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설문학상 수상작인 「나귀타고 오신 성자」를 표제작으로 묶은 성지혜 작가의 작품집이다. 그동안 우리의 삶에 깊은 성찰을 담은 단아하고 아름다운 글로 독자들에게 온화한 위로를 전해주던 작가가 이번에는 종교적 사유와 세태를 풍자한 미학적 신명이 가득한 멋진 풍유의 세상을 보여주고 있다.
「장미를 피우기 위하여」는 상대방에게 마냥 주고파 하는 여인과 옹골찬 여인의 상반된 삶을 엮은 이야기로, 산티아고 순례 길에서 폴과 다니엘을 따라 피레네 산을 넘는 나의 모습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미로」는 이태리 기혼남과 열애에 빠져 혼혈아를 낳아 키우는 슬초의 고단한 삶이 베네치아를 배경으로 하는 생생한 현장감과 아픔으로 다가온다. 「기쁨의 묘약」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자가 교회 기도원에서 만난 나이지리아 목회자 오솜모로의 모습을 통해 세포가 가쁨을 받아들이는 각질로 채워지면서 생명의 씨앗을 잉태하는 모습이 감격스럽게 채워지고 있다. 그래서 기쁨을 잃은 시대 ‘기뻐하면 할수록 새 힘이 솟아나고 더불어 강건해지는 생명이 근원이 된다’는 오솜모로의 말의 울림이 크다. 「나귀 타고 오신 성자」에서 전철 종착역에서 용건릉까지 동행하는 운동권 중년 남자와 사법고시 십수생은 출세가도의 잔혹한 생존경쟁에서 퇴출당한 현대판 돈키호테이지만 그들이 우여곡절을 겪고 각자 귀가를 결심하는 장면은 득도한 성자의 경지로 읽히면서 우리 인간들의 참모습은 무엇일까 고민하게 만든다. 옷 이야기를 배경으로 하는 「첫물」은 마리아 사모와 양장점 마담, 나의 단골이었던 트로아 양장점, K시의 구제품 가게의 구체적인 현장이 남녀의 첫 경험을 그린 화가의 형상과 포개어지면서 만들어내는 인간의 ‘영원성’과 ‘그리움’의 천착이 깊다. 「오동잎 손길」은 나의 유년시절을 생생하게 복원하는 인물들의 형상들이 금방이라도 살아나올 듯이 생생해 읽는 재미와 감동의 여운이 오래도록 이어진다. 「천년의 사랑」은 상처한 신라 흥덕왕의 사연과 견우와 직녀 전설을 직조해 사랑의 영원성이 무엇인가에 관해 시대를 넘나들며 묻고 있다. 「왜 베드로 성당은 나를 거절했을까」는 베드로 성당 광장에서 길을 잃어 그 성당 안에 들어가지 못해 결국 그토록 갈구하던 <피아타>를 보지 못한 여자의 심정이 딸 순예를 잃은 현실의 나와 겹치며 절절하고도 애틋하다.
성지혜 작가의 『나귀 타고 오신 성자』는 인간들이 생각하고 염원하는 전능자를 향한 작가의 몸부림이 적재적소 소재와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생생한 현장성을 통해 만들어내는 진정성의 발자취로 다가오면서도, 오늘의 세태를 풍자한 미학적인 신명이 가득한 명품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