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은 영화 같은 현실, 현실 같은 영화 안에서 살고 있다. 또 친구 같은 적, 적 같은 친구들과 살고 있다. 이런 사회에서 마주하는 성희롱 상황 속에서 무엇이 가짜이고 무엇이 진실인지, 나아가 성희롱이란 대체 무엇이며, 어떤 것이 문제가 되는지, 보다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을 제시한다.
성젠더와 섹슈얼리티 관련 문제에 대해 저자가 오랜 기간 상담하고 고민하면서, 또 피해자의 입장으로 경험한 성폭력, 성희롱 사건의 원인을 찾아내고, 풀리지 않았던 문제들을 되짚어본다.
이 책에는 성희롱 피해자들을 진정시키기 위한 치유의 결과이자, 수많은 성희롱 관련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이 들어있다. 저자는 피해의 상황과 구조를 좀 더 맥락적으로 분석하고, 각 경험을 새롭게 해석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면서 피해자나 가해자, 즉 사람을 궁금해할 것이 아니라 성희롱 발생구조 그리고 ‘가해/피해’가 정확하게 무엇인지를 알려준다.
굳이 지적하지 않으면 슬쩍 넘어가도 모르는 것이 ‘성희롱’이다. 하지만 하나의 사건이 성희롱이라고 명명되는 순간 대중은 믿고 싶은 대로 믿고, 듣고 싶은 대로 듣는다. 이 책은 성희롱, 성폭력에 대해 고정되고 획일화된 인식을 보다 바로잡기 위해 애쓴다. 이미 발생한 사건 해결에 집중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구조적 변화에도 주목한다. 우리 사회와 구조를 둘러싼 ‘진정한’ 피해가 무엇인지, 피해의 의미에 대해서도 고찰하며, 피해를 책임져야 할 대상이 가해자라는 개인적 존재뿐 아니라 사회적 구조에도 있음을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