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수치의 거품을 뿜는 바다의 거친 물결이요,
영원히 예비 된 캄캄한 흑암으로 돌아갈 유리하는 별들이라.(유다서1:13)
2019년을 마무리하는 시린 바람과 함께 더욱 냉혹한 현실을 반영한 문제작 『버블 비너스』가 출간됐다. 「달맞이꽃」으로 월간문학 신인작품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한 심은신 작가는, 이후 공무원문예대전, 경북일보문학대전 등을 수상하며 현재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문단에서 주목받는 신예작가이다.
심은신 작가의 『버블 비너스』는 환영과도 같은 인간의 갈망에 관한 이야기다. 작가는 소설을 통해 줄곧 외모 예찬과 성적 욕망, 그리고 부를 향한 열망이 샴쌍둥이처럼 하나의 뿌리에서 파생되었음을 강조한다.
성형수술로 끊임없이 얼굴을 갱신하며 여신이 되고자 하는 한 여자와, 부단히 돈과 명예를 좇는 성형외과 의사가 진료실에 마주앉아 나누는 성형상담 과정 가운데 우리 내면에 은밀히 숨겨둔 욕망의 진실한 모습이 드러난다. 소설 전개는 결국 인간이 간절히 닿기 원하는 열망의 비밀을 찾아가는 여정과도 같다. 신화와 과학문명의 꽃이라 불리는 우리 시대 문화의 집약체인 성형수술, 그 과정을 통해 독자들은 미와 사랑의 여신 비너스가 진화해 온 길을 거슬러 오르는 여행에 참여하게 된다.
여행의 끝에서 작가는 독자들로 하여금 열망은 시간을 따라 진화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의 근원적 난제일지도 모른다는 자문을 던지게 한다. 인간의 내면을 오롯이 보여주는 한 여자와 한 남자의 이야기는, 욕망을 향해 맹목적으로 달려가지만 실상 거품뿐인 우리사회의 단면을 묘파한다. 신간 『버블 비너스』를 통해 독자들은 허상 속에서 허무를 좇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