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의 실화를 쓰듯 읽으면 읽을수록
역사와 현실을 살피게 되는 섬 전쟁
저변에는 우리의 감정과 현실을 두루 바탕에 두고...
소설과 소설을 잇는 강을 하나 건너려면 사람과 삶의 전쟁이라는 치밀한 요소가 필요하다. 그것이 실하려면 절망과 희망,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무수한 상처들이 감내해져만 한다. 과연 조성길의 소설이 잇는 터널을 지나오다 만나는 것, 섬의 사람들은 그것으로부터 자유를 갈구하면서 어떤 체제와 관계의 대립을 초월해 낸다. 남과 북의 사랑과 그리움이 구구절절 녹아 흐르는 <겨울꽃>, <엄마의 빈자리>는 이국적인 문화를 극복해나가는 남녀 간의 애틋한 사랑이 그것이다. 반면 치밀하고 구성력이 탄탄한 <섬 전쟁>은 읽는 재미를 더하여 소설의 맛을 제대로 살렸다.
조성길의 소설은 특히 누군가의 실화를 쓰듯 읽으면 읽을수록 역사와 현실을 살피게 되고 저변에는 우리의 감정과 이상을 두루 바탕에 두고 있다.
조성길의 소설들은 이러한 소련의 현대사와 맞물리면서 일제강점기의 강제징용으로 시작되어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는 한인디아스포라의 현주소를 적시한다. 개방의 물결을 타고 사할린에 진출한 한국기업이 뿌리를 내려가는 동시에 러시아 보따리상들은 한국으로 몰려오는 지형도까지, 그리고 그 안에서 일어나는 애환과 일상이 정교하게 스케치되어있다.
우리에게 있어 사할린은 더 이상 동토의 땅이 아니다. 2014년 한?러 정상회담 이후로는 먼 나라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러시아나 사할린의 한인을 전면으로 다룬 소설은 많지 않다. 냉전이 끝난 지는 오래지만 사회주의 또는 민주주의라는 경계 너머를 기웃거리는 일은 편치 않아서였을 것이다.
이제 지구는 국가적 이데올로기로 구분되지 않는다. SNS네트워크로 전 지구가 연결되는 시대, 소설 <섬전쟁>은 사할린이 얼마나 가까이에 있었는가를 직시하게 한다.
-해설 중에서
책은 읽을거리의 재미가 더해지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나름 손을 내민 만큼 일으켜 세워주는 따뜻한 손길의 소유자의 심정을 담았습니다. 그저 살아가는 현실의 벽 안에서 우리가 지내온 일상의 이야기를 스스럼없이 펼쳐서 공감이 가도록 하였던 것이 오히려 역효과가 아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창조하듯 어울렸고 내면을 낱낱이 고발했습니다. 설령 그러한 것들이 바람에 휘날리는 낙엽이 될지라도 다시 불어올 바람에 낙엽을 줍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진짜 빛을 주는 사람은 꿈은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