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는, 가끔 이렇게 뽀송뽀송한 거예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평화’라는 단어는 다소 어색하다. 국어사전에는 ‘평온하고 화목함’으로, 지식백과에는 ‘인간집단 상호간에 무력충돌이 일어나지 않은 상태’로 정의된다. 빠르게 흘러가는 경쟁사회 속 치열하게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전쟁이라면, 짧게 주어진 주말이 우리에겐 평화와 휴전이 되는 것인가.
오랜 인류역사 속 짧은 어느 순간 태어날 때부터 ‘천한’ 존재와 ‘귀한’ 존재로 나뉘었던 적이 있다. 양반이 아니라는 이유로 뼈 빠지게 일해도 밥 한 끼 마음 편히 못 먹던 시절, 하늘 아래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분연히 떨쳐 일어선 것이 동학농민혁명이다. 부패한 정권과 외세에 맞서 인간의 평등을 주장하며 목숨을 내건 우리 선조들이 진정 바란 것은 무엇인가. 따뜻한 밥 한 끼 나눌 수 있 함께 나누며 더불어 사는 평화로운 세상이 아니었을까.
그림책 『평화는 가끔 이렇게 뽀송뽀송』은 동학농민혁명군이 그리던 평등한 세상, 평화로운 세상에 관한 이야기이다. 기아와 전쟁, 강대국의 횡포와 같은 세계문제나 무한경쟁, 경제문제, 미움과 혐오, 차별 등 사회문제를 아직 실감하지 못하는 우리 아이들이 생각하는 평화에 관한 이야기이다.
우리 아이들에게 평등과 평화, 무겁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맞으며 휴대폰 하는 시간이 가장 평화로운, 부모님과 함께 먹는 따뜻한 밥 한 끼 속에서 평화로운, 멍때리는 시간이 평화로운, 도서관에서 책을 읽으며 평화로운, 우리 아이들의 평화가 오래도록 지속되길 바란다. 내 안의 평화의 다른 이의 평화가 되고 세상의 평화로 이어지고 있다. 그 속에서 나를 살피고, 남을 챙기며, 우리를 보듬는 아이들로 성장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예전과는 다르지만, 또 다른 불편과 불평등에 맞서 여전히 전쟁 같은 하루를 살고 있다. 우리와 다음 세대의 평화를 위해 어떤 싸움을 할 것인가. 평화를 위해 싸워야 한다는 아이러니가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