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인에 있어 오랫동안 각자 스스로가 지녀왔던 사상이나 철학, 종교적 신념을 바꾼다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그러한 변화가 어떤 경제적 이유나 정치적 지위, 사회 문화적 급변요소들에 의한 불가항력적 요인에 의한 것이거나, 개인 스스로 사회에서의 생존을 위한 전략적인 변화가 아니라면 쉽게 바뀌지 않는 것 또한 분명한 현실이다.
흔히, 한 사회를 이해하는 척도로서 ‘문화 상대주의’를 거론한다. 말 그대로 상대방의 입장에서 그 문화를 이해하려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접근 방식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으로 인해 미개하다고 생각하는 민족이나, 생활방식 등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상대방의 문화를 더욱 존중하는 수용의 자세를 지닐 수 있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느 특정 종교에 대한 생각들이 부정적이고, 억업적이며, 폭력적이라고 판단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나는 이 종교와 사상에 대해 어느 만큼 알고 있기에 이러한 판단과 결론에 도달했는가 말이다. 그래서 저자는 생각(Thinking)이 아닌 재고찰(Rethinking)이라고 하지 않았을까!
무슬림 여성들의 히잡을 떠올릴 때 비무슬림권 사람들이라면 거의 반사적으로 떠올리는 이미지는 “억압, 폭력, 테러, 성차별”이라는 것에서 그리 많이 비껴가지 않을 것이다.
서구사회의 관점에서 바라본 히잡이 아니라, 실제 히잡을 착용하고 생활하는 여성들의 인터뷰를 통해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히잡 착용하는 여성은 자발적이며, 자신의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는 여성들이다.”
“히잡은 억압의 상징이 아니라 타인에 대한 배려에서 나오는 무슬림 여성의 올곧은 정체성의 상징이다.”
아울러 히잡은 남녀 간의 불필요한 접촉을 차단하여 여성들로 하여금 성적 대상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대우받는 느낌을 가져다준다는 것이다.
이제 내가 바라보는 무슬림에 대한 생각이나 편견을 잠시 내려놓고, 실제 히잡을 쓴 여성들이 느끼는 솔직한 감정과 그들의 생각에 귀 기울여 본다면, 이 짧은 책을 통해 분명 놀라운 발견을 하게 될 것이다.
우리는 그들을 평가하고 안다고 하면서 그들의 목소리에는 어쩌면 한 번도 귀 기울여 본 적 없는 방관자로서 무책임한 평가에 말 없는 동조를 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