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가면 뭘 먹어야 할까요?”
“래빗 님, 태국요리 추천해 주세요.”
태국에 대해 조금 안다고 알려지고 나서,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은 역시 음식이었어요. 그러면 저는 조금 난감한 표정으로 “똠얌꿍?” 정도만 말하죠. “아, 전 똠얌꿍 못 먹어요.” “그럼, 쌀국수를 드셔보세요.” 그러면 이런 대답이 돌아오죠. “어떤 쌀국수요?”
그러면 저는 미로에 빠진 기분이 되곤 해요. 식성이란 개인마다 다르기에 내 입맛에 맞는다고 다른 사람의 입맛에 맞을 리 없잖아요. 이국 음식이 처음부터 입맛을 딱 사로잡을 리도 없죠. 저도 태국에 처음 살 때 태국음식을 잘 못 먹었거든요. 처음 태국 쌀국수를 먹었을 때는 기름진 국물과 고수 냄새에 질색했고, 똠얌꿍을 먹을 때는 생소한 갈랑갈과 레몬그라스의 강한 맛에 미간을 찌푸렸죠. 학교 근처의 허름한 식당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음식들을 마주했을 때의 혼란과 두려움도 기억나네요.
결혼하고 방콕에서 4년 동안 살면서, 저도 이국의 문화에 차차 적응하게 되었어요. 볶음밥부터 시작해서, 그 다음에는 팟끄라파우무쌉, 그리고 쏨땀과 까이양에 맛을 들이기 시작하면서 태국음식에 길들여지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태국음식은 한동안 여전히 미지의 세계였어요. 시장에 가면 모르는 식재료 투성이였고, 생소한 맛에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는 음식이 늘 있었죠. 이 맛은 대체 뭘까? 어떻게 만들어내는 걸까?
이번에 조금은 충동적이었던 태국 요리 여행을 떠나, 목돈을 들여 정식 요리학원에서 수업을 들으면서 남프릭에 대해 배우고, 커리를 정성스레 만들어 보니, 아, 이게 태국음식이구나! 하는 새로운 깨달음이 있었어요. 태국음식이 세계적으로 그 맛을 인정받고 있는 이유도 알 것 같고요. 미안하지만 그동안 제가 먹었던 태국음식은 조금은 간단하게 만들어진 음식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모든 음식이 그렇듯 태국음식도 정성이에요. 신선한 재료와 함께 굳이 돌절구라는 힘든 도구를 이용해 윤기가 날 때까지 빻아 만드는 거죠. 신선한 커리페이스트와 코코넛크림을 쓴다면 다른 재료가 필요 없을 만큼 맛있는 커리가 돼요. 팜슈가와 코코넛오일을 제대로 쓰고 균형이 잘 잡힌 태국음식이 정말 맛있다는 것을 이번 수업에서 배웠지요.
(에필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