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타인을 향하지만,
양심은 나를 향해야
세상을 바꿀 수 있다.
정작 대변인이 자기가 쓴 논평을 책으로 묶을 생각을 했다는 건 파격이다. 남을 공격하는 글이 아름다우면 얼마나 아름답다고… 하지만 김정화의 논평집은 훌륭한 시집이다.
우리가 늘 하는 말을 쓰면서 격조를 유지하고 정치 단면을 잘라 펼쳐 보인다.
파토스를 흔드는 좀 특별한 논평이다.
그녀의 논평에 ‘개탄하며 각성을 촉구한다.’는 따위 구식 문장과 둔중한 단어는 찾아볼 수 없다. 트렌디한 어휘가 복잡한 머릿속을 단숨에 정리해준다. 청와대 행정관이 국방부 인사자료 분실한 사건을 두고 그녀는 이렇게 단칼 처리했다. ‘담배 피우다’ 문서를 분실했다면 ‘담배 한 갑 피우면’ 나라를 거덜 내겠다.
대학 시절, 가수 김창완의 「어머니와 고등어」를 듣고 심쿵한 기억이 있다. “한밤중에 목이 말라 냉장고를 열어보니. 한 귀퉁이에 고등어가 소금에 절여져 있네~” 노랫말과 일상 대화가 만나 감동을 줬기에. 김정화의 논평엔 김창완이 있다.
‘당신의 성찰을 촉구한다!’는 정치권 상투 어법을 ‘당신에게 성찰이란 게 있기는 한 것인가?’로 바꿔버렸다. 민정수석 조국이 ‘두둘겨 맞겠지만. 맞으면서 가겠다’는 헛소리를 하던 2018년 12월, 김정화의 논평은 날카롭다 못해 서늘하다. 「무능한 사람이 신념을 가지는 것은 재앙의 전조다.」
스스로는 매일 어휘痛을 앓는다고 했다.
고심 안 하는 논평이 즐비하고 고심한다고 좋은 표현이 나오는 것도 아니니, 그녀는 탁월한 풍자 시인이다. 정치하지 않았더라면, 조세희든 기형도든 뭐가 돼도 됐을 사람이다.
- 최명길 전 국회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