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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상

미미상

  • 권정현
  • |
  • 나무옆의자
  • |
  • 2020-07-03 출간
  • |
  • 172페이지
  • |
  • 준비중
  • |
  • ISBN 979116157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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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사랑이 떠난 자리에 ‘그것’이 들어왔다
나는 이제 그것을 사랑하게 되었다
이별이란 “더는 한 존재와 눈을 맞출 수 없다는 슬픔, 더는 그 존재와 이 골목에 대하여, 이 나라에 대하여, 함께 밥을 먹는 기쁨에 대하여 말할 수 없다는 불안, 영원히 침묵해야 한다는 암담함, 두 사람 사이에 생겨난 언어의 영혼이 상실되고 그동안 쌓아 올린 말의 탑들이 무너져 추락을 거듭할 운명을 받아들여야만 하는 현실”이다. 그러니까, 누군가와 헤어져서 슬픈 게 아니라 밥을 먹고 대화하고 산책하고 살을 맞댈 대상이 사라져서 견딜 수 없는 것이다. 학원에서 물리를 가르치는 강사이자 소설가인 ‘나’는 이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에 상심하여 헤어진 연인 ‘달’의 집 앞을 배회하다 골목 언저리에서 해골을 만난다. 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그것을 무언가에 사로잡힌 듯 발굴하여 집으로 데려가 씻기고 침대에 눕힌다. 그렇게 한 여자가 가고 다른 무엇이 그의 방을 채운다.
그의 방에서 그의 일부가 된 해골은 존재 자체로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조금씩 제 영역을 넓혀간다. 어느 날 그는 금속 막대로 해골의 가슴뼈 하나를 퉁겨본다. 믿을 수 없이 맑은 소리가 난다. 사랑해! 하고 뼈가 말한다. 그는 해골에 골(GOL)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이름을 부여 받자 골은 갑자기 인격을 지닌 존재가 되어 그와 마주한다. 그는 어느 순간 자신의 존재를 비추는 골을 사랑하게 되며, 골의 몸에 조금씩 살이 붙고 관절이 생기고 피가 흐르는 것을 느낀다. 그는 다시 달을 만나는 일 따위는 없을 거라 다짐하며 골을 끌어안고 차가운 입술에 입을 맞춘다.

골을 안고 골에 입을 맞추고 골과 대화를 하는 날이 많아질수록 가슴 한쪽에서 불안감이 자라났다. 그럴수록 나는 그것에 집착했다. 매일같이 골의 몸을 씻고 텅 빈 하관으로 물을 넘기고 흰 손목을 꽉 움켜쥐며 온기를 확인하기 위해 애썼다. 꿈인 듯 생시인 듯 가슴으로 안겨오는 감촉을 느끼다가 놀라 눈을 번쩍 뜨기도 했다. (147쪽)

이러한 그의 집착은 자신의 몸짓에 아무 반응이 없는 골을 향한 횡포로 이어진다. 그는 자신의 열띤 마음과 달리 어떠한 말도 행위도 하지 못하는 골이 갑자기 보기 싫어져 골을 내팽개친다. 이제 골을 원래 자리로 보내야 할 때라고 생각한 그는 새벽에 골을 업고 달의 집 골목으로 향한다.

우리 모두 몸속에 해골 하나씩을 숨기고 있다
해골은 화자의 집착과 미망이 만들어낸 환영일까. 이제껏 그를 떠나간 여자들의 귀환일까. 역설적으로 해골은 집착으로부터 벗어나 있는 존재다. 까마득한 세월을 견뎌 화자에게 발견된 해골에게는 기억이 없다. 살아 어떤 사랑을 하고 어떤 슬픔과 기쁨을 맛보았든 해골의 과거는 오래전에 해골과 분리되었다. 수많은 질문과 기호를 숨기고 있는 해골은 보는 이에게 일차적으로 죽음과 체념을 상기시킨다. 우리 모두가 몸속에 해골 하나씩을 숨기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의미로 모두 똑같이 퀭한 죽음을 품고 살아간다는 뜻인지도 모른다.
어찌 됐든 화자에게 해골은 떠난 자들이 남겨놓은 그리움, 그들이 남기고 간 흉터를 지워내는 구실을 한다. 그러다 해골이 자신과 하나가 되었다고 생각했을 때 그는 그것을 처음 있던 자리로 돌려놓기로 결심한다. 집착으로부터 자유롭기 위해 그것을 버리기로 한 것이다. 그는 골과 함께 마지막으로 달의 집 창을 바라보며 그동안 무엇이 자신을 그토록 괴롭혔는지를 자문한다.

