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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팔꽃

나팔꽃

  • 강병철
  • |
  • 삶창
  • |
  • 2019-11-27 출간
  • |
  • 256페이지
  • |
  • 145 X 210 mm
  • |
  • ISBN 9788966551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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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일제강점기를 살았던 소년의 삶

강병철의 이번 소설집의 주인공들은 소년이거나 청소년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떤 천진함이 세 편 모두에 흐르고 있다. 소년기 특유의 천진함으로 시대와 역사를 살아가는 탓인지 아프고 슬픈 시간들인데도 고통만 전경화 되지 않는다. 소용돌이 같은 시대 속에서도 소년들은 그들만의 방식대로 싸우고, 사랑하고, 웃으며 살아간다. 표제작이기도 한 「나팔꽃」은 일제 말기 즉 일본제국주의가 일으킨 태평양전쟁 시절을 사는 조선 학생의 초상들이다. 소설의 말미는 징병으로 끌려간 용석이 탈영한 와중에 해방을 맞는 것으로 끝나는데, 이 소설의 재미는 그 이전 이야기인 일본 학생들과의 갈등에 모아져 있다.

석별 이전에 악수와 깊은 포옹으로 마무리했으니 청년다운 결기다. 별들이 밤하늘에 그물처럼 출렁이는 천변에서 두 개의 그림자가 부스스 등을 보였고 나머지 구경꾼들도 몸을 털며 일어섰다. 관전자들끼리도 서로 어깨를 적당히 두들기고 반대 방향으로 따로따로 술청을 찾았다. 그리고 퇴학생 김수복의 이름이 한동안 용주고보에 전설처럼 남기도 했다. 용주고보의 딱 한 명뿐인 여성인 서무과 김수미 양도 눈물을 글썽거렸다는 소문이 얼핏 들렸으나, 그것뿐.(32)

일본 학생이든 조선 학생이든 소년들은 민족 감정 이전의 의협심으로 현실을 본다. 일본 학생 아라기의 도발로 조선 학생들이 ‘후쿠로 다다키’를 친 후과로 정학 내지 퇴학을 당하자 양쪽의 싸움군 도요토미와 김수복이 ‘맞짱’을 끝내고 헤어지는 장면이다. 이 소설은 식민주의가 소년들의 영혼에 어떤 그림자를 드리우는지 보여주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조선 소년들의 눈으로 본 비참한 자기 현실이다. 싸움꾼 김수복도 전쟁 앞에서는 영락없는 소년의 모습인데, 슬프게도 김수복은 죽고 용석은 살아 탈영을 감행한다. 탈영한 용석이 두만강 너머의 온성 땅에 도착하자 일본이 패망해 해방이 되지만, 용석이 본 것은 “소련군 탱크 부대가 그릉그릉 오는” 장면이다. 그래서 작가는 소설의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끝맺는다.
“완전히 끝난 것은 단 한 가지도 없었다.”

소년의 눈으로 본 1960년대의 삶

그렇다면 「한머리」는 ‘불길한 해방’ 이후를 다루는가? 연작소설이 아니니 당연히 그럴 필요는 없다. 「한머리」는 1960년대 중반이 시간적 배경이다. 여기서도 아홉 살 소년 동희의 가족사와 동희가 사는 지역의 대소사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주인공은 소년인 동희이다. 어떻게 보면 성장소설에 가까운 것도 같지만 동희의 눈을 빌어 어른들의 이해할 수 없는 세계를 묘사하고 있다. 때가 1960년대 중반이니 전쟁의 그림자가 없을 리 없다. 작가는 의도적으로 1960년대가 전쟁의 자식이었음을 곳곳에서 드러낸다. ‘원조 백모’의 경험을 통해서 말이다.

