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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일락과 깃발

라일락과 깃발

  • 존버거
  • |
  • 열화당
  • |
  • 2019-12-25 출간
  • |
  • 220페이지
  • |
  • 142 X 223 X 19 mm / 306g
  • |
  • ISBN 9788930106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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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1970년대 중반, 나이 오십을 앞둔 존 버거는 알프스 자락 산악 마을로 삶의 거처를 옮긴다. 1972년 비비시 텔레비전 프로그램 ‘다른 방식으로 보기(Ways of Seeing)’와 동명의 책이 대중적으로 성공하고, 같은 해 소설 『G』로 부커상을 받으면서 미술평론가와 소설가로서 명성을 얻어가던 때였다. 전성기를 누리던 사십대의 작가가 이런 결단을 내린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1970년대 세계 역사의 흐름은 금융 자본주의가 나아가는 방향으로 완전히 틀어져 있었고, 오직 생존을 위해 헌신하는 농민계급이 더 이상 생존할 수 없게 될 위기를 감지한 존 버거는 이에 저항할 대안을 찾아야 했다. 스스로 ‘두번째 교육’, ‘나의 대학’이라 불렀던 프랑스 농민 공동체는 그에게 거부할 수 없는 역사였다. 미술평론가나 작가로 불리기보다 ‘이야기꾼’이 되고자 했던 그에게, 사라져가는 이들의 삶을 체험하고 그 이야기를 전하는 일은 사명이었다. 이후 십오 년 동안 이 주제로 글쓰기에 매달렸고, 생을 마감할 때까지 이곳을 떠나지 않았다.
이번에 새로 번역 출간된 삼부작 소설 ‘그들의 노동에(Into Their Labours)’는 그 결과물로, 1974년부터 집필을 시작해 1990년에 완성했다. 1부 『끈질긴 땅(Pig Earth)』(1979)은 산악 마을의 전통적인 삶을 묘사하고, 2부 『한때 유로파에서(Once in Europa)』(1987)는 그런 마을의 삶이 사라지고 현대화하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실향을 그린다. 3부 『라일락과 깃발(Lilac and Flag)』(1990)은 자신들의 마을을 떠나 대도시에 영원히 정착한 농민들의 사랑 이야기다. 배경은 유럽 시골 마을과 도시이지만, 몇몇 세세한 면을 제외하고 보면 세계 여러 대륙에 있는 많은 국가들에 존재하는 보편적 장소들이다.

이 삼부작의 역사적 의미
그렇다면 왜 농민인가. 오늘날 농민과 경제 체계는 어떤 관계인가. 농민들의 경험은 전 세계적 차원에서 어떤 의미인가. 존 버거는 1부 머리말에서 옛 농민들이 지녀 온 시간관, 경제관, 그리고 정치적 입장과 종교적 태도는 다른 계급이나 집단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음을 심도있게 분석한다. 그들에게 미래에 대한 유일한 희망은 살아남는 일이었다. 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끝없이 노동해야 하는 농민들은 자신의 삶을 미래와 과거 사이에 놓인 하나의 ‘막간’에 불과한 것으로 본다. 이는 그들이 매일 익숙하게 마주하는 탄생, 삶, 죽음의 연속에서 깨달은 이치다. 이점 때문에 농민들은 종교에 의지하지만 그 믿음의 기원은 정작 종교가 아니며, 지배자나 성직자의 종교와도 일치했던 적이 없다. 또 내일의 생존이 가장 큰 관심사인 만큼, (지주들이 생산물을 착취해 가는 부분 외에는) 자신들이 생산한 것을 경제적 잉여로 간주하지 않는다. 임금 노동자들은 자신이 생산한 것의 가치에 속아 넘어가기 쉬운 반면, 농민들이 맺는 경제적 관계는 언제나 투명했기 때문이다. 정치적으로 종종 보이는 농민들의 보수주의는 지배층이나 아첨하는 프티부르주아의 그것과는 아무 공통점이 없다. 권력이 아닌 수단의 보수주의이고, 예측 불가한 변화의 위협에 맞서 온 삶, 대를 이어 내려온 가치를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다.
이렇게 흔들림 없이 살아남은 농민의 세계관은 19세기 들어 변화하기 시작한다. 자본과 시장경제에 노출되면서 그들에게 돈을 지불하고 수확물을 사 가는 이윤 체계에 종속되었다. 농민들의 도시 이주가 시작되고 버려진 마을이 생겼다. 농업의 대규모 상업화와 식민지화로 농민들의 자손은 도시 임금노동자가 되어 다른 계급에 흡수되었다.
이제 농민들의 꿈은 불리한 조건이 없는 삶으로 돌아가는 것이 되었다. 부당함이 생기기 전, 존재의 근원적인 상태로 말이다. 물론 농업이 꼭 농민을 필요로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들의 경험으로 확인된 연속적 세계관은 자본주의의 덧없고 모순된 희망보다는 지금 우리에게 더 현실적이다. 진보를 향한 농민들의 의심은, 오늘날 자본주의가 대안을 찾느라 똑같은 의심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거 없는 게 아니었다. 이 삼부작은 이같은 진실을 가르쳐 준, 여전히 시골 마을에 살거나 대도시로 떠나야만 했던 사람들과의 연대를 위해 씌어졌다.

