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아닌 나를 돌보며 살기로 했다
요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라는 유명한 경구를 패러디한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너무 늦었다’라는 문장이 곧잘 눈에 띈다. 이 문장에 어울릴 법한 이야기가 있다. 바로 빨간 스포츠카 이야기다.
젊은 시절에는 누구나 한 번쯤 빨간 스포츠카를 꿈꾼다. 그러나 젊은이에게는 그런 스포츠카를 구입할 만한 경제력이 없다. 열심히 돈을 벌어 스포츠카를 살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을 마련하면, 이미 빨간 스포츠카가 어울리지 않는 중년의 나이가 되어 있다는 이야기.
그런가 하면 이런 이야기도 있다. 오토바이 ‘할리 데이비슨’ 역시 비슷한 신세지만, 이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쌩쌩 달리는 사람들 중에 스카프를 벗으면 의외로 나이 든 할배 할매가 많다는 것이다. ‘할리 데이비슨’을 구입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이미 젊음을 다 보낸 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을 스카프로 가린 채 도로를 질주하는 그들. 그들에게 앞서 말한 두 문장을 내밀면, 그들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라는 문장에 더 큰 공감을 표할 것이다.
나이 오십. 백세시대의 딱 절반이다. 아직 젊다고 하면 젊은 것 같고, 늙었다고 하면 그래 늙었지, 하고 수긍할 수도 있다. 이제 더 이상 남에게 기대어 살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은 놓아주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이제는 남에게 나를 맞추지 말고 나에게 나를 맞춰서 살아가야 한다. 50은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정직하게 나와 의논하며, 무리하지 않고 나에게 속도를 맞춰야 하고 나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져야 할 시기다. 그 말인즉슨 내가 나를 오롯이 마주해야 한다는 뜻이다. 너무나도 거대한 도전이 아닐까, 싶지만 그럼에도 도전해볼 가치는 있다. 어쨌거나 내가 나를 가장 잘 알아야 하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보듬고 끌어안을 사람은, 오로지 오십 년을 함께해온 나뿐이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