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차에 앉아 있는 아이 뒤에서 헤드뱅잉을 하고, 농구 골대에 슛을 던지고, 펀치 기계에 있는 힘껏 몸을 날리는 엄마. 모두 배우 이미도가 자신의 SNS에 ‘엄마의 개인생활’이라는 해시태그와 함께 올린 사진들이다. 그의 파격적인 육아 일상은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할 만큼 연일 화제가 되었다. 특히나 아이에 대한 희생과 헌신, 모성애만을 강요받아온 수많은 여성들에게 이 독보적인 캐릭터의 등장은 카타르시스 그 자체였다.
전 세계 여성 독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로코 작가의 화끈한 육아 에세이
저 멀리 영국에도 이처럼 확실한 존재감과 매력을 뿜뿜하는 엄마가 있다. 매사에 흥과 열정이 넘치던 로코 작가 수지. 그가 임신 후 가장 먼저 한 일은 ‘앞으로 남편이 말을 안 들으면 머리통을 박살내 버리겠다’는 다짐이었다. 하지만 이렇게나 파이팅 넘치던 그도 점차 죄책감에 시달린다. 미친 듯이 육아서를 찾아 읽었지만 아이는 뜻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남편은 타들어가는 속도 모르고 농담이나 던졌다. 우는 아이를 안고선 카시트 하나를 설치하는 일에도 진땀을 빼야했다. 다른 엄마들은 잘만 하는 것 같은데 왜 나는 늘 이 모양 이 꼴인지. 모자란 엄마라는 생각에 하루에도 수십 번씩 울었다. 그러다 마침내 분노에 휩싸였다. 겪어 보니 보였으니까. 임신, 출산, 육아에 관련된 얘기들 중 얼마나 많은 거짓말이 존재하고 그것에 수많은 여성들이 속았는지! 엄마들을 얼마나 쓸데없는 자책에 빠지게 만들었는지! 그리하여 전 세계 여성들을 위해 자신의 겪은 진실들을 폭로하기로 결심한다.
육아 ‘카더라’에 대한 솔직하고 유쾌한 반기!
아이를 낳으면 모성이 생긴다? 진통이 왔다. 초반에는 그리 심하지 않아 남편과 함께 천진하게 출산을 기다렸다. 그러나 눈앞에 섬광이 번쩍이기 시작하면서 이후의 장면은 토막토막 이어졌다. 끊임없이 토를 하며 느꼈던 수치심과 더 큰 공포를 몰고 온 조산사의 한마디만이 맴돌았다. “이건 진통이 아니에요. 유도분만 좌약 때문에 가진통이 온 거예요. 아직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어요.” 무자비한 고통에 정신이 나갈 때쯤 배 속이 씻기는 기분이 들며 아이가 태어났다. 그토록 기다리던 순간! ‘조금 피곤하지만 이 귀중한 새 생명에 푹 빠져버렸지 뭐야’라는 미소를 지으며 아이를 바라볼 줄 알았다. 그러나 딸의 첫인상은 피가 덕지덕지 묻은 거대한 구운 감자 같았다.
모유가 최고다? 모유수유를 시작하며 젖꼭지는 부어오르다 못해 너덜너덜해졌다. 말 그대로 피 흘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혼자 끙끙 앓아야 하는 것이다. 윙윙 거리는 유축기의 전동 펌프가 내는 기이한 당나귀 소리를 들으며, 유순한 젖소처럼 가만히 앉아 있다 찾아오는 현타는 덤이었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도대체 이 아픔은 언제쯤 사라지냐고 묻자 조산사가 말했다. “진짜 모유는 아직 나오지도 않았어요. 이건 초유예요. 아이를 굶기지 않으려고 나오는 식전 모유 같은 거죠.” 초유라니, 이건 또 뭐람. 진짜 모유가 나오면 어떻게 되는 거지? “모유가 나오게 되면 아기가 더 오래 먹겠죠. 그러니까… 지금보다 더 아플 거예요.” 오마이갓.
아이의 손에 딱딱한 병아리 콩을 쥐어줄 만큼 아무것도 몰랐던 초보 엄마는 자신이 쓴 에세이 속 거짓말에 완전히 속았다. 모든 것이 처음이었고, 매사가 불안했기에. 그리고 마침내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지나 수지는 자신만의 행복을 찾아낸 엄마가 되었다. 크림 듬뿍 올라간 핫초코 한 잔에서, 씩씩한 발걸음으로 학교 정문을 넘는 아이의 뒷모습에서 그는 지금 이 삶에 만족할 수 있는 이유를 스스로 찾아냈다. 수지는 말한다. 엄마들은 다들 자신만의 작은 드라마를 찍고 있다고. 모든 임신, 출산, 육아에는 각자의 이야기가 있고 주인공인 엄마는 모두가 다른 것이 당연하므로 누가 뭐라 해도 주눅 들지 말라고. 아이에겐 그저 행복한 엄마가 필요하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