라일락과 깃발 ? 살아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3부 『라일락과 깃발』은 고향을 떠나 대도시에 정착한 사람들의 사랑 이야기로,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이름도 배경도 모르는 한 나이든 여인이 화자로 나온다. 그녀는 (1, 2부의 마을과 같은 곳으로 추정되는) 산악 마을에 살면서 도시로 사라져 다시는 살아 돌아오지 못한 수많은 사람들을 지켜봐 왔다. 주인공 쥬자와 수쿠스는 연인이 되기 위해 힘겹게 싸우는 젊은 남녀로, ‘라일락’과 ‘깃발’은 그들이 서로를 부르는 애칭이다. 수쿠스는 어릴 때 고향을 떠나 트로이에 정착한 클레망의 아들이다. 안정된 직장을 갖지 못한 수쿠스는 교도소 앞에서 커피를 팔고, 크레인이 있는 공사장 인부로 일하다가, 광장에서 사람들의 혈압을 재고 돈을 받는다. 쥐 언덕 판잣집에 사는 쥬자는 트로이에서 그를 만나 사랑에 빠지고 둘은 평범한 연인들처럼 미래를 꿈꾼다. 그녀의 오빠 나이시는 살아남기 위한 새로운 편법들, 살아남는 것이 더 이상 문제가 아닌 사람들에 합류할 최신 계획들을 연구한다. “우리는 법 바깥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뭘 하든 법을 어기는 셈이야.” 그리고 쥬자와 수쿠스는 그가 공모한 밀매에 가담한다. 집까지 추적해 온 경찰과의 총격전으로 나이시는 죽고 쥬자는 사라져 버린다.
이들이 사는 트로이는 공항과 자동차 전용도로와 사무실과 돈이 모이는 광장이 있는 모든 현대 도시를 상징한다. 소설의 주된 배경은 대도시이지만, 화자를 비롯한 소설 속 인물들은 자신이 살던, 또는 부모님이 살았던 시골 마을의 풍경을 기억하고 이를 매개로 하나로 연결된다. 입에서 입으로 이어져 내려온 고향의 이야기들은 도시에서의 황폐한 삶을 위로하고 삶을 지탱해 주는 이미지로 각자의 가슴에 슬프게 존재한다.
하지만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칠수록 죽음은 더 가까이 다가오기라도 하는 듯, 그들 대부분은 살아남지 못한다. 종국엔 어느 낯설고 환상적인 장소에 다다른다. 물 위뿐 아니라 땅 위로도 다닐 수 있는, 모든 것이 흰색이고 선실 전체가 일등석인, 구명보트나 안전벨트 따위 없이도 어떤 위험에 처하지 않을 것 같은 배. 쥬자가 있어야 할 이 하얀 배에 정작 그녀는 없다. 그리고 배는 수쿠스가 꿈꾸던 아버지의 고향 아라비스에 정박한다.
환상적인 끝맺음을 하는 3부는 존 버거만의 독특한 서술 방식이 가장 절정을 이루는데, 인물들이 처한 시련과 고통을 가감 없이 기술하는 동시에 그들이 나누는 연민과 사랑을 서정적인 언어로 섬세하게 표현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는 그의 다른 소설 『A가 X에게』 『킹』 등과도 연결되며, 사회문제에 대해 투쟁적이면서도 거기에는 언제나 연민과 사랑이 함께해야 한다는 것, 그래야 비로소 진정한 연대가 가능하다는 생각이 담겨 있다. 또 죽은 이들과 살아 있는 이들이 하는 대화, 과거와 현재와 미래로 넘나드는 시간, 어디에나 있을 법한 장소 등, 『여기, 우리가 만나는 곳』에서도 나타나는 서술 기법 역시 발견된다. 별개의 이야기인 듯하지만 인물들은 생사 구분없이 연결되고, 트로이, 부다페스트역, 알렉산더 광장 등 익숙하면서도 알 수 없는 조합으로 장소의 이름이 차용된다. 이로써 우리는 모든 도시의 어두운 거리, 기차역, 술집, 광장, 교도소에서 지금의 ‘라일락’과 ‘깃발’을 알아볼 수 있게 된다.

