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소설가로 데뷔하여 43년째 글을 써 온 정소성 씨의 문학전집 33권 중 22권 『타인의 시선』이 발간됐다. 『타인의 시선』은 정소성 작가의 네 번째 소설집으로 1988년 청림출판사에서 나왔던 책이다.
「타인의 시선」 「광주 여정旅程」 「타인의 총구」 「호수가 있는 마을」 「팔씨름」 「점點」 「동숭동 시절」 「묘족苗族을 찾아서」 「나루터 사람들」 「떠도는 혼」 「흐르는 성城」 등의 중편과 단편을 엮었으며, 문학평론가 이광호 씨의 작품론이 수록되어 있다.
창작집 『타인의 시선』은 나의 네 번째 소설집이다. 장편집 『천년을 내리는 눈』, 중편집 『아테네 가는 배』, 창작집 『뜨거운 江』에 이어 네 번째로 독자 앞에 내어놓게 된다. 내가 살아온 연륜에 비해 그렇게 많은 소설집을 묶어 낸 것은 결코 아니다.
그러나 『타인의 시선』을 출간해 냄에 있어서 나의 감회는 자못 크다. 여기에 실린 세 편의 중편 「타인의 시선」, 「광주 여정旅程」, 「타인의 총구」는 어쩔 수 없는 소설에의 열정을 끄지 못한 채 전공인 불문학 서적을 담은 가방을 들고 전국의 대학을 유랑하던 시절의 체험이 조금씩 담겨져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세월은 유수처럼 흘렀고 한 개인의 젊음도 혼적 없이 사라져 갔다. 이 제 40 고비를 절반이나 돌아선 장년의 사내가 되어 버린 것이다.
여명이 전해져 오는 이른 새벽에 잠자리에서 눈을 뜨면, 불현듯 일어 나 눈을 감고 묵상에 잠긴다. 인생의 진리는 어디에 있으며, 참으로 영원하고 아름다운 것은 어디에 있는가. 그런 것은 정말이지 갈구와 추구의 대상일 뿐 진짜로는 존재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결국은 책상 앞으로 돌아와 앉으며 쓰다 만 소설을 다시 써 감으로써 그 해답을 계속 추구하는 것이다.
젊은 시절의 고달팠던 체험의 편린을 40대 사내의 슬픈 감정으로 빚어 온 위의 세 편의 중편과 단편들이 독자들에게 조그맣게 가치 있는 읽을거리가 되었으면 한다.
― 「책머리에」 중에서
정소성의 소설이 구축해 놓은 성과는 그리하여 타인에게 무엇인가를 강요하는, 정신의 궁극적인 자유로움을 강제하는, 유형무형의 억압을 거절하려는 수세적인 몸부림의 아름다움이다. 인간의 내면적 진실과 사고의 자유로움에 대한 작가의 집착은 일체의 배타적 이데올로기를 거부한 채 최소한의 의미마저도 비어 버린 공간 속에서 견디는 정신의 투명성으로 나타난다. 그것은 교조적인 이데올로기와 삶의 간격을 간파하여, 그 틈 사이에서 보다 세밀하게 내면의 호흡에 감응하고 삶의 근원적 감각에 육박하고자 하는 작가정신의 소산이라고 말할 수 있다.
― 이광호(문학평론가)의 「정소성 작품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