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라가 사라진 당시 선생님의 일상은 완전히 지리멸렬했다. 그 까탈스럽고 근엄한 대스승이 고양이가 어디론가 떠나서 돌아오지 않는다고 안절부절못할 리가 없다고, 하물며 눈물을 흘리며 고양이의 이름을 불러대거나 한다니 상상할 수도 없다.-히라야마 사부로(平山三郞, 작가이자 제자)
한 번이라도 고양이를 길러본 사람 중에 이 책을 읽고서 울지 않는 사람은 없다고 하는 궁극의 고양이 책. 고양이를 좋아하면서 이 책을 모르는 사람은 없기 때문에 결정적 한 방으로 고양이를 싫어하는 친구들에게 이 책을 권합니다.-서점 와가하이도(吾輩堂)
나쓰메 소세키의 제자이자 저명한 수필가, 예순여덟의 햣켄 선생
매일같이 눈물을 흘리며 집 나간 고양이 노라를 찾습니다
“어느 볕 좋던 화창한 봄날, 안뜰 속새 수풀 사이로 사라져버린 노라가 돌아오지 않은 지 벌써 몇 해째. 붉은색 털에 배 쪽은 순백색, 꼬리는 앞쪽이 살짝 휘어 있고 이마엔 호랑이 무늬가 난 들고양이 새끼 노라를 찾기 위해 신문광고를 내고, 전단 2만 부를 돌리고, 라디오 방송을 하고, 경찰서에 수색원을 제출하기까지 했지만 노라는 아직 품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이제 다시 돌아오지 않기로 한 걸까?”
그다지 고양이를 좋아하진 않는다는 종심(從心)의 햣켄 선생, 이미 죽여서 가죽을 벗겨냈다며 장난 전화를 받아도, 혹시 죽었나 싶어 고양이 시체를 묻은 곳을 파보아도, 해가 거듭 지나 날짜가 헷갈리고 기억이 옅어져 가도 분명히 알고 있다. 노라는 돌아오지 않는 게 아니다. 노라는 집으로 돌아오는 중이다. 나잇값을 못하고 추해져도 상관없다. 먼저 나서서 찾아내야 한다. 어디에나 흔해 빠진 평범한 고양이 노라, 그래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노라. 다른 고양이는 안 된다. 고양이는 좋아하지 않는다. 그는 고양이가 아니다. 그는 ‘노라’다.
그래서 오늘도 괜히 대문을 활짝 열고 집안 곳곳을 둘러보다가 노라가 놀던 마루에 주저앉아 한참을 엉엉 운다. 눈물을 닦은 뒤 다시 노라가 자주 넘어오던 서재로 올라 창문 너머 뜰을 내려다본다. 저문 하늘 아래 속새 수풀이 어둠으로 잠기고 있다.
냐아―, 냐아―, 눈을 감으면 들리는 노라의 울음소리.
노라야, 너인 게냐? 노라야, 노라야, 노라야, 노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