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까지도 전남편을 엽기적으로 살해하거나, 살인을 범하고 시체를 훼손하여 한강에 버리는 등의 잔혹 사건이 이어지고 있다. 잔혹하게 사람을 살해하고, 심지어 가족까지 살해했다는 보도는 끊이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범죄학자들은 살인 사건을 분석할 때 주로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 사건의 상황에 주목한다. 상황을 분석할 때 고려되는 것 중 하나가 시대 상황이다. 시대에 따라 살인 사건도 변화될까?
살인 사건을 분석할 때 우리는 먼저 행위자의 신체적·육체적·경제적인 개인 요소를 보게 된다. 그리고 부모와 친척, 이웃 등 가까운 대인 관계를 살펴보고, 행위자가 속한 사회환경, 시대 상황, 그리고 사회규범 체제를 살펴본다. 그러나 이러한 요소는 따로 떼 내어 분리해서 볼 것이 아니라 유기적인 전체로 보아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살인 사건을 살펴보면, 살인 사건도 유기적인 체제 속에서 일어난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행위자가 속한 시대적 상황은 계속 변화하기에 살인 사건도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 ‘세태’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필자는 ‘살인도 세태를 반영한다’라는 관점에서 집필을 시작했다.
이 책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일어난 범죄 중에서 가장 잔혹한 사건들(주로 살인 사건들)을 연대기로 살펴보았다. 검토를 시작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모든 사건이 시대적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였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거시적인 관점에서 볼 때는 살인 사건도 세태를 반영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큰 흐름으로 볼 때 살인 사건은 점차 개인과 개인 사이의 갈등으로 인한 것이 많아지고, 세분화하고 있다. 또 점차 행위자 요소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런 이해와 함께 우리 사회에 파급력이 컸던 사건들의 이면을 살펴본다면, 사건의 진실에 조금이라도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게 될 것이다.
-편집자의 말
우리는 흔히 역사를 일컬어 ‘거울’이라고 한다. 역사는 시간을 비추는 거울이고, 사람들의 모습을 비추는 거울이다. 옛날에는 거울이 권력의 상징이었지만, 현재는 누구나 원한다면 손거울을 들고 다닐 수 있는 시대다. 그리고 이것은 역사란 ‘거울’도 마찬가지다. 《세창역사산책》 시리즈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과 깊이 연관한 것들에 관한 이야기를 역사란 ‘거울’로 비춰 줌으로써 사람들에게 역사란 이름의 작은 손거울을 선물하고자 한다.
한동안 침묵을 지켜 왔던 시리즈가 다시 세상에 선물하는 손거울은 ‘살인 사건’을 비춘다. 아마 이 시점에서 사람들은 살인 사건과 역사가 무슨 상관이 있는지 의아해할지 모른다. 그러나 아우슈비츠와 아르메니아가 역사의 한 장면이듯, 한 사람의 죽음 역시 그 사람을 둘러싼 집단에게는 역사의 한 장면이다. 그래서 우리는 개인과 개인 사이의 살인 사건을 조명함으로써, 우리에 관한 이야기를 선물하고자 했다. 이것은 한 나라의 제국적 침략과 다른 나라의 멸망을 둘러싼 이야기가 아니라, 한 사람의 잔혹한 폭력과 다른 이의 죽음을 둘러싼 작은 역사다.
사마천 이래 동양의 역사가들은 모두 역사를 기록하고 품평함으로써 흥망의 이유를 밝히고 군주에게 반성을 요구하며 교훈을 주고자 했다. 그리고 이 책은 살인 사건을 시대별로 살펴봄으로써 살인도 세태를 반영한다는 것을 밝히고, 살인을 단지 악마적 인간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치부했던 이들에게 사회와 우리의 역할에 대해 되돌아보게 한다. 때로는 미흡한 수사가 일을 키우기도 했고, 때로는 품어줄 줄 몰랐던 우리가 악마를 만들기도 했으며, 때로는 혼란스러운 상황이 범죄를 돕기도 했다.
학살이 그렇듯, 살인은 그 개인과 가족, 친지들에게 가장 잔혹한 역사다. 그리고 역사를 통해서 반성하기 위해선 가장 잔혹하고 피하고 싶은 일들부터 돌아봐야만 한다. 가장 꺼려지고 가장 숨기고 싶은 치부를 낱낱이 드러낼 때야말로 역사는 자신이 가야 할 방향으로 수레를 돌린다. 우리가 범죄와 마주하여 어떻게 우리의 사회를 지켜야 할지, 그리하여 어떻게 우리 사회가 가야 할 방향으로 가게 할 수 있을지, 이제부터 가장 잔혹하고 가장 꺼려지는 살인 사건을 통해서 살펴봐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