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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여름휴가

실패한 여름휴가

  • 허희정
  • |
  • 문학과지성사
  • |
  • 2020-06-25 출간
  • |
  • 207페이지
  • |
  • 준비중
  • |
  • ISBN 9788932036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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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불안으로 만든 모빌

 

“아무도 그것이 무엇이라고 말하지 못했다

그것의 정체를 더이상 알고 싶어 하지 않았다”

 

표지의 사물들은 언뜻 균형적으로 배치돼 있지만 묘하게 이질적이다. 바로 다음 순간에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은 불안한 예감 때문이다. 『실패한 여름휴가』에서 허희정은 불안을 다양한 방식으로 형상화한다. 먼저 그는 단언과 확언 틈으로 빠져나가는 의미에 주목한다. 마침표 대신 쉼표로 문장을 이어가며 망설임을 드러내고, 소거법과 가정법을 교차하면서 멈칫거린다.

 

허희정 작품 속 인물들은 “한없이 불안해”질 때조차 “이 불안 역시 나에게 할당된 역할의 일부일 뿐”이라며 거리를 둔다. “스스로가 아닌 무엇을 연기하고 있다는 믿음에 사로잡혀” “수많은 감정”을 “가장하는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정작 “그 어떤 감정의 소유자인 적도 없었”고 “내가 온전히 나였던 적조차 없었”다며 판단을 의심한다(「실패한 여름휴가」). 끊임없는 진자운동의 결과일까. 감정은, 특히 불안은 마음속에 깊게 파고드는 대신 외부로 빠져나와 구체화된다.

 

어느 날 갑자기 도시의 하늘에 나타난 매끈하고 거대한 투명 삼각형은 문득 땅으로 내리꽂히며 세계의 멸망을 상상하게 한다(「Stained」). 어서 진술서를 작성하라고 집요하게 독촉하는 종이 남자의 목소리와 날카롭게 칼질된 백지의 단면은 종이에 베인 듯한 고통을 즉시 연상시킨다(「페이퍼 컷」). 이처럼 허희정이 수집해 작품 속에 심어놓은 “두께도 질량도 부피도” 없는 불안의 이미지는 쌓아올려졌다 허물어지기를 반복하는 문장들 곁에서 감각을 자극하며 이야기를 장악한다. SF, 판타지, 스릴러, 연애소설, 추리소설, 메타소설 등 여러 장르가 조합된 『실패한 여름휴가』 속 소설들은 개별적 특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불안이라는 장치를 통해 연결된다.

 

 

흔적으로 그린 몽타주

 

“기억을 믿지 않는다, 기억을 신뢰하지 않는다

기록을 파기할 것이다, 그것을 손상시킬 것이다”

 

허희정의 소설은 누군가가 떠나가고 남은 공백에서 시작하곤 한다. 작품 속 인물은 곁에서 이미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거나, 곧 사라질 누군가에 대해 생각한다. 우울증을 앓다가 떠나버린 연인을 기다리면서(「파운드케이크」), 대재난 이후 지구 복귀를 위해 파견됐던 프로젝트에서 실종된 탐사 파트너를 떠올리면서(「우중비행」), 친구의 죽음을 알게 된 뒤 함께 알던 또 다른 친구에게 뒤늦은 안부를 묻는 편지를 쓰면서(「망가진 겨울여행」), 록밴드 해외 공연 티켓을 양도해준 팬카페 회원이 세상을 떠나자 자신의 오랜 불안을 되새기면서(「인컴플리트 피치」) 이야기는 시작되고, 타인의 흔적을 침착하고 집요하게 되짚어나간다.

 

그러나 기억은 기록이 되는 과정에서 사실과 사실 아님이 뒤섞인 채 불완전한 단서가 되어버린다. ‘까맣게 덧칠된 필름, 잘려 나간 페이지, 이미 섞여버린 반죽’(「실패한 여름휴가」)처럼, 층층이 쌓인 흔적으로 그려진 그 ‘누군가’의 모습은(혹은 행방이나 떠난 이유는) 희미할 수밖에 없다. 결국 빈 자리는 채울 수 없는 미지의 영역으로 남는다. 허희정은 소설 속의 사람이든 소설 밖의 사람이든 “온전히 도저히 영원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채로 쓰고, 쌓고, 허물고, 다시 쓴다(작가의 말). 우리는 허희정의 미완성을 향한 이러한 여정에서 이루어지는 시도들을 지켜보고 예민한 감각적 경험을 함께하면서 은유로 존재하던 감정을 새롭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함부로 짐작하고 멋대로 확신”(「망가진 겨울여행」)하는 것을 누구보다 경계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허희정의 다음 소설은 또다시 보기 좋게 예측을 비껴나갈 것이다. 무섭도록 집요하고 진지한 동시에 놀라울 만큼 산뜻한, 허희정의 소설이 만들어낸 도망칠 수 없는 미로 혹은 미궁을 겪어보길 바란다.

 

 

[작가의 말]

 

언젠가부터, 온전히 도저히 영원히 이해할 수 없다는 점에서 소설 밖의 사람들과 소설 속의 사람들은 완전히 동일하다고 생각했다. 차이가 있다면, 소설 밖의 사람에게 칼을 들이밀었다가는 상당히 높은 확률로 범죄자가 된다는 점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범죄가 아니더라도, 소설 밖의 누군가를 다 쪼개어 분해해버린다고 해서 그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한편 종이를 전부 다 찢어버려도, 지면을 이루는 섬유의 방향과 모양을 찬찬히 세심하게 분석해보아도, 찢고 자르고 조각내는 대신 이 종이 위에 얹힌 잉크 방울을 활자의 모양과 그들이 남기는 흔적을 활자를 이루는 망점의 간격을 하나하나 살펴보아도 소설 속에 사는 그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일 것이다.

 

결국 소설 안이든 밖이든 내가 이해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고, 소설을 쓸 때마다, 도무지 구조를 파악할 수 없는 미로를 빠져나가려고 시도하려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한 걸음이라도 더 내딛으면 이 미로에서 더 빨리 탈출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끝도 모르게 솟은 벽의 무늬가 그 벽 위를 흐르는 차가운 공기가 재미있어서 신선해서 마음을 끌어서 하지만 조금 무섭기도 해서 그냥 그대로 선 자리에서 빙빙 맴돌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럼에도 단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내딛을 수 있었다면 그건 분명히 사랑하는 당신들 덕분일 것이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탈출할 수 없다고 해도 괜찮을 것만 같다.

 

2020년 여름

허희정

목차

파운드케이크

우중비행

실패한 여름휴가

Stained

망가진 겨울여행

인컴플리트 피치

페이퍼 컷

해설 | 사물과 사랑 · 인아영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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