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말하는 스타들
“연예인들은 더더욱 힘들어도 누군가에게 털어 놓고 ‘제가 어떻게 해야 하나요?’라고 물을 수가 없어요. 그럴 때마다 책을 펼쳤어요.”
K팝 최고의 걸그룹인 마마무에게 책은 말로 받은 상처를 치유하는 오롯한 나만의 공간이었다. 책을 사 놓는 것만으로 힐링이 되고 뿌듯하고, 다 읽지는 못해도 지칠 때 마다 조용히 책을 편다고 한다. 유쾌하고 경쾌하고 개성 있는 퍼포먼스와 뛰어난 가창력으로 슈퍼스타 자리에 오른 마마무로부터 그동안 어떤 결핍이나 상처도 찾을 수 없었지만, 책을 통해 전하는 그들의 이야기는 그들이 빛날수록 아팠던 순간들이 가득했다. 특히 예능 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해 ‘혼곱(혼자 곱창 먹기) 먹방’으로 상상을 초월한 털털한 매력을 선보여 인기가 높은 화사는 겉보기와 다르게 말로 상처를 정말 많이 받는다고 한다. “털털해 보여도 상처 많이 받아요. 그 말에 대한 상처가 최정점에 달했을 때 읽은 책이 《언어의 온도》였어요. 시간만 나면 읽어요. 지칠 때마다 안정감을 주거든요. 그리고 말의 깊이 그리고 ‘따뜻한 온도’를 가진 말의 힘을 느껴요. 오쿠다 히데오의 《공중그네》도 좋았어요. 단편마다 특별한 환자들을 상담해주고 치료 방법을 제시해주는 내용인데요. 저도 소설 속 의사 이부라에게 상담 받고 싶었어요.”
책에서 마마무는 그동안 공개하지 않았던 자신들의 ‘진짜 이야기’를 멤버별 개인 인터뷰를 통해 공개한다. 톱스타로서 가장 행복할 때, 초라할 때, 힘들 때, 행복할 때, 털털할 때 등을 가감 없이 털어 놨다.
“외롭더라도 상처를 받지 않는 ‘안전한 외로움’을 택한다는 의미로 읽혔어요.”
2NE1 출신의 스타 공민지가 《고슴도치의 소원》을 읽고 밝힌 소감이다. 이처럼 스타들은 책을 위로의 수단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 책에는 공민지가 그동안 읽은 책의 표지 뒤에 쓴 감상문도 수록돼 있다. 그가 정성스럽게 써내려간 감상문은 한 여성, 그리고 한 사람으로서의 성숙함과 단단함 그리고 삶에 대한 진지한 자세가 오롯이 담겨져 진한 여운과 감동을 자아낸다.
또 아이돌 그룹 AOA의 멤버 찬미는 세대와 공감하기 위해 《90년생이 온다》를 읽고 있다며 “서로 다른 세대가 함께 살아가는 사회잖아요. 함께 사회를 만들어가는 구성원으로서 서로를 이해하는 데 좋은 책인 것 같아요”라고 말한다. ‘노력형 아이돌’이라는 것을 보여준 찬미의 어린 시절 일화, 엄마에 절절한 이야기, 반려묘를 잃고 보낸 힘겨운 시간 등 찬미의 다양함을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당당하고 아름다운 모습이 매력적이었던 걸그룹 원더걸스 출신의 혜림은 어떻게 이처럼 지적이고 우아한 여성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지를 그가 읽은 책을 통해 전한다.
걸그룹 다이아와 아이오아이의 정채연은 힘들었던 다이어트 이야기부터 ‘힘들어도 울면 안 된다’라는 말 때문에 꾹꾹 참던 버릇 때문에 감정 연기가 어렵다고 털어놓아 마음을 아리게 했다.
낯선 공간에서 읽는 새 글을 가장 사랑한다는 뮤지컬 배우 카이. 그는 군복무 시절부터 읽은 책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장난만 치고 떠들던 소년에서 성숙하고 아름다운 남성으로 성장하는 데 책에게 빚을 졌다고 한다. ‘엄친아’ 같은 카이가 독일 누드 사우나에서 경험한 극강의 모험부터 한 가정의 아들, 배우로서의 다양한 고민을 책에 담았다.
책에 등장한 스타 중 최고령은 배우 이순재다. 올해 85세인 그는 ‘독서광’으로도 유명한데, 그의 깊고 풍부한 연기비결이 독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배우 지망생이나 현역 배우들에게 꾸준히 책을 읽으라고 적극 권한다. 독서야 말로 가성비 좋은 연기 선생이라는 것이다.
“책 한 권을 읽을 때 때론 이런 생각을 해요. 이 책이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제발 다음 페이지가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책은 저에게 동경이자 우주와 같아요.”
책 커버를 장식한 이 말은 걸그룹 모모랜드의 리더 혜빈이 한 말이다. 혜빈 외 다른 멤버 역시 다양한 책을 읽으며 자신만의 개성을 만들어 가고 있었다. 또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문장, 이를 테면 ‘고양이는 그리는 것이 아니야. 안는 거야’ 등은 여성들의 감수성을 자극하기 충분하다.
또 초등하교 때 도서관 사서 선생님도 인정한 ‘책벌레’였던 한현민, 멘사 회원 ‘뇌섹녀’ 하연주의 독서법, 배우 오종혁이 배우로서 변신하는 과정에서 어떤 책을 읽었는지, 배우 김호영은 어떻게 편견을 극복하고 자신만의 길을 가서 성공하게 됐는지, 틈만 나면 곡을 쓰고 책을 읽는 ‘진짜 아티스트’ 펜타곤 키노의 감동적인 노력, 엉뚱함이 매력적인 배우 한지상, ‘육상돌’에서 ‘독서돌’로 다시 연기자로 변신한 씨스타 출신 보라, 데뷔 6개월 만에 팬덤을 형성한 아이돌 그룹 원어스, ‘청량돌’ 아스트로까지 스타들은 자신의 취향과 목적에 맞게 알맞은 책을 읽고 있었고, 그 안에서 스스로의 진리를 찾아 자신들을 빛내고 있었다. 《스타의 서재》에서 다루고 있는 스타들은 ‘연예인은 책을 읽지 않으리라’는 선입견을 한 방에 날려버리고 더 빛나기 위해 책을 읽고 있었다. 온갖 화려한 매체 때문에 독서 인구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와중에, 그 매체 속에서 가장 빛나고 있는 스타가 독서로 자신을 위로하고 계발한다는 사실이 아이러니처럼 느껴지면서도, 이들이 책을 읽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왠지 고마움을 느끼게 한다.
H.O.T. 출신의 이재원은 마흔을 맞이하면서 맞게 되는 불안을 책을 매개로 이야기했다. 이재원은 요즘 ‘주식’ 관련 서적을 읽고 있다고 한다. 한때 우리나라 전체를 들썩이던 스타도 미래를 불안해하며, 그 해답을 책 속에서 찾고 있다는 아주 솔직한 이야기를 들려준 셈이다. ‘옥상달빛’의 박세진은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이야기하며 아직도 찾고 있는 ‘자기 자신’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는다. 이들은 스타이면서도 그 고민은 보편적이었다. 책을 매개로 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 《스타의 서재》가 보여주는 또 하나의 미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