가? 하고 자문하지만, 빗소리에 섞여 ‘언어는 무의미하다’는 중얼거림이 낮게 깔린다.
「잠의 나날」 불 축제에 참가하기 위해 고향으로 내려온 나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불 축제는 어엿한 사내가 되기 위한 통과의례 같은, 남자들의 축제다. ‘충분히 분별력 있는 어른도 아니고, 그렇다고 소년도 아닌 스물세 살’의 나는 고향을 떠나기 전에 제 손으로 목숨을 끊은 형의 죽음을 재연하면서, 형을 증오하고 그의 죽음에 안도했던 열두 살 당시의 거짓 없는 감정과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았던 열여덟 살 때의 자신을 반추한다.
「바다로」 바다 앞에 무릎 꿇은 나는, 원점이며 피이며 광기이며 유일한 타자인 바다, 나 자신인 바다와의 거대한 합일을 이루고 정화된다. 작가의 내발적인 힘과 시대 사조와의 다툼이, 이 「바다로」라는 작품을 구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다툼의 소리가 순수하게 울리는 점이 「바다로」의 매력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