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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한 가지 소원

꼭 한 가지 소원

  • 황선미
  • |
  • 웅진주니어
  • |
  • 2019-11-20 출간
  • |
  • 96페이지
  • |
  • 172 X 215 X 14 mm /294g
  • |
  • ISBN 9788901237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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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계절의 변화처럼 섬세한 문장으로 그려 낸, 한 아이의 느리지만 분명한 성장 이야기
갓 아홉 살이 된 아이에게 1년이라는 세월은 전체 삶의 1할이 넘는 아주 긴 시간이다. 그 긴 시간 동안의 이야기는 어떤 향기를 품고 있을까. 차곡차곡 감기는 시간의 타래 속에서 작가는 실 가닥 몇 개를 끄집어낸다. 봄빛 머금은 실과 여름 바람이 묻은 실, 가을 냄새가 배인 실, 겨울 한기가 서린 실을 섬세하게 엮어 한 아이가 한 해 동안 경험하는 성장의 마디 마디를 함께 느끼게 해 준다. "아가"라는 소리가 듣기 싫어서 어른스러운 척하지만 엄마의 놀림에 이불을 뒤집어 쓰고 울어 버린 어느 봄날의 나리는 어리고 연약해 보일 뿐이다. 그러나 엄마에게서 풍기는 약 냄새가 마냥 싫었던 아이가 여름과 가을을 지나 푸짐한 눈이 내리는 겨울을 맞는 동안 자기도 모르게 한 뼘 자란다. 그러는 동안 나리는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엄마가 약을 먹는 이유와 동생을 가질 수 없는 이유를 슬며시 깨닫는다. 병실에서 풍기는 약 냄새에도 찡그리지 않고 엄마가 우는 것을 보고도 입술을 꼭 깨물어 울음을 참는 나리의 겨울은 넓어진 마음만큼이나 따뜻하다.

아이의 눈앞으로 가까이 가져온 일상 속 자연
나리의 마음을 한 뼘 더 넓고 깊게 만들어 주는 것은 부모님도, 선생님도 아니다. 나리가 일상에서 온몸으로 느끼고 겪어 내는 자연이 나리를 서서히 자라나게 만든다. 자연은 계절의 흐름에 따라 늘 다른 빛깔의 선물을 나리에게 주고 간다. 여름에 우연히 찾아 온 달팽이는 잽싸게 튀어나왔다 사라지는 더듬이로 나리를 웃게 한다. 잘려도 곧 다시 자란다고 하니까 더듬이를 잘라 보겠다는, 나리가 무심코 던진 말에 표정이 굳어 버린 엄마. 그 순간 나리는 엄마의 마음속으로 걸어 들어가 옛일을 떠올리고 슬픔에 깊이 공감한다. 그리고 생명의 소중함을 깨닫는다. 그 자리에는 선생도 없고 학생도 없었다. 다만 자연이 놓고 간 선물과 사람, 오고 가는 대화가 있었을 뿐이다. 가을 산에서 마주친 무시무시한 뱀, 겨울 화단에 내린 함박눈 - 자연이 준 선물은 그 모습은 저마다 다르지만 의미는 같다. 사람도 결국 자연의 일부라는 것. 그렇기에 겨울을 지나면 당연히 봄을 맞이하는 것처럼 희망을 가져도 된다는 것. 온 힘을 다해 만든 눈사람을 엄마 주려고 냉장고에 넣어 둔 뒤, 곤히 잠든 나리를 보며 독자들은 어렴풋이 느끼게 된다. 앞으로 수없이 많은 계절이 지나는 동안 나리는 건강하게 자랄 것 같다고. 밤새 눈사람은 사라졌지만 그것으로 괜찮다. 이미 우리는 나리에게서 위로와 용기의 선물을 받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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