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하고 날카로워 보였던 돌 속에 숨어 있던 부드러움
『돌의 부드러움』은 아버지의 적출한 폐를 장례 치르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이처럼 작가는 아버지의 투병을 다양한 메타포를 동원해서 그려낸다. 하지만 이러한 메타포는 아버지가 죽어가는 과정을 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더 잘 드러내기 위해서 쓰인다. 우리는 작가의 안내에 따라 아버지의 투병과 죽음을 그대로 보게 된다. 비틀린 유머 감각을 가지고 친구들과 어울려 술을 마셔대던 아버지가 병이 진행됨에 따라 다른 사람이 되어가고, 작가는 이를 보면서 가지게 된 복잡한 심정을 과장 없이 그린다.
『돌의 부드러움』에서 그려내는 건 아버지가 죽어가는 과정뿐만이 아니다. 그것이 다른 가족 구성원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지는지, 어떤 상처를 내고,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려진다. 그 과정에서 작가인 마리옹 파욜은 돌 같았던 아버지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말조차 대신 해줘야 하는 어린아이처럼 변하는 것을 본다. 하지만 죽어가는 아버지가 드러내는 모습들이 과연 병이 바꾼 모습인지, 아니면 알지 못하는 본질이 드러난 것인지 판단하지는 않는다. 작가는 아버지라는 사람의 아이러니를 접하면서 인간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이 책은 한 존재가 나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었는지를 진솔하게 묘사하는 책이다. 마리옹 파욜의 사적인 기록을 통해 독자들은 인간이란 너무도 다양한 결을 가지고 있어서 쉽게 판단할 수 없는 복잡한 존재임을 다시 깨닫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