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P 레코드를 소재로
이처럼 풍요로운 음악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다니…
레코드 마니아부터 문외한까지 보는 ‘레코드 입문서’
LP 레코드의 기초 지식과 클래식 명반 감상법부터 사운드의 본질을 찾아 주는 포노 이퀄라이징의 놀라운 비밀까지…. 레코드 마니아는 물론이고 레코드음악을 들어 본 적 없는 레코드 문외한까지 매료시킬 만한 흥미진진한 레코드음악 가이드이다.
아날로그 레코드 시대에 태어나 디지털 미디어 전문가, 재료공학과 성악 등 결국 ‘레코드’라는 현대 음악산업의 총아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인생행로 끝에 이 검정색 동그란 판에 푹 빠지고 만 저자가 회현동과 세운상가, 용산 등지를 떠돌며 직접 ‘뜯고 씹고 맛본’ LP 레코드 음악의 정수가 담겨 있다.
레코드(음악)를 이해하는 통로이자 배경
이 책을 보면 두 번 놀라게 된다. 한 번은 레코드란 아날로그 매체가 지닌 오묘하고 풍요로운 매력에 놀라고, 그 다음은 레코드에 매료되어 돈과 시간을 아끼지 않는 저자의 열정과 해박함에 놀라게 된다.
재료공학도에서 성악도로, 미디어 전문가를 거쳐 다시 음악으로 돌아온 저자의 학문적·직업적 역정이 레코드와 레코드음악을 만나 비로소 활짝 피어난다. 공학과 예술을 넘나드는 저자의 지식과 경험은 레코드를 더 깊이 이해하는 통로와 배경을 제공한다.
왜 LP를 듣다가 CD를 들으면 불편한가? 미묘한 디테일과 악기들의 독특한 울림이 사라진, 지나치게 ‘소독된’ 음악이 재생되기 때문이다.
왜 저자는 CD는 LP에 비해 ‘그릇된’ 음악 정보를 전달한다고 주장할까? 고음역이 깨끗하게 들리는 CD는 (특히) 저음역의 음악 정보를 제대로 담지 못하는 반쪽짜리 그릇이기 때문이다. ‘양자화quantize’라고 불리는 디지털화 과정에서 저음역의 주파수가 아주 미세한 근삿값으로 바뀌는데, 그 순간 다른 음으로 변화된 저음이 화음과 어울리지 않게 되어 버린다. 배음倍音과 화음의 바탕을 이루는 베이스음이 변동되는 순간, 조화를 이루어야 할 음악의 구조는 기초부터 흔들리게 된다. 왜 이런 오류가 발생하는 걸까? …
저자의 예민한 감상과 탐색은 끝을 모르고 이어지고, 그 결과 명반과 명연주를 텍스트로 듣는 기이하고도 아름다운 경험을 이 책은 제공한다.
레코드, 어디서부터 어떻게 들어야 하나
이 책은 레코드 마니아의 단순한 음악 여정이나 클래식음악 소개서가 아니다. 이 책에는 레코드를 둘러싼 문화적·공학적·산업적 배경 지식은 물론이고, 실제로 레코드음악을 어떻게 구해서 들어야 하는지 LP 음악 감상의 A부터 Z까지 상세히 담겨 있다.
왜 CD보다 LP 레코드로 음악을 들어야 할까? LP 레코드가 전달하는 편안한 사운드의 근원은 무엇인가? 20세기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온 레코드와 레코드 플레이어의 역사, 세계 각국 음반회사들이 50년 넘게 벌인 치열한 사운드 전쟁, 진짜 명반이란 어떤 음반인가, 좋은 음반을 알아보는 방법은 무엇인가? 어디서 어떻게 구하는가? 레코드음악을 듣는 데 필요한 기기와 작동법은 무엇인가 …
그리하여 저자는 레코드 덕후로서 10년 넘게 쌓아 온 온갖 경험과 시행착오 끝에 알아낸 소중한 ‘비밀’을 독자들과 나누기로 결심한다. 그 비밀이란? 어떻게 보면 사소할 수 있는 레코드 사운드에 얽힌 비밀은 책 속에 담겨 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을 자극하는 행복한 책읽기
얼핏 이 책은 LP, 레코드로 듣는, 클래식음악에 관한 책처럼 보인다. 그러나 저자가 안내하는 음악의 세계는 LP 레코드로 가두어지지 않고, 클래식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클래식은 물론이고 팝송과 가요에 이르기까지, 레코드로 들을 수 있는 모든 음악을 이 책은 듣고 읽고 응시한다.
음악과 음반의 역사를 망라한 저자의 종횡무진 음악 여정을 좇다 보면, 어느덧 음악의 한복판에 들어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달까. 당장이라도 종로 세운상가로 달려가 턴테이블과 카트리지와 스타일러스를 ‘긁고’ 싶어진달까. 국내외를 통틀어 어느 누구도 풀지 못한 레코드음악 사운드의 비밀에 대한 키key는 차라리 덤으로 느껴진다.
음악과 음반에 대한 깊은 공감을 선사하는,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지는 음악 또는 사운드 사용설명서의 마지막 문구는 이러하다. Vox Secreta. 사운드의 비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