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오십여 년간 수필을 써 왔다.
수필은 제약이 많은 글이다. 어떤 내용이든, 붓 가는 대로, 결코 그렇게 써지는 글이 아니다. 소설이라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이야기도 수필이기 때문에 그렇게 쓸 수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는 언제부터인지 소설이 쓰고 싶었다. 이 수필이기 때문에 쓸 수 없는 이야기들을 정말로 자유롭게 써 보고 싶어서다. 그래서 시작하여 썼다. 여기저기 발표도 했다. 이제 그 쓴 글들을 모아 책을 엮는다.
첫 소설집이다. 세상이 두렵다.
책 제목을 하필 『추어탕집 처녀』라고 한 것은 나도 그 까닭을 잘 모르겠다. 혹 그 처녀가 내 마음에 퍽 흡족해서 그런 건가?
이 책에 실린 글들은 다 착상이 아둔하고 문장이 거칠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그래도 나로서는 최선을 다해 쓴 글이다.
이제 이 책을 내게 되었으니, 기쁘기 그지없다. 내가 소설을 쓸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신 소설가 노순자 선생, 내게 「문학시대」의 지면을 아낌없이 할애해 주신 동지(同誌) 발행인이자 수필가인 우희정 선생, 두 분의 함자가 고맙게 떠오른다.
이 책은 범우사의 후의로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범우사(社) 대표이신 윤형두 회장과 편집부원 여러분의 후의와 노고에 감사의 뜻을 표한다.
- 2019년 어느 날 지은이
【 여기 씌어진 서문과 소설집은 고(故) 정진권 교수님의 유작(遺作)임을 알립니다. 정 교수님께서 생전에 집필하여 남긴 작품을 ①,②권으로 나누어 엮었음을 밝혀 드립니다.(편집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