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하소설 『연해주』(전5권)의 저자 김용필 작가가 새롭게 펴낸 장편으로 헝가리 고려인 후손들을 둘러싼 이야기를 추리형식으로 다루고 있다.
유럽 특파원으로 발령 받은 김혁 기자가 헝가리에서 실종된다. 그의 실종은 북한 출신 사학자 김인숙 박사의 실종과 거의 동시에 일어난 사건이다. 김혁 기자는 김인숙 박사가 발표한 ‘헝가리 다뉴브강에 살고 있는 <고려인 집시촌>’이라는 논문을 읽고 그녀를 만나려고 고려인 집시촌으로 갔다가 김 박사에 이어 사라진 것이다. 김혁의 동료인 기동민 기자가 두 사람의 실종에 관해 알아보려고 부다페스트의 취재를 자청한다. 소설은 기동민 기자가 그 둘의 행방을 쫒으며 일어나는 크고 작은 사건들이 빠르고도 긴장감 있어 읽히는 흡인력이 대단하다.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인 핵물리학자이며 구 공산당 정권의 권력 핵심자와 결혼을 한 김인숙 박사는 동구가 자유화되고 사회주의가 무너지면서 실각한 남편이 죽은 후 딸 이로니카를 데리고 발라혼호수의 집시촌으로 숨어버린다. 김 박사는 그곳에서 800년 전에 몽골 유럽 원정단으로 지원해 온 고려의 수병들이 전쟁 후 고려로 돌아가지 못하고 다뷰느강변과 발라톤호수에 정착하여 고려인촌을 이루어 집시로 살고 있다는 논문을 발표한다. 한국사를 재조명하는 중대한 사건을 세상에 알린 김인숙 박사는 조국 북한의 몰 인간적인 인권침해를 규탄하는 인권운동가로 변신하여 북한의 실정을 비판한다. 또한 유럽에서 방황하는 탈북자들을 고려인 집시촌으로 불러들여 돌보고 있다. 그래서 그녀의 실종에는 온갖 억측이 난무한다.
기동민 기자는 고려인 집시촌에서 비밀스러운 농장을 경영하는 검은 조직의 실체를 캐려고 뛰어다니면서 그들이 김혁의 실종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뿐만 아니라 70년 전에 북한을 떠나온 탈북자인 고려인 집시촌 촌장의 비극적인 가족사와 피의 현장을 확인한다.
소설은 이처럼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배경으로 고려인 후손들의 실상과, 북한의 인권과 외화벌이에 동원되는 현장의 이야기기 조밀하게 짜인 구성 속에서 물 흐르듯이 흘러 시종일관 독자들을 사로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