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소설은
소설가 김지연 등단50주년을 기념하는 단편 선집으로 작가가 직접 뽑은 24편의 단편을 수록하고 있다. 196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 당선과 1968년 『현대문학』 추천완료로 등단한 저자는 초기에는 지리산 자연 풍경을 배경으로 야생적이고 원시적 삶의 모습을 서정적으로 담아냈다. 에밀 졸라와 같은 자연주의 작가들과 같이 하층민들의 비참한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서 그들의 삶을 개선하려는 리얼리스트의 모습이었다. 하지만 중반기부터 생명의 존엄성이 파괴되는 현실을 병원 풍경의 현미경 같은 묘사를 통해 과학적으로 그려낸 작가는 근래 들어서 죽음을 앞둔 창백한 사람들의 슬픈 초상을 집중적으로 그리고 있다.
단편 선집 『山가시내』에는 ‘야생’, ‘생명’, ‘인생’,‘죽음’과 같은 주제로 엮은 주옥같은 단편 24편이 실렸다. 글귀신을 붙잡고 50여년을 살아온 저자의 피와 땀이 고스란히 묻어있는 단편들은 치밀한 구조와 원시적인 색채가 짙은 토착적인 언어로 그려진 초기의 단편, 지리산에서 도시로 배경을 옮긴 후부터의 부도덕적이고 반인간적 행위를 페미니즘의 측면에서 지속적으로 다룬 중기의 단편, 죽음의 문턱에 서 있는 노인의 절망적인 삶의 고통과 생명의 존엄성 문제를 다룬 후기의 단편들을 싣고 있다. 독자들은 이 단편 선집의 작품을 통해 소설읽기의 폭넓은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