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거기, 나그네 방황 끝나는 곳』에서 특별한 경험의 삶을 살아온 특별한 인간의 모습을 통해, ‘인간적인’것이 사라지고 존재하지 못하는 우리 삶에 경종을 울린 이원우 작가의 스물세 번째 작품집이다. 표제작인 「코로나에 엮인 내 죽음 우리 영혼」을 비롯해 총 아홉 편의 단편은 저자 특유의 입체적인 특별함이 살아서 코로나19의 고통스러운 시간을 살아가는 실버들의 현재를 생생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코로나에 엮인 내 죽음 우리 영혼」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코로나19의 시기에 ‘유해(遺骸)로 진화(?)하여 귀향해야 할 시기가 가까이 온’ 것 같은 화자의 죽음에 얽힌 사연과 영혼에의 사유가 담담하면서도 사뭇 진솔하게 마음을 파고 든다. 「세종대왕 화나겠다」는 평소 낙천(樂天)을 생활신조로 살고 있던 여든 살 실버넷 뉴스 기자 예춘자 씨가 코로나19의 고통 속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틀리기 쉬운 우리말과 외래어의 남용과 오용 때문에 세종대왕이 화내실 만한 현실을 고발한다. 「노무현과 황금심의 묘소」는 학교 교장 출신으로 오랜 시절 노인학교를 운영해온 이재현 씨와 그의 부인이 전국의 묘소를 찾아다니면서 생긴 이야기와 노무현 대통령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펼쳐놓는 20년 세월의 길몽과 흉몽이 섞인 이야기가 유수처럼 흐른다. 「가장 큰 한가지 同 자」는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의 일생과 일화를 돌아보며 우리 인생에서 가장 가장 큰 한가지 同 자 의미를 묻고 있다. 「전설의 개〔犬〕 사돈」은 1942년 임오생 말띠 김해구 씨와 그의 친구 이덕팔의 사연 많은 인생과, 개 사돈을 맺은 후의 기막힌 그들의 인생 반전을 통해 깨닫는 호사다마(好事多魔)의 교훈이 뼛속을 파고 든다. 「등단 그 잔인한 함수」는 문학이 삶의 목표인 전금순 여사가 개를 소재로 쓴 글과 등단에 얽힌 절박한 사연이 절절하게 문장 속으로 파고들어 읽고 난 후의 여운이 오래도록 숨으로 머물러 있다. 「저승으로 가는 감사패感謝牌」는 제대 반세기를 넘어 네댓 해를 더 보낸 예비역 이건풍 촌로가 오래전 이승을 떠난 사단장에게 감사패를 전하려는 그 마음의 빚이 절실한 호흡에 얹혀 독자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눈먼 돈 최종 향방向方」은 요동시(遼東豕)라는 아호를 가진 황보농 씨에게 ‘눈먼 돈’이 생기고, 분실하기도하고 극비리에 관리하는 이야기기에 웃음을 어금으면서도 인생의 절묘한 이면을 돌아보게 한다. 「0,125점 ‘장려상’ 파장」은 스무살에 교편을 잡은 후부터 기구한(?) 삶을 살기 시작하다가 교장 정년을 한 후 노년을 살아가는 독고찬의 삶에서 0,125점이라는 점수가 이만저만 크지 않은 인생의 전화위복이 되는 이야기가 노래 멜로디에 얹혀 명징하게 들려온다.
소설집 『코로나에 엮인 내 죽음 우리 영혼』은 코로나19를 견디며 살아가는 실버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형상화하면도, 하나같이 노래를 사랑하고 노래가 없으면 삶의 의미가 없는 인물들의 사연을 들려준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는 애잔하고 구슬프고 씩씩하고 때로는 감미롭다. 노래를 사랑하는 인물들의 노래 같은 인생 이야기는 코로나19의 국면에서 위로로 다가온다.
작가는 고집스럽게 외래어를 피하고, 일본식 표현과 일본말 찌꺼기를 멀리하였고, 문장은 될 수 있으면 서른다섯 자 안팎으로 꾸미고 있다. 또한 문장의 끝은 ‘다’로 끝나는 악습을 비껴가려 애써고, 지나치게 영탄에 취하는 자기모순을 피해간다. 작가가 이렇게 혼신으로 그려낸 코로나19에 묶인 아홉 명의 인물과 소재는 우리 소설에서 남다르게 만나는 읽기의 진경을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