그들의 노동에 ? 공동체적 연대
삼부작의 제목은 『요한복음』 4장 38절의 구절인 “다른 사람들이 노동하였고, 너희는 그들의 노동에 들었느니라”에서 비롯되었다. 예수가 사람들에게 다른 이들이 해 놓은 것을 거두어 오라고 하면서, 자신이 하지 않은 일로 혜택을 누린다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하는 말이다. 여러 가지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존 버거가 이를 제목으로 가져온 까닭은 오랜 인류 역사 속에서 농부들이 살아온 연속된 시간관, 공동체적 삶의 형태를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일 것이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단절되지 않고 앞 세대의 결실이 다음 세대에게 이어지는, 이웃 간의 손길이 경계 없이 오가는 삶의 방식 말이다. 그렇다면 이 삼부작을 통해 제시하고자 한 대안은 무엇일까. 도시를 떠나 시골로 내려가기만 하면 해결되는 일일까. 그건 너무 낭만적이고 순진한 생각이 아닌가. 그들이 대도시가 아닌 농촌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면 과연 이런 비참한 최후를 맞지는 않았을까.
근대는 성장과 진보가 역사의 목적이자 추진력이 된 시대이다. 이 원칙은 부르주아가 부상하는 계급으로 등장하면서 탄생했고, 현대의 모든 혁명 이론들을 통해 계승되었다. 이십세기의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결은, 이데올로기의 관점에서 보자면, 그러한 진보의 내용에 대한 대결일 뿐이었다. 자본은 좌파와 우파를 불문하고 그렇게 자신을 끊임없이 재생산하는 한에서만 인정받는다. 김종철은 『근대문명에서 생태문명으로』에서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성장 없이는 존속할 수 없는 근대적 방식에 대한 ‘적응’을 말할 게 아니라, 성장논리와는 무관한 질적으로 전혀 다른 삶, 즉 ‘비근대적’ 방식으로 방향전환하려는 급진적 노력”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해결책으로 소농 공동체를 제안한다. 농민들의 자립적 생존이라는 근원적 밑바탕이 소멸된다면 자본과 권력의 논리에 끝없이 휘둘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존 버거의 제안 역시 이와 같은 맥락이며, 농경적 삶으로 돌아가자는 막연한 몽상이나 낭만과는 거리가 멀다. 현실도피가 아니라 현실을 살아가기 위한 마지막 방편인 것이다.
그가 세계의 위기를 감지하고 삼부작을 썼던 삼사십 년전보다 현실은 더 악화되었다. 인권이나 평등의 차원을 뛰어넘어, 기후위기, 수질오염, 쓰레기, 기업식 대규모 축산업에 의한 구제역과 살처분 등, 전 인류와 지구 생명이 위협적 상황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모든 환경문제는 자본주의 시스템과 직결되어 있다. 지금 우리가 당연시 하고 있는 이 체제는 사실 장구한 역사 속에서 대단히 예외적인 시스템이다. 이제 최면에서 깨어나 성장을 향한 질주에 제동을 걸고 운전대를 돌리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 삼부작은 그 용기들에 힘을 보태는 연대의 손길이다.


목차


오래된 연애시 / 탄생 / 음식 / 물 / 불 / 콘크리트 / 범죄 / 하늘 / 결혼 / 팔기 / 수배 /
사랑스런 몸 / 취조 /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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