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윤 작가가 10년 만에 펴내는 작품집으로 일곱 편의 중·단편을 묶었다. 그동안 현대와 역사를 아우르는 시대를 배경으로 생명의 존엄성과 삶의 유열을 치열하게 담아내는 작품을 발표해온 작가가 이번에는 집과 가족을 둘러싼 이야기를 통해 진정성 어린 서사를 들려준다.
「미리내, 그곳에 갔었다」는 여고 동창을 찾아가는 소설가의 일상과 그 시절의 이야기가 밤하늘의 은하수처럼 아련하고도 영롱하게 반짝인다. 「남편의 집」은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중편으로 혼인을 한 직후 남편을 여윈 은제의 가혹하면서도 의연한 짧은 일생이 시종일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구성과 문장의 흡인력으로 독자를 매혹 시키면서도 그 아픔의 강에 동참하게 만든다. 캐나다 콜럼비아 대학 교재로 선정된 「고리」는 저자의 대표작으로 빼어난 구성과 문체 미학의 분위기가 고스란히 전달된다. 「향기가 있는 집」은 문제의 땅을 둘러싼 이웃과의 갈등과 각자의 집 속사정을 격조 높은 세태소설로 형상화하고 있다. 무허가 컨테이너에 사는 을순 씨를 통해 우리 사회의 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무허가 컨테이너 집」은 옥신각신 살아가는 우리네 삶을 예리하게 조명하면서도 따뜻하게 보듬어준다. 표제작인 「남편이 있는 집 & 없는 집」은 이윤자 씨가 쓴 글이라는 액자 형식을 통해 던지는 가족에 얽힌 아픈 사연과 그것을 넘어서는 가족이 무엇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이 독자들의 가슴을 서늘하고도 애잔하게 만든다. 「김준수 기사 그의 위대한 배반」은 카센터 김준수 씨의 삶이 새삼스럽게 우리 주변을 살펴보게 하는 경각심으로 다가오는 작품이다.
이처럼 우리 인생의 진면목을 고스란히 증언하는 한상윤 작가의 소설집 「남편이 있는 집 & 없는 집」은 등장인물들의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내면을 통해 사생활이 가지는 사회성을 절묘하게 묘사하면서도, 그 사회의 개인성이 가지는 욕망을 통해 결핍을 재생하려는 사람 사는 세상의 진경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