발 디딜 틈조차 없는 시체 더미를 피해 고사리 숲 철길로 올라서니 억새풀 사이로 헤아릴 수 없는 시체가 있었다. 생강밭 고샅을 넘었을 때 거기서도 젊은 남자의 시체 몇 구가 쓰러져 있었다. 힘 있는 젊은 사람이 이판사판 도망가니까 군인들이 뒤쫓아 가면서 총을 쏜 것이다.(128)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과 9·28 서울 수복 이후 세상이 또 한 번 바뀌었다. 그 후 공 씨는 마을 사람들에게 자리개로 두들겨 맞는 대가를 치렀으니 인과응보이다. 특히 백부가 가장 노발대발하여 그의 아랫도리를 번쩍 들더니 개울에 쑤셔 박았다. 그나마 외동딸 순임이 하나라도 낳은 게 신기한 일이지 생식능력을 잃은 것도 그때 당한 멍석말이가 이유라고 수군수군 입방아 찧기도 했다.(141)

앞 인용 구절은 ‘원조 백모’가 시집오기 전 경험한 노근리 학살에 대한 언급이고 뒷부분은 전쟁의 복판에서 있었던 좌우 갈등 이야기이다. 작가는 소년 동희의 눈을 통해 부모 세대들이 여전히 전쟁을 앓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만일 작가의 의도가 여기에 있다면 「한머리」는 「나팔꽃」의 후속작이라고 부를 수도 있다. 용석이 전쟁을 치르고 살아남아 「한머리」에서 여러 모습으로 변신하고 있다고 할까.
동희 세대도 그 나름대로 삶이 있었다. 그것을 상징하는 에피소드 중 압권은 정자 누나에 대한 성만이 형의 짝사랑 이야기이다.

성만이가 ‘풍덩’ 자맥질하여 손에 잡힌 피라미를 검바위로 집어던지면 성순이와 정자가 동시에 박수치며 보조개 웃음을 까르르 피웠다. 강아지풀에 꿴 민물고기 꾸러미 비늘 파편이 햇살 받아 파닥거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성만이 형은 정자의 웃음소리가 끊어지지 않게 하기 위해 검바위 물속으로 무던히도 알몸을 담궜다.(149)

하지만 정자 누나는 “살붙이”인 재홍이 형과 정분이 났고, 소문은 마을 전체에 퍼졌다. 재홍이 형은 강원도 원주로 도망쳐 혼자 남은 정자 누나는 재취 자리를 마다하고 자살을 하고 말았다.
이런저런 일들이 마치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면서 소설은 낡은 가치들과 새로운 가치들이 충돌하는 장면들을, 또는 암시들을 여러 곳에 매복시켜 놓는데 이것이 또한 이 소설의 읽는 재미를 더해준다. 아무튼 「한머리」를 통해 작가는 한 시대의 초상을 박진감 있게 그려 놓았다. 시대적 의미에 미치지 못하는 한머리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통해 1960년대 중반, 전쟁의 그림자가 조금씩 걷혀가면서 나타나는 모습들을 강병철은 이야기꾼의 눈으로 포착하고 있다.

성장소설이면서 역사소설

그렇다면 작가는 왜 이번 소설집에 실린 세 편의 중편소설의 주인공과 화자들을 소년으로 설정 했을까. ‘작가의 말’에서 작가는 그동안 써온 성장소설에 “‘착함’의 캐릭터가 바리게이트 되어 문장들을 가로막지 않았나” 떠올리게 됐다고 한다. 동시에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그 후 산업화 시국 전후의 아리고 시린 사연들을 전면에 배치하고 싶다”고 한 점을 고려해보면 ‘착한 캐릭터’를 벗어나기 위해 ‘착하지 않은’ 시간대를 택한 듯싶다. ‘착한’ 시공간에서 ‘착하지 않은’ 캐릭터를 창조하려면 얼마간 위악적이어야 하지만, 시대적 조건이 착하지 않다면 ‘착하지 않은’ 캐릭터는 너무도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강병철의 이번 소설집에 등장하는 착하지 않은 소년들은 역설적으로 ‘착하지 않은’ 역사적 시간을 드러내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강병철의 새 소설집 『나팔꽃』은 성장소설의 외피를 두른 역사소설에 가깝다.
그런데 역사소설이라고 하기에는 전체를 아우르는 공통점이 있다. 세 편 공히 역사적 사건을 배경으로 해서 소년들의 변화가 강조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보면 이번 소설집은 성장소설이기도 하다. 역사소설이든 성장소설이든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이야기의 재미남인데, 특히나 툭하면 싸우고 또 화해하고, 그러면서 성장하는 지극히 평범한 소년들의 입장에 작가가 섰기 때문에 그 재미는 가능했을 것이다.


목차


나팔꽃 / 7
한머리 / 103
숨소리 / 195

작가의 말 /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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