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외교관의 근대 한국 탐방』은 3명의 영국 외교관 윌리엄 칼스, 헨리 제임스, 찰스 캠벨이 1880년대에 한국의 북부지역과 만주를 여행하며 남긴 기록을 담고 있다. 19세기 말 인도 제국으로 활동영역을 넓힌 영국인들은 인도와 인접한 내륙 곳곳을 누비고 다녔다. 일부 영국인들은 만주지역을 여행하면서 조선의 북부지역에 관심을 보이기도 했는데, 1883년 조영수호통상조약이 조인되면서 양국의 외교 관계가 공식화되자 영국인들은 조선 내륙 깊숙한 곳까지 여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 시기에 한국이나 만주 지역에 대한 여행 기록 가운데 일부 저술은 한국어로 번역이 이루어지기도 하였으나, 이들이 남긴 3편의 왕립지리학회 발표문과 1편의 의회보고서는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것이다.
「최근의 한국 여행」은 칼스가 1884년 9월 27일부터 11월 8일까지 서울에서 한국의 북부지역까지 탐사한 경험을 1886년 왕립지리학회에서 발표한 발표문이다. 칼스는 당시 동아시아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학회의 청중을 고려하여 한국의 사회·문화·역사·지리·산업 등의 제반 특성을 종합적으로 요약하여 설명하였다. 또한 한국의 가옥, 건축, 복식과 같은 문화적 특징을 섬세하고 밀도 있는 내용으로 서술하였다.
「만주 여행기」는 제임스가 1887년 왕립지리학회에서 발표한 글로 백두산과 그 인근의 생태 및 지역 주민들의 삶과 역사에 대해 자세하게 기록하였다. 인도 제국 행정 관리였던 제임스는 1886년 3월 인도 캘커타를 떠나 8개월간 만주와 백두산을 여행하였는데, 백두산에 대한 접근이 쉽지 않았던 시기에 중국 쪽 경로를 통하여 백두산을 탐사한 뒤 이 산의 지리적, 역사적, 산업적 의미에 초점을 맞추어 발표를 하였다.
「한국 북부지역 여행 보고서」(영국 의회 보고서)와 「한국 북부지역을 통한 백두산 기행」에는 조선 주재 영국 부영사 캠벨이 1889년 8월부터 11월 사이에 조선 북부지역을 여행한 내용이 실려 있다. 캠벨은 의회보고서에서 자신이 외교관으로서 관심을 기울였던 조선 사회의 현황과 산업 전망에 대한 시각을 강조했으며, 학회발표문에는 여행의 경위와 함께 금강산, 백두산 등 명승지의 지리적 특징과 풍광의 신비로움을 자세히 묘사하였다.
당시 대다수의 조선 사람들이 체험하지 못했던 자연과 삶의 생생한 현장에 대한 이들의 경험은, 내부자로서의 조선인들이 느끼는 것보다 훨씬 새롭고 이국적인 체험으로 다가온다. 이들의 조선 여행은 개인적인 호기심에서 비롯되었다 하더라도 외교관이나 인도 제국의 행정 관리라는 신분적 특징 때문에 공적인 시선이 일정하게 대상에 투사되었다. 이들이 쓴 여행 기록을 읽다 보면 여행에서 경험한 많은 것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편견 없이 받아들이고, 우리가 몰랐던 모습을 새롭게 알게 되는 대목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들의 글과 이어지는 대담을 통해 당시 영국인들이 새로운 땅 조선을 비롯한 동아시아에서 새로운 국제 관계가 형성되는 시기에 이 지역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북부지역에 대한 새로운 기록을 통해 다시 한 번 근대시기의 한국을 이해할 수 있는 자료로 활용되길 기대한다.