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시대, 그래도 서늘한 名문장들
지난 30년 가까이 나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칼럼을 써 왔다. 칼럼 쓰기는 지금까지 대학교수로서 내가 해왔던, 혹은 내가 할 수 있었던, 거의 유일한 ‘외도’였다. 물론 매번 산고가 고통스럽기는 했지만 솔직히 말해 ‘창작의 고통’을 즐긴 측면이 더 많다. 또한 내 칼럼을 읽어주는 독자가 그럭저럭 존재해 왔다는 것도 참으로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칼럼 쓰기는 나를 항상 시대와 세상에 대해 ‘깨어 있게’ 만들었다. 언제나 ‘쓸 거리’에 배고픈 상태였기 때문이다. _‘에필로그’, 375쪽
2002년부터 2019년 말까지 조선ㆍ중앙ㆍ동아ㆍ부산일보를 비롯한 신문잡지에 연재 또는 부정기 기고한 글 89편을 고르고, 집필 시기 상관없이 주제와 키워드의 흐름을 따라 全 8부로 판을 아주 새로 짰다. 두 번째 칼럼집이지만 부제를 ‘칼럼선(選)’으로 한 이유다.
당시론 시사 현안에 밀착했던 주제들은 이제 와 한 걸음 물러서서 보니 새로운 화두(話頭)를 쥐여주는가 하면, 어떤 것들은 다시 살아나 바로 오늘 아침 쓴 것처럼 무릎 탁 치게도 하고, 십여 년 전 그때나 이제나 달라진 것 하나 없어 가슴 먹먹하게 만들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