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판 머리말
1930년대에 케인즈가 등장하기 전에는 이렇다 할 경제정책이라는 것이 없었습니다. 경제를 시장에 맡겨두어도 된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큰 탈 없이 흘러갔습니다. 세계경제대공황이 발생하자 시장에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케인즈의 주장이 받아들여졌습니다. 이후 각국 정부의 시장 개입은 30여 년간 경제발전에 기여했습니다. 1970년대에 세계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시달리자 고전학파에 뿌리를 둔 신자유주의가 등장했습니다. 선진국의 후진국에 대한 시장 개방 요구가 거세지면서 동아시아 신흥국이 외환위기에 시달렸습니다. 2008년에는 선진국마저 글로벌 금융위기로 몸살을 앓았습니다.
1930년 이후 세계경제가 흔들릴 때마다 그 혼란이 금융시장의 실패에서 비롯되었다는 지적이 이어졌습니다. 대공황은 주식시장 붕괴로 시작되었고, 1997년 동아시아 경제위기는 외환위기로 시작되었으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파생금융상품시장의 붕괴로 시작되었습니다. 금융시장실패는 대부분이 금융규제 완화기에 발생했습니다. 오늘의 세계경제는 화폐와 금융이 쥐락펴락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화폐금융론을 공부하는 이유입니다.
노상채와 김창범의 화폐금융론 제5판이 나온 지 벌써 8년이 흘렀습니다. 5판이 나온 2011년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소용돌이가 어느 정도 잦아들던 시기이자 미국 연준이 계속해서 양적완화 정책을 밀고나가던 시기입니다. 금융시장실패에 대한 처방과 그 처방에 대한 반발로 경제계가 시끄러웠습니다. 월가 점령시위(Occupy Wall Street)가 일어난 것도 그때입니다. 이후 각국의 금융제도와 통화정책은 크고 작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이상과 같은 일련의 변화를 담고 있는 제6판 화폐금융론은 다음과 같이 구성되었습니다.
Part 1은 화폐금융론 기초이론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1장은 화폐금융론 입문이고 2장은 저축, 채권구입행동의 원리 및 포트폴리오이론에 대한 설명입니다. 3장은 이자이론으로 이자의 의의, 이자의 종류와 기능, 이자율결정이론을 소개합니다. 4장은 화폐의 의의와 기능, 화폐의 역사 및 화폐제도에 대한 설명입니다. Part 2는 다섯 개의 장을 통해 우리나라의 금융시스템을 소개합니다. 한 나라의 금융시스템은 금융기관, 금융시장, 금융하부구조로 구성됩니다. 금융시스템의 개요는 5장에, 금융기관은 6장에, 전통금융시장은 7장에, 파생금융상품시장은 8장에서 설명합니다. 9장은 우리나라 금융하부구조, 즉 금융인프라의 개관입니다. Part 3는 통화이론이며 통화공급, 통화수요, 통화정책 소개와 분석입니다. Part 4는 거시경제분석 편으로 고전학파와 케인즈의 이론이 통화주의와 케인지언을 거쳐 새고전학파와 새케인즈학파로 이어지는 과정을 소개하고, 이들 이론이 각국의 거시경제와 세계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분석합니다. Part 5는 국제금융 편입니다. 국제통화제도와 환율, 국제금융시장과 환위험 관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번 개정판에 특히 강조하거나 달라진 부분은 다음과 같습니다.
1.한국은행을 우리나라 금융시스템의 하부구조로 보고 기술하였습니다. 중앙은행이 금융조직의 최상위 위치에 있으며 상부구조라고 생각하는 일반적인 시선과 배치됩니다. 이러한 구분 방식은 금융기관의 제도적 실체에 중점을 둔 것입니다. 자본시장통합법에 의하면 우리나라 금융기관은 은행,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금융투자업자, 보험회사, 기타금융기관, 공적금융기관으로 분류됩니다. 이에 따라 투자매매업자, 투자중개업자, 집합투자업자, 투자일임업자, 투자자문업자 등 다소 생소한 금융기관이 등장합니다.
2.금융기관 현황과 업무에 대해 최신의 정보를 수록하였습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개체 수가 많은 금융기관은 ‘대부업자’로 2017년 말 현재 8,084개입니다. 대부업체는 금융기관 분류상 기타금융기관에 속합니다. 서민금융진흥원은 최근에 등장한 공적금융기관이며, 서민생활 금융지원에 관한 법률에 의거 설립되어 금융 사각지대에 속한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3.거시경제분석 편(Part 4)은 거시경제학의 흐름 중심으로 기술하였습니다. 이 책의 읽는 독자는 대부분 경제학개론 또는 거시경제학을 알거나 배운 이들이라는 점을 고려하여 분량을 줄였습니다. ?, ? 부분은 대폭 손질하였습니다. 국제금융(18장)의 내용 중 9장과 겹치는 부분은 생략하였습니다.
4.고사성어와 속담을 인용하여 경제이론을 설명하는 등의 읽을거리는 독자들에게 ‘경제학 카페’ 역할을 할 것입니다. 고사성어와 속담은 우리 조상이 남긴 훌륭한 문화유산입니다. 잠깐 쉬어가며 고사성어와 속담 속에 들어있는 경제학 지혜를 즐기시기 바랍니다. 다만 지면관계로 몇 개의 용어만 소개했습니다.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는 졸저 『고사성어로 보는 스토리 경제학』과 『속담으로 보는 스토리 경제학』을 보기 바랍니다.
이 책은 한국은행 발간자료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한국의 외환제도와 외환시장」(2016), 「한국의 금융시장」(2016), 「한국의 통화정책」(2017), 「국제금융기구」(2018), 「한국의 금융제도」(2018), 「알기 쉬운 경제지표 해설」(2019)이 책의 곳곳에 도움이 되었고, 특히 2018년에 나온 「한국의 금융제도」는 이 책 전체의 뼈대를 형성시키는 핵심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이 책 Part 2의 다섯 개 장을 읽을 때 「한국의 금융제도」를 참고하면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경제학 책을 쓰다보면 띄어쓰기 문제로 늘 갈등을 일으킵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니어서 띄어 써야 하는 몇몇의 단어로 이루어진 용어 대부분을 경제용어라는 핑계로 띄지 않고 붙여 썼습니다. 사회적비용, 비은행예금취급기관, 공공자금관리기금, 환매조건부채권 등이 그것입니다. 우리 맞춤법으로는 낯선 붙여쓰기입니다. 독자들의 양해를 구합니다.
책을 낸다는 것은 주위 도움의 결과물입니다. 이번에도 예외가 아닙니다. 이 책은 뒤죽박죽된 원고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전채린 과장님께서는 까다로운 초고부터 시작해서 탈고 때까지 매끄러운 솜씨로 편집을 이끌어주셨습니다. 개정판이 5판과 시스템 상으로 연결이 되지 않아 생고생을 하신 편집부 전채린 과장님께 미안함과 감사함을 전해드립니다.
2019년 7월 저자 노상채, 김창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