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만들고 돈으로 굴러가는 기이한 세상
탁월하고 기발한 베스트셀러 『벌거벗은 통계학』으로 유명한 찰스 윌런이 다시 우리 곁으로 찾아왔다. 이번에는 기이하고, 놀랍고, 다채로운 돈과 금융의 세계다. 경제학계의 “천부적 코미디언”(『뉴욕타임스』), “당신이 결코 만나 보지 못한 최고의 수학 선생님”(『샌프란시스코크로니클』), “황금을 삶으로 바꾸는 반마이다스의 손길을 가진 남자”(버턴 맬키얼, 프린스턴대 경제학 교수)라는 찬사에 걸맞게 유쾌한 통찰력으로 인류 역사상 가장 기이하고 경이로운 발명품, 돈의 마법과 미스터리를 낱낱이 벌거벗겨 준다.
오늘날 돈은 우리 대부분에게 중요도와 영향력 면에서 어쩌면 공기보다 더 큰 위력을 가진 듯 느껴질지 모른다. 반드시 필요할뿐더러 조금이라도 부족하거나 문제가 생기면 삶에 지장과 고통을 겪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돈의 작동 원리나 파급 효과 등 그 실체를 분명하게 알기란 무척 어려운데, 특히 금융 시스템이 고도로 발달한 현대에는 더욱 그러하다. 신용대출, 금융 상품, 인플레이션, 물가, 환율, 금리 등은 우리 생활에 밀접한 요소들이지만 이것들이 통화 정책이나 경기 거품 또는 침체와 서로 얽히고설켜 돌아가면 전문가들이나 이해 가능한 딴 세상 이야기가 되어 버리기 십상이다. 그래서 저자 역시 이 책은 쓰기 힘들었다고 고백할 정도다. “돈의 본질은 설명하기 까다롭다. 흥미진진하고 이해하기 쉽게 만들기가 만만찮다.”
따지고 보면 돈이란 작은 둥근 금속과 종이 문서, 심지어 전산상의 숫자에 지나지 않는다. 도대체 이런 것이 왜 가치를 지니게 된 것일까? 어째서 이것은 유통되는 과정에서 원래보다 두 배, 열 배로 불어나기까지 하는 걸까? 나아가 어떻게 이것이 우리를 울고 웃게 하고, 세상을 흥하거나 위태롭게 만들기도 하는 걸까? 한낱 종잇조각에 불과하지만 우리 모두가 얻고자 안달하는 이것, 돈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월급쟁이부터 사장까지 모두를 위한 한 번은 돈 공부
20달러짜리 지폐는 종이 그 자체로서는 한낱 종잇조각 이상의 가치가 없다. 그러나 어린아이들조차 그것을 찢는 건 상상도 못 할 어리석은 행동임을 잘 안다. 20달러라고 적힌 지폐가 실제로 20달러어치 가치를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저자는 겉으로 보기에 아주 간단한 이런 질문을 던짐으로써 놀랍도록 다채로운 돈과 통화의 세계를 열어젖힌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수많은 다른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생겨난다. 지폐는 도대체 왜 존재할까? [어벤져스]는 정말로 [타이타닉]보다 돈을 더 많이 벌었을까? 짐바브웨의 독재자 로버트 무가베는 어째서 100조짜리 지폐를 찍었을까? 왜 북한은 화폐 가치를 100분의 1로 떨어뜨려 주민들의 현금을 휴지 조각으로 만드는 이상한 화폐 개혁을 벌였을까? 미국 독립전쟁의 이면에는 사실 화폐 전쟁이 있었다고? 미국에서는 반려견에게도 신용카드가 발급됐다? 아베 신조는 어떻게 인플레이션을 공약으로 내세워 총리에 당선됐을까? 에콰도르는 왜 미국 달러를 공식 화폐로 지정했을까? 연방준비제도 지지 세력이 케네디를 암살했다고? 처칠의 금본위제 고수 정책은 왜 인생 최대의 실수로 남았을까? 중국 관리들이 오바마케어에 지대한 관심을 보인 까닭은? 유럽 국가 대부분이 공통 통화를 사용하는 이유와 그로 인해 많은 문제가 발생한 이유는? 비트코인의 탄생 경위와 위험성 그리고 가능성은?
명목화폐와 실물화폐,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 물가와 구매력, 신용대출과 금융 위기, 중앙은행과 통화 정책, 환율과 통화 전쟁, 금본위제와 단일 통화, 종이화폐와 암호화폐. 저자는 이런 골치 아픈 주제들을 다루기 전에 먼저 용어를 직관적인 표현으로 쉽게 정의하고 역사, 정치, 경제, 문화, 심리 등 여러 분야의 배경 지식을 제시함으로써 주의 깊게 기초를 닦는다. 또 생생하고 유머 넘치는 실제 사례를 들어 보임으로써 독자들의 흥미와 관심을 돋운다. 예를 들어 인플레이션은 “구매력이 떨어지는 것”, 금리는 “대출받은 돈의 가격” 또는 “신용대출의 가격”, 통화 평가절하는 “나라 전체를 다른 나라에 할인 판매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면서 항공사들의 마일리지 남발 사례로 인플레이션을 설명하고, 할리우드 영화 흥행 성적을 활용해 명목 지표와 실질 지표의 차이를 알려 주고, 빅맥 가격을 끌어들여 국가 간 시장바구니 가격을 측정하며, 교도소에서 돈으로 사용되는 고등어 파우치를 통해 어떻게 통화가 자격을 얻는지 보여 주고, 영화 〈멋진 인생〉으로 금융 패닉을 설명하는 식이다. 그러면서 저자는 유동성과 지급능력의 차이, 신용거래의 힘, 환율의 성격, 현대 경제에서 법정 화폐의 필요성과 위험, 은행과 중앙은행의 중요성 같은 핵심 주제를 또렷이 이해시키려는 원래 목적 또한 결코 놓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그 자체로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돈이 부리는 기묘한 마법을 명쾌하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금융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필수 교양을 갖추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개인뿐 아니라 기업과 국가와 전 세계가 돈을 ‘올바로’ 운용하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이것이 바로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달성하려는 핵심 목표다. 그리고 찰스 윌런은 어째야 “수업이 재미나고 또 효과도 좋은지”(『퍼블리셔스위클리』) 익히 아는 박식하고 재치 넘치는 스승이다. 저자는 친절하고 직관적인 설명, 참신하고 흥미진진한 사례로 우리에게 통찰과 지식, 재미를 동시에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