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촘촘한 그물망처럼 펼쳐진 물을 뚫고서 갑자기 물고기가 뛰어올랐다. 한 놈인 줄 알았더니 여기저기서 화들짝, 포르르, 파르르, 오르고 내리고 오르고 내리면서, 깊은 곳에선 큰 물고기가, 얕은 곳에선 작은 물고기가, 저 혼자 아니면 여럿이서 마치 군무를 추듯이 뛰어오르고 있는 모양새였다.
“탈출하고 싶은가봐.”
“글쎄, 춤추는 거 아닐까.”
“아녜요. 저건 어디론가 달아나고 싶다는 뜻의 처절한 몸부림이에요.”
“처절한 몸부림 치곤 너무 눈부셔. 마치 당신 같이”
그랬다. 바들바들 눈시울 떨어야만 보이는 그것들은 어쩌면 그녀의 분신일지도 몰랐다. 물밖엔 아무 것도 없어보이던 물위로 불쑥 불쑥 솟아오르며 꼬리지느러미를 비트는 물고기들. 비틀 때마다 비늘 쓸리는 아픔을 감내하며 와그르르 깨어져 방울방울 낱낱이 곤두박질치는 물보라 알갱이들. 그들은 어쩌면 페르세우스를 기다리던 안드로메다의 눈물방울들일지도 몰랐다. 그 사슬 벗어나고픈 열망을 부추기던 거센 파도의 아우성일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