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수덕 작가의 소설집 『그림쟁이 ㅂㅎ』가 출간되었다. 양수덕 작가는 200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에 시로 등단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고 시집 『신발 신은 물고기』 『가벼운 집』 『유리 동물원』 『새, 블랙박스』 『엄마』, 산문집 『나는 빈둥거리고 싶다』 등을 출간하였다.
소설집 『그림쟁이 ㅂㅎ』는 총 8개의 단편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인간에 대한 관심과 사랑, 삶의 자세를 모색하려는 작가의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는 시인으로 익히 알려진 양수덕 작가의 시적 세계관과 맥을 같이 한다. 양수덕의 시 세계는 늘 일관되게 세계의 한계성을 지적하면서 그것의 폐쇄성 또한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그의 사유는 섣부른 초월이나 종교적 귀의로 나아가지 않았고 시적 상상력을 통해 세계를 가로지르려는 문학적 시도를 계속해 왔다. 이번 소설집 또한 부조리한 세계에 맞서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는 문학적 여정이라 볼 수 있다. 양수덕 작가는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점을 지적하는 가운데, 현실로부터 초래하는 전미래적인 공포를 소설의 저변에 깔아둠으로써 우리가 외면해 온 문명사회의 이면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해설을 쓴 임지훈 문학평론가는 이번 소설집에 대하여 “기존에 보여 주었던 시적 사유로부터의 일탈”이 아니라, “사유가 방울짐으로써 탄생한 것”으로 평했다. 이는 “시라는 형식적 한계로 인해 보다 급진화, 구체화시킬 수 없던 사유들이 꽃 피듯 터져 나온 것”이라 할 수 있다.
양수덕 작가는 이 사회를 누구보다 냉철하게 바라보며 문제점들을 진단한다. 여기에는 어떤 온정주의나 휴머니즘도 없으며, 잘못의 원인은 문명 자체에 내부로부터 기인하고 있음을 고발한다. 인간의 눈과 귀를 멀게 하여 현대사회의 문제를 감추는 이데올로기적 위장을 냉철하게 지적하며, 삶의 이면에 도사린 파국의 경보들에 귀 기울이게끔 한다. 궁극적으로 이번 소설집이 보여 주는 통찰과 소설적 대안들은 단순한 공상에 머물지 않고 현실과 보다 밀접하고 긴밀하게 연결됨으로써, 우리의 무뎌진 죄의식과 자의식을 흔들어 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