도대체 무엇이었을까. 지난 두 달 동안 나를 들끓게 했던 미혹은 어디서 비롯되었을까. 그것은 순식간에 내 삶을 전복시켰다. 나는 자신의 운명을 믿지 않았고 시간을 믿지 않았으며 공간에 대하여 공포심을 느꼈다. 매일 밤 나 자신으로부터 멀리 달아나기 위해 술을 마시고 해골을 두드렸다. (……) 그런데 그녀는 변함없이 그 자리에 있다. 나는 무엇으로부터 계속 뒷걸음질을 쳐온 것일까. (167쪽)

그는 골을 묻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한 존재가 한 존재를 떠난다는 것의 의미에 대해 생각한다. 그것은 순환이고 중첩이며, 삶이란 요란하지도 않고 영원히 슬프지도 않은 것이라는 자각이 뒤따른다.

나는 달이라는 한 여인을 알고 있다. 어쩌면 달이라는 이름은 사랑에 빠진 모든 심장의 이름일지도 모른다. 나는 한때 그것을 완벽하게 소유했고 여전히 무수한 공간 속에 그런 기억이 중첩되어 있다. 시간은 어떠한 경우에도 멈추는 법이 없다. 그러므로 인간은 앞으로 나아가야 하고, 추억은 갱신되어야 한다. (169쪽)

미미상: 추운 날 캄캄한 골목에서 불을 밝히고 우리를 기다리는 곳
화자는 한 존재와 철저히 단절되었다는 절망감을 잊기 위해 자주 골목을 거닐며 옛 시절을 회상하는데, 어느 날 늘 눈길만 주고 지나쳤던 미미상이라는 특이한 이름의 술집에 들어간다. 해골이 아닌 살아 있는 사람이 그립기도 했기에. 아름다울 미(美), 맛 미(味), 상처 상(傷)으로 이루어진 이름. 30대 중반의 여자가 운영하는 그곳에 홀로 앉아 그는 생각한다. 그녀도 결국은 몸속에 비슷하게 생긴 해골 하나를 숨기고 있을 거라고. 그리고 미미상이 존재하는 한 마치 뼈대처럼 그녀가 거기에 있으며, 이 골목을 오가는 누군가는 그런 것에 의미를 두고 위안을 받을지도 모르겠다고.
얼마간의 시간이 흘러 달에게 영원한 이별을 고하고 골도 본래의 자리로 돌아간 후 그는 먼발치에서 마치 자신을 기다리듯 환한 불을 밝히고 있는 미미상을 바라본다. 골과 달 사이를 오가며 한없이 추락하거나 난폭하게 요동치던 마음을 단단하게 바로 세우리라 마음먹은 터. 그는 다른 시공의 문을 열 듯 그곳으로 헤엄쳐 들어간다.

불빛에 드러난 내 그림자를 질질 끌고 한 발 두 발 계단으로 내려갈 때 텅 텅, 발걸음 소리가 리듬을 타며 골목 바깥으로 새어 나갔다. 마침내 계단을 다 내려갔을 때 거기 전에 본 적 있는 어깨와 입꼬리와 허리와 미소와 말씨를 지닌 주인 여자가, 마치 내가 올 것을 예상이나 했다는 듯이 아무도 없는 가게 안쪽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눈인사를 건넸다.
“어서 오세요. 밖은 여전히 춥죠?” (170쪽)


목차


미미상美味傷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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