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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해 기억해

복수해 기억해

  • 섀넌커크
  • |
  • 비채
  • |
  • 2019-10-25 출간
  • |
  • 324페이지
  • |
  • 139 X 209 X 29 mm /435g
  • |
  • ISBN 9788934999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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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서평




납치된 소녀,
그러나 정작 위험에 빠진 건 그녀가 아니다!

리사가 갇혀 있는 작은 방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등굣길에 납치되어 이곳까지 끌려온 리사는 변호사인 어머니와 건축가인 아버지 밑에서 자란, 당찬 열여섯 살 소녀이다. 그리고 임신 7개월에 접어든 임신부이기도 하다. 아이의 아빠는 동갑내기 남자친구이다. 교실에서 총기 난사가 일어나도 눈도 깜짝하지 않고 패닉에 빠진 선생님 대신 경보를 울릴 정도로 침착한 리사는 임신 사실 앞에서도, 부모에게 그 소식을 알릴 때도 당황하지 않았다. 물론, 납치당한 순간에도. 리사는 미시시피를 외며 이동시간을 계산하고, 창밖으로 보이는 지극히 한정된 풍경과 냄새, 소리를 통해 자신의 위치를 가늠한다. 자신이 가진 몇 안 되는 도구들을 늘어놓고 번호를 붙이며 탈출 작전을 짜는 리사. 연필깎이(15번 도구)를 비롯해 뜨개바늘(40번 도구), 담요(5번 도구), 나의 인내심(11번 도구)…. 언뜻 소꿉장난처럼 보이는 이 도구들이 어떻게 무기로 탈바꿈해 리사의 작전을 성공시킬까?

“일상의 모든 물건이 무기처럼 보일 것이다. 물컵 하나조차.”
_〈미스터리신매거진〉

몸값을 요구하는 흔한 유괴범으로 보이던 일당은 사실 임신한 소녀들을 납치해 출산 후 아기를 팔아넘기고 산모는 죽이는 인신매매범이자 살인범이었다. 리사는 그들의 대화를 엿듣고 공포에 빠지는 대신 분노한다. 사실, 소시오패스로 불릴 정도의 감정 절제력과 한번 본 것은 모두 기억하는 고도의 기억력을 가진 리사에게 감금이라는 상황은 문제도 되지 않았다. 원하면 일찌감치 탈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리사는 방문자와 감시자들이 움직이는 주기를 조합해 자신에게 유리해지는 33일째 날을 결전의 날로 삼고, 숨을 죽인 채 그날을 기다린다. 이제 리사가 원하는 건 탈출이 아닌, 복수이므로. 소설의 원제인 ‘Method 15/33’은 리사가 연필깎이에 붙여준 번호 ‘15’와 납치 33일째를 조합한, 리사만의 작전명이다.

위협적인 남성 가해자, 연약한 여성 피해자…
납치 스릴러의 공식, 마침내 깨지다.

‘납치’나 ‘실종’만큼 스릴러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소재가 또 있을까. 그러나 《복수해 기억해》는 납치 스릴러의 온갖 클리셰를 부수고 전복한다. 우선, 위협적인 남성 가해자, 연약한 여성 피해자라는 공식. 리사는 사회가 십 대 소녀에게 기대하는 순수함, 혹은 임신부에게 기대하는 너그럽고 평화로운 마음과는 거리가 먼 캐릭터이고, 리사가 이빨을 드러내는 순간 가해자와 피해자의 위치는 단숨에 뒤바뀐다. 또한, 여느 스릴러에서처럼 리사의 발자취를 쫓는 유능한 수사관이 등장하지만, 작전의 주도권은 어디까지나 리사에게 있다는 점도 새롭다. 마지막으로, 독자는 리사가 과연 탈출해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를 두고 마음을 졸일 필요가 없다. 소설은 어느덧 삼십 대가 된 리사가 17년 전의 일을 회상하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납치 스릴러 《복수해 기억해》의 스릴은 다른 곳에서 온다. 바로 리사의 작전 그 자체, 그리고 잔혹한 복수다.

“저에게 이런 짓을 한 그 자식들에게 반드시 복수하겠어요.”
열여섯 살 소녀의 완벽한 복수극이 시작된다.

《복수해 기억해》가 부순 것은 스릴러의 공식만은 아니었다. 어른들의 세계가 가진 편견과 선입견 또한 여지없이 깨진다. 리사를 두고 소시오패스라고 수군거리던 다른 학부모들과 임신했다는 이유만으로 리사에게 인간쓰레기라고 욕하는 납치범의 모습에서 편견에 사로잡힌 어른들의 좁은 시야를 엿볼 수 있다. 한편, 임신 사실을 듣고 놀라긴 하지만 딸의 선택을 존중하고 귀를 기울이는 리사의 부모와 탈출 직후 공범을 잡아야 하니 언론에 알리지 말아달라는 리사의 요청을 따르는 경찰서장은 또 다른 어른의 모습을 보여준다. 물론 우리의 주인공 리사는 어떤 상황 앞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상황을 주도적으로 헤쳐나간다. 2015년 미국 〈스쿨라이브러리저널〉이 《복수해 기억해》를 십 대를 위한 최고의 책으로 선정한 까닭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아름다운 풍경 속에서 끔찍한 살인이 일어나는 세상.
내 이야기는 그곳에서 시작된다.”
_섀넌 커크

작가 섀넌 커크는 세계적인 법무법인 ‘롭스 앤 그레이’의 변호사이다. 그래서일까. 리사의 복수극은 앞뒤 돌아보지 않고 밀어붙이는 듯 보이지만, 사실 철저히 법의 테두리 안에서 이루어진다. 탈출 후 범인들의 죄를 심판하는 법정 장면은 법정스릴러를 연상케 할 정도로 짜릿하다. 2015년 《복수해 기억해》로 성공적으로 데뷔한 섀넌 커크는 지금도 변호사이자 작가로 살며 꾸준히 집필과 변호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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