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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희

은희

  • 박유리
  • |
  • 한겨레출판사
  • |
  • 2020-05-28 출간
  • |
  • 284페이지
  • |
  • 151 X 210 X 19 mm /375g
  • |
  • ISBN 97911604038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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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이해할 수 없기에 겨우 가능한 이해

형제복지원은 일정한 거주지와 직업 없이 돌아다니는 사람들을 보호하고 선도한다는 목적으로 1975년 부산에 지어진 우리나라 최대 규모의 부랑인 임시 보호소였다. 하지만, 부랑인들만 입소한 것은 아니었다. 크게는 국가와 시의 명령하에, 작게는 시청 직원과 파출소 순경들, 그리고 몇몇 시민들의 묵인하에 돌아갈 집과 가족이 있는 보통 시민, 장애인, 심지어는 어린아이들까지도 끌려갔다. 《은희》에 나오는 은희, 미연, 은수가 모두 그렇게 잡혀 온 아이들이었으며, 소대장 무열과 병호의 아버지인 문 씨 또한 그런 식으로 청소된 사람들이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조건을 모두 빼앗겨버린 상황에서도 사람은 인간적 존엄을 지키기 위해 ‘나라는 존재가 무엇인지’, ‘내가 정말 인간이 맞는지’를 고민하고야 만다고 작가는 《은희》에서 말한다. 온몸이 텅 비워지고, 자기 자신을 잃게 만드는 공간에서 은희는 가장 인간적이고, 인간이고픈 존재였다. “왜 도망갔냐”는 물음에 “사람이 되려고”라고 답하는 은희의 모습은 그렇기에 더욱 슬프면서 아름답고, 아름다우면서도 끔찍하다.
엄마 ‘은희’를 찾아서 폴란드를 떠나와 한국 땅을 밟고도 여전히 은희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어떻게 살다가 어떻게 죽었는지 알지 못하는 입양아 준에게 끝내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미연을 우리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이해란 건 사실 진짜 이해가 아니다. 우습게도 그것은 우리 또한 이 나라를 이해할 수 없기에 겨우 가능해진 이해이다.

미연은 그날 일을 준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도망치던 은희가 죽을 만큼 맞던 그날 밤, 사람의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짐승 소리를 내며 진흙 바닥을 기어 다니던 그날, 누구도 왜 우리가 죽을 만큼 맞아야 하는지 묻지 않았다. 모든 일에 이유 따위는 필요치 않았다. 왜 이곳에 기약 없이 갇혀야 하는지, 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지, 왜 죽어야 하는지. _본문 중에서

가짜 노숙인까지 만들었던 나라를, 그들을 개조했다고 국정을 홍보했던 나라를 준이 이해할 수 있을까. _본문 중에서

준과 은희가 경남 양산의 한 요양원에 있는 형제의집 원장 방인곤을 방문하고, 가짜 검안서를 쓴 의사 조병국을 찾아 경북에 위치한 병원에 가고, 방인곤 원장을 수사했던 검사 주태석을 만나러 무덤 마을에 가는 내내 은희의 대답과 함께 건네진 ‘인간됨이란 무엇인가’란 질문은 깊은 그림자가 되어 우리의 발걸음을 따라다닌다. 은희가 그랬듯이 우리 또한 인간으로 남기 위해선 무언가로부터 도망해야 하는 걸까? 아니, 그런데 은희는 도망간 게 맞는 걸까? 자신의 삶을 걸고 다른 이들의 삶을 구하려던 건 아니었을까? 끝없이 이어지는 질문은 깊은 우물이 되어 진실에 목마른 우리 앞에 멈춰 선다.

2015년 가을, 그리고 지금,
우리는 어떤 시간을 살고 있을까?

