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산책자이자 여행자
개는 자기 걱정을 하지 않는다. 개는 생의 휴가를 즐기는 중이다. 개는 언제나 존재의 산책자이자 여행자처럼 산다. 이런 개를 인간이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 부러움은 사랑과 경외로까지 나아간다. 물론 세상에는 불행한 개도 있고 신경질적이거나 소심한 개도 있다. 하지만 또 가장 학대받았던 동물이 개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개는 어지간한 주인만 만나도 태양을 향해 자라는 해바라기처럼 언제나 즐거움을 향해 돌진한다. 저자는 바로 이런 개가 누리는 즐거움의 기적을 이해하고, 가능하면 그로부터 배우기 위해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개의 명랑성에 대한 고찰을 필두로 개와 인간과 신이 서로를 사랑하고 미워하며 만들어온 역사의 면면을 살펴보고, 인간이 신에게 속하듯 개는 인간에게 속한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개의 신이자 주인이다. 그러므로 개를 지키고 보호하는 것은 인간의 소관이며,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개의 바보ㅣ짓을 용서함으로써 인간은 자기 자신을 용서하는 법을 발견하고 또 신에게 사랑받고 싶은 방식으로 개를 사랑한다. 결국 개는 불가해한 존재이며 삼라만상의 중심이 되어 균형을 잡아준다. 개가 없이는 어떤 문명이나 인류도 불가능했다. 개는 문명의 창조자이자 인간의 창조자다. 길들임을 통해 문명을 전파하는 위대한 존재이며, 역설적으로 그렇기 때문에 위대한 거세자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