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대반전 미스터리
오상근 작가의 장편소설 ‘폐광’이 도서출판 세시에서 출간되었다.
작가는 이미 공무원문예대상, 전북도민일보 신춘문예 당선, 여수해양문학상 대상 수상 등 화려한 수상 경력이 말해주듯 소설가로서 충실히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소설 ‘폐광’은 우리 역사의 아픈 기억을 중심축으로 하고 있다. 동족상잔이라는 우리 민족만이 짊어지고 가야 하는, 치유할 수 없는 기억을 한 가족이 겪어야 했던 시련과 갈등으로 묘사하고 있다.
작가는 말한다.
“ 소설 ‘폐광’은 무거운 이야기다. 읽는 이에게 저절로 심각한 표정을 짓게 하는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러나 저자의 의도는 오히려 가볍고 단순하고 간단하다. 이 소설을 읽는 이에게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지 그것만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소설을 썼다. 불과 7,80년 전 이 땅에 살았던 우리 부모님이나 조부모님들이 겪어야 했던 당시 현실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모질었는지를 보면서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가 얼마나 행복한지 느낄 수 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다. 그리고 더 바란다면 잊지 말자는 것이다. 늘 반복해서 들려주는 이야기이고 물릴 수 있지만 그래도 잊지 말자는 것이다. 지금 힘들다고 느끼는 현실이 사실은 얼마나 행복한 일상이며, 이 행복한 일상이 앞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참혹한 역사를 잊지 말자는 것이다.”
세계적 역사학자 E.H. 카는-역사란 역사가와 사실들 사이의 지속적인 상호작용의 과정이며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고 하였다.
지난 시간을 반추하며 옳고 그름을 따지거나 누구의 잘, 잘못을 가리는 것은 시대적 상황이 변하거나 가치관이 바뀌면 언제든지 변질될 수도 있고 호도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애환과 고통을 기억하는 것이며, 통한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소설에서 주인공 덕수의 소망은 아주 단순하고 소박하다. 땀 흘려 일하고 그 대가로 사랑하는 가족과 오순도순 정겹게 살아가는 것이다.
덕수는 그 작은 소망을 위해 아내 정순과 동호, 동숙, 동민과 함께 동굴에 살고 있다. 동굴은 덕수와 가족들에게 편안한 안식을 준다. 힘들었던 기억들은 흙으로 담을 쌓아 가둬버렸다. 불쑥불쑥 기억들이 담을 뚫고 현실로 나오려 하지만 덕수는 애써 그것들을 외면한다. 그러나 늘 불안에 떤다 힘들었던 기억과 관련된 어떤 현실이 언제 어느 때 가족들의 이 소소한 행복을 산산이 부서져버릴지 몰라 전전긍긍하는 것이다.
왜 덕수는 가족들을 데리고 동굴로 들어와 살까. 이 소설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수수께끼를 풀 수 있다. 동굴에서 살아가고 있는 덕수와 덕수 가족의 행복은 이어질 것인가. 소설 속에서 그들의 미래를 읽을 수 있다. 소설 뒷장을 넘기는 순간 무언가가 잠시 마음을 먹먹하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