말들은 쇳소리를 내며 조각조각 찢겨나갔다. 언어가 아닌 목소리로, 울 것 같은 얼굴로, 부들거리는 어깨로 준은 그들의 이야기를 짐작할 뿐이었다. 마이크를 쥔 남자는 몇 마디 말을 하고는 울부짖기 시작했다. 1987년 그때의 아이처럼. 말들은 바람에 날렸고 사람들은 바닥에 떨어진 울음을 밟고 지나갔다. 밟힌 울음은 소리를 내지 못했다. _본문 중에서

소설은 박인근 원장의 구속으로 뒤늦게 사건이 드러나게 된 1987년과 형제복지원 특별법이 통과되지 못하고 폐기를 앞두고 있던 2015년 가을을 실제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2020년 현재, 900일이 넘게 노숙 농성을 이어간 형제복지원 피해 생존자들의 땀과 눈물로 과거사법 개정안이 통과되었다. 소설 속 병호도 현실에서처럼 특별법 통과를 이뤄냈을까? 은희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을 밝히기 위한 준과 미연의 동행은 잘 끝났을까? 준과 미연은 진실의 끝에 결국 닿았을까? 수많은 질문 속에서 그래도 다행인 건 ‘만약 이번 국회에서도 법이 통과되지 못했다면, 피해 생존자와 그 가족들이 앞으로 어떤 시간을 보내게 되었을까?’라는 질문만은 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점이다.
《은희》는 형제복지원에 엮인 실존 인물들의 삶에 소설적 상상력을 더한, 문제적이며 치밀하면서도 아름다운 소설이다. 기억 때문에 현실을 제대로 살아낼 수 없는 생존자들과 기억을 잃었다는 박인근 원장 사이의 아이러니는 소설의 모티프가 되며, 은희의 캐릭터는 형제복지원에서 도망치다 붙잡혀 매맞아 숨진 김계원의 죽음에서 기인하며, 그런 김계원에게 안티프라민을 발라주었다는 윤우택의 짧은 진술은 미연의 일부분이 된다. 박인근 원장을 위해 정부에 탄원서를 제출한 문용기의 글과 복지정책의 우수성을 알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연설문, 그리고 MBC 드라마 〈탄생〉의 제작 일화 등 부랑인 청소가 사회적으로 납득되고 용인되었던 시대 배경들도 소설 여기저기에 작은 조각들로 들어가 있다. 하지만 작가가 보여주고자 했던 건 결코 재현이 아니다. 결코 드라마가 아니다. 군사정권 시대가 만들어낸 폐허와 고통 위에서 한낱 위기로만 존재 가능했던 인간의 모습이,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사회적 묵인이, 정말 지금은 없느냐고 은희와 미연 그리고 준을 통해 끊임없이 되물을 뿐이다. 그리고 그 질문은 소대장 무열을 지나, 가짜 의사 조태석을 지나, 원장 방인곤을 지나 결국 우리에게로 돌아온다.

난 매일 머릿속을 청소해. 쓸데없는 것들을 매일 쓸어 폐기처분하는 거지. 난 병자가 아냐. 환자가 아니라고. 쓸데없는 걸 잊어가는 건 합리적인 거야. 아주 합리적인 증상인 거지. (…) 일상생활에 지장이 되는 건 없어. 지나간 시간 가운데 버리고 싶은 것들을 자동폐기하는 장치가 내 머리에 생긴 거뿐이지. _본문 중에서

형제복지원이 운영되었던 당시 전국에는 36곳의 부랑인 시설이 있었다. 하지만 형제복지원을 제외한 35곳의 시설에서 벌어진 유괴와 감금, 인권유린은 여전히 베일에 싸여 있다. 바퀴벌레와 쥐를 청소하듯 죄 없는 사람들을 잡아 가두던 그 기억들을 모두 잊은 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과 기억을 잃어버린 건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건지 알 수 없는 방인곤 원장의 모습은 정말 다른 걸까?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기를 원한다면, 길을 가다가 아무 이유도 없이 사라져도 누구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던 그 빛 없는 시대로 다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
우리가 매일 머릿속을 청소하는 대신, 쓸데없다고 여겨지는 것들을 쓸어 처분하는 대신 버려지고 은폐된 것들을 기억하고 찾아낸다면, 《은희》를 읽으며 우리의 진심이 고운 봄날 실내에 드는 햇볕처럼 한데 모인다면, 아픔도, 슬픔도, 고통도, 빛도, 어떤 이름 없이도, 찬란하고 아름다웠던 목소리를 은희에게 되돌려줄 수 있을 것이다.


목차


1
2
3
4
5
6 은수의 기억
7
8
9 방인곤의 기억
10
11
12
13 1987년 1월 5일
14 미연의 기억
15 무열의 기억
16 방인곤의 기억
17
18
19
20
21
22
23
24
에필로그
은희의 기억
작가의 말
추천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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