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 머나먼 섬에서
오늘도 등대에 불을 밝히는 사람이 있습니다.”
상상을 현실처럼 보여 주는 마술 같은 세상이 펼쳐진다!
루이사 리베라의 글 없는 그림책 《어느 등대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칠레 출신으로 영국에서 주로 활동하는 루이사 리베라는 신비롭고 환상적인 일들이 일상처럼 벌어지는 마술적 사실주의 세계를 탁월하게 묘사하는 작가이다. 노벨상 수상 작가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비롯하여 오라시오 키로가, 루벤 다리오, 마리아 루이사 봄발 등 중남미 대표 작가들의 작품에 삽화를 그렸다.
《어느 등대 이야기》는 세상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섬을 배경으로 등대를 지키며 살아가는 사람의 일생을 그린 그림책이다. 세상 끝에 있는 섬과 등대, 등대를 지키는 사람, 바다와 바람과 저 멀리 지나가는 배. 잔잔한 일상을 보여 주다가 어느 날 새들이 아기를 데려다주는 초자연적인 장면으로 이어진다. 등대지기는 새들이 데려다준 아기를 정성껏 키우고, 그 아기가 자라 스스로 등대에 불을 밝힐 수 있을 때가 되자 다시 새들이 찾아온다. 이번에는 임무를 다한 등대지기를 어딘가로 데리고 가는 새들. 이런 환상적인 장면들이 현실처럼 생생하게 펼쳐지며 섬과 등대라는 공간이 마치 신화 속 공간처럼 신비롭게 다가온다. 삶과 죽음이 순환하는 동안 거룩한 사명감으로 임무를 수행하는 등대지기의 신화 말이다.
이 책은 글 없는 그림책이다. 고요한 섬에서 묵묵히 사명을 이어가는 등대지기의 삶을 글 없이, 아름답고 담백한 그림만으로 표현하여 한층 더 깊고 큰 울림을 전한다. 글 없는 그림책은 더 꼼꼼히, 더 적극적으로 그림에 표현된 메시지를 읽게 만든다. 그림을 읽으면서 상상력을 동원하여 한층 더 풍부한 이야기를 만들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미처 보지 못한 것을 발견할 수도 있다. 아이들은 따로 가르쳐 주지 않아도 쉽게 그림 속에 숨은 이야기까지 찾아낸다. 또, 아이처럼 마음을 열고 그림을 보는 어른들에게도 그 이야기가 보일 것이다. 아름다운 그림을 읽으며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보자.
■ 이 책에는 글이 없다. 외롭고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내는 등대지기의 삶을 표현하기 위해 작가가 선택한 방법은 글 없이 그림만으로 그 감동을 전하는 것이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말하지 않기에 더 깊은 울림이 느껴지고, 등대지기의 사명이 더욱 숭고하고 거룩하게 느껴진다.
아이들은 글자 없는 그림에서 어른이 못 찾는 길까지 찾는다. 그림이 표현하는 이야기를 더 잘 읽기 위해 페이지마다 더 오래 눈길을 두기 때문이다. 오래 볼수록 더 많은 것이 보이는 그림에서 어른이 미처 보지 못하는, 아이의 눈에만 보이는 길이 나타난다. 그게 